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나비가 돼 훨훨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나비가 돼 훨훨
  • 송진선
  • 승인 2022.12.29 11:45
  • 호수 6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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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4세, 속리산 사내리 주소 둔 도내 유일 위안부 할머니
보은군 결초보은추모공원 안치 위해 유족과 협의했으나 광주 공원묘지 안장
경기도 광주 경안장례식장 빈소에 놓인 고 이옥선 할머니의 영정사진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향년 94세를 일기로 지난 12월 26일 밤 9시44분경 별세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던 할머니는 "보은이 좋아 속리산이 좋아"하던 제2의 고향 속리산면 사내리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이 할머니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주민들과 함께 뱃들공원에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건립 추진위원 등 주민들이 안타까워 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이 할머니는 16살 때 중국 만주 위안소로 끌려가 일본군 성노예로 고초를 겪은 뒤 해방 직후 귀국했으며 속리산에서 살다가 겨울철이면 나눔의 집에 입소하는 등 보은과 나눔의 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는 아예 나눔의 집에 정착했다.

이 할머니는 2013년 8월 다른 피해자 할머니 등 12명과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7년 5개월만인 작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김도화 의원은 지난 5월 보은군 장사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 중 사용료 감면 대상에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100% 감면을 받는 것으로 개정해 할머니의 유해가 결초보은 추모공원에 안치될 경우 사용료 걱정없이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할머니의 삶 자체 고통으로 얽혀있지만 할머니의 정신은 누구보다도 건강했다. 몸살이 난 것이 아닌데도 약없이는 하루도 지내지 못할 정도로 온몸 통증 등 후유증에 시달렸으나, 할머니는 생활비와 약값 등을 아껴서 모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2천만원을 2011년 보은군민장학회에 기탁했다. "나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젊은 인재를 육성해 국력을 키워 달라"는 할머니의 소망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또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을 외면하지 못하고 빌려준 4천만원도을 떼인 것을 주변에서 알고 2018년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으나 시효만료로 구제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보은중학교 역사교사로 정년퇴임한 구금회 전 교사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인 이옥선 할머니를 통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줬다. 그 활동은 교과서의 한 페이지 처럼 기록됐다.

2019년 학생들이 경기도 강주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가 장구를 치며 민요를 불러주던 모습이다. 사진 왼쪽으로 진선미 국회의원과 오른쪽으로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도 보인다.

이옥선 할머니가 속리산 사내리에 기거했을 때는 학생들과 함께 사내리로 찾아갔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는 광주로 찾아가 아이들에게 역사현장을 바로 보게 가르쳤다. 아이들은 당시의 얘기도 듣고 안마도 해드리고 노래도 불러주는 등 여느집 할머니와 손자 손녀같은 따뜻한 관계를 보여줬다. 

충북 유일의 위안부 할머니였던 이옥선 할머니의 존재, 그리고 기림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으로 이어졌다.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것을 계기로 보은에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모금운동이 일어나며 2017년 10월 뱃들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평화의소녀 이옥선 할머니는 이제 나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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