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한 풀었다, 84세 강명자 어르신 관기초등학교 졸업
배움의 한 풀었다, 84세 강명자 어르신 관기초등학교 졸업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01.11 10:04
  • 호수 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2회 관기초 졸업식에서 증손자뻘 동급생 8명과 함께 졸업상 받아

지난 5일 개최된 관기초등학교 102회 졸업식에서 84세의 강명자 어르신이 졸업장을 받았다. 
이날 졸업생 9명 중 강명자 어르신만 빼고 나머지 학생은 13, 14세다. 초등 6년을 증손자, 증손녀뻘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것이다.

강명자 어르신은 “입학했을 때 ‘쪼만했던’ 애들이 저보다 더 커요. 졸업을 하니까 애들이랑 헤어져서 아쉬워요, 보고 싶어도 못보잖아요. 그래도 한글공부는 계속하고 싶어요.”라는 졸업소감과 함께 배움에 대한 미련을 들려줬다.
강명자 어르신은 이날 졸업식에서 봉사상을 받고 임마누엘 교회와 관기초 64회 동창회, 남보은농협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았다.
졸업식에는 슬하의 아들, 딸 사위, 손자와 손녀 등 15명이 넘는 가족들이 참석해 84세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가슴에 안은 어르신을 축하했다.
손에 꽃다발을 가득 안고 온 가족들은 졸업식 최대의 만찬 짜장면+탕수육 대신 버섯찌개로 졸업 축하파티들 열고 가족애도 돈독하게 다졌다.
할머니의 6년 초등학교 생활을 어땠을까? 
한 교실에서 6년동안 지내며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도 불편해 하지 않고 때론 동급의 학생으로 때론 자애로운 할머니로 지냈다.
강명자 어르신은 동급생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거명했다. 김도영, 김동령, 김지우, 이오섭, 이윤제, 전채원, 전채은, 하윤찬.
이중 전채원, 전채은, 김도영 학생은 손자들처럼 할머니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했다.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죽을 끓여 보온밥통에 넣어가지고 갔을 정도로 김지우 학생을 챙기기도 했다. 
아토피를 심하게 앓아 피가 날 정도로 긁어서 선생님 몰래 책받침 부채로 부쳐서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해주기도 했을 정도로 안타까워했던 전채원, 전채은 학생, 이오섭 학생은 많이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볼 수 없는 그리운 아이들이 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일만 하는 사람이라 새벽 4시 30분 정도에 일어나 고추 두 포대 따 놓고 급하게 머리감고 얼른 밥비벼서 한 숟가락 먹고 책가방 메고 버스 타고 학교에 가는 재미가 참 컸거든, 6년동안 눈만 뜨면 교실에서 꼬맹이들이랑 살았잖아, 그런데 이제 졸업하니까 그런 재미도 없어지고 정말 아쉽지.”
“6학년 가을에는 김수철 담임 선생님이랑 반 애들을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미역국 끓여서 밥해먹고 애들한테는 얼마 안되지만 돈 1만원씩 용돈도 줬었어.”
강명자 어르신은 “졸업했으니 이제는 그런 재미도 없어졌어”하며 아쉬워했다. 
6년동안 수학여행은 가봤을까. 강명자 어르신은 “2박3일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강원도 횡성 스키장에서 눈썰매를 탔는데 함박 같은 썰매를 가지고 올라가서 타고 내려왔더니 교장선생님도 깜짝 놀라면서 대단하다고 하시더라구”하며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기억들을 소환했다.
그러면서 “중학교도 가고는 싶은데 버스가 없어서 못가. 초등학교는 학교 버스가 동네까지 데리러 오니까 가능한데 중학교는 내가 버스를 타고 가야 하잖아. 아침 7시에는 나가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한겨울에 아침 7시면 캄캄해. 늙은이로서는 힘들지. 속리산 중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해서 그리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어, 그런데 내가 고령이잖아.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해. 선생님들한테 부담을 주면 안돼서 포기하고 말았어.”라고 말했다.
강명자 어르신은 “특별수업으로 한글 공부를 지도하시는 선생님이 오는데 그 때 저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졸업이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이라는 말처럼 강명자 어르신의 배움에 대한 소망, 한글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바람이 성사되길 희망해본다.
배움에 나이제한은 없다. 학령기에 학교를 가지 못해 늦깍이로 대학교에 갔다,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어르신들을 위해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하는 평생학습관의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초·중등 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저학력·비문해 성인들에게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고 생활문해 능력을 갖춰 학력을 취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생교육법에 따라 각 시도 교육감이 설치·지정한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졸업 학력이 부여되는 것이다.
고령의 어르신이 초등학교와 같이 학교에 입학해 정규학력 코스를 밟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보은은 이같은 학력 인정 평생학습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다.
보은군이 평생학습관을 설치하고 도 교육청으로부터 정규학력을 인정받는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면 고령의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보은군의 관심이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