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가수를 꿈꾸는 원남중학교 문예진양
트롯가수를 꿈꾸는 원남중학교 문예진양
  • 류영우 기자
  • 승인 2009.11.12 10:02
  • 호수 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원남중학교 2학년 문예진 학생은 트롯 가수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이다. 군민체육대회 후 열린 주민노래자랑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은 예진이를 10일, 학교에서 만났다.
지난주에 열린 제31회 보은군민체육대회 경기가 열린 후 마련된 '주민노래자랑대회'에 특별 출연한 원남중학교 2학년 문예진양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문예진양. 아직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무대매너와 뛰어난 음악성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어린 가수를 10일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무대에서 본 문예진양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짓궂게 장난도 치는 모습은 여느 중학생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수에 대한 꿈을 얘기하는 모습은 무대에서 본 모습처럼 당당했습니다.

 

 

◆어머니의 꿈을 이어받아
예진이는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삼승면 원남리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예진이의 집 앞에는 5일마다 항상 장이 섭니다.  그리고 집 앞 장터는 예진이의 첫 무대가 됐습니다.

"장날만 되면 동네 어르신들이 자꾸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어요.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습이 예뻤던지 용돈도 제법 받았는걸요."

어려서부터 보인 예진이의 끼는 어머니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어머니 이미경(51)씨의 어릴적 꿈은 뮤지컬 배우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었지만 가정 형편도 어려웠고, 할머니가 오랜 투병 끝에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들을 돌보는 몫도 어머님께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접은 뮤지컬 배우의 꿈을 예진이가 그대로 이어받고 있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예진이의 가족들은 모두 음악가족입니다. 작은 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해서 지금도 기타연주를 하고 있고, 사촌언니와 사촌오빠도 모두 음악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석과 같은 명절만 되면 예진이의 집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립니다.

피아노는 예진이가, 작은 아버지와 사촌오빠는 기타를 듭니다. 그리고 사촌언니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맡습니다.
이런 음악적 환경은 예진이가 가수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선 예진이
판동초등학교 시절, 예진이는 노래보다 춤 연습을 더 많이 했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한 가수의 춤은 다 따라 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보은읍에 있는 재즈학원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춤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연예인을 꿈꾸던 예진이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보은대추축제가 열리던 그 해, 예진이는 많은 관객들 앞에서 첫 데뷔무대를 가졌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전국노래자랑이 우리지역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예진이는 전국무대에 서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1, 2차 예심까지는 모두 통과했어요. 하지만 3차에 가서 심사위원분들이 송해 할아버지와 '영감, 왜 불러, 뒤뜰에 매어 놓은 송아지 한 마리 보았소'란 노래를 부르면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 노래만 부를 줄 알면 통과였는데…. 멀뚱멀뚱 서 있다가 탈락했어요."
아쉽게 접은 전국무대였지만 그 기회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올해 8월, 인근 괴산군에서 다시 전국노래자랑이 열렸고 예진이는 전국무대에 서는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심사를 봤던 그 분들이 그 자리에 다 계시더라고요. 당시 제 모습도 다 기억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했죠. 전에 부르려고 했던 '영감, 왜 불러'란 그 노래, 다시 부르겠다고요. 결국에는 송해 할아버지와 그 노래 불렀어요." 전국 무대에서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예진이가 꿈꿔왔던 무대에 설 수 있어 참 좋았다고 합니다. 전국무대 뿐만이 아닙니다. 예진이는 올해 열린 제10회 청풍명월 보은 효 한마당 축제에 출전해 당당하게 우리 지역 대표로 뽑혔고, 지역을 대표에 출전한 도 대회에서도 3위에 입상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 예진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는 강운학 담임선생님(사진 오른쪽)과 이소미(사진 왼쪽) 학생.

 

◆예진이가 꿈꾸는 음악은 '트롯'
예진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음악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열광하는 힙합이나 댄스음악이 아닙니다. 예진이가 좋아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은 다름 아닌 '전통가요'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뱀이다'란 노래로 유명한 김혜연씨입니다. 전국노래자랑에서도 김혜연씨의 '토요일 밤에'란 노래를 불렀어요. 참, 괴산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는 김혜연씨도 출연했는데 관객을 사로잡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전통가요를 꿈꾸기 때문에 예진이가 찾는 곳은 젊은 친구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장이 아닌 바로 축제 현장입니다. 인근 옥천에서 열린 포도축제에도 가봤고, 우리지역에서 열린 단풍가요제 현장에도 예진이는 있었습니다.

"단풍가요제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부터 가능하더라고요. 그날 공연을 펼친 태진아씨도 계셔서 제 솜씨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4년 뒤에는 꼭 참가할 거예요."

 

◆영글어 가는 가수의 꿈
전국노래자랑 출전과 도 대회 입상 등으로 예진이는 꽤 유명해 졌습니다. 예진이의 실력을 사기 위해 서울에 있는 기획사에서도 연락이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진이는 서두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좀 더 실력을 키우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 예진이의 생각입니다.

"엄마가 그랬어요. 큰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노래 부르고, 당당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은 타고난 것이지만 노래실력은 연습하기 나름이라고요. 많이 서 보지 못한 무대지만 그래도 무대에서 내려올 땐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한 곡 더 부르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다시 무대에 서면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텐데…. 이런 아쉬움들은 다 연습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할 거예요. 그리고 더 많은 무대에서 제 실력을 선보이고 싶어요."

 

◆좋은 사람 만나, 꼭 꿈을 이뤘으면
많은 사람들이 예진이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 중 남다른 관심을 갖고 예진이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강운학 담임선생님입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상투적인 꿈 얘기가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예진이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예진이가 넘어야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많은 청소년들 중에서 자기의 재능, 특기를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발견한 자기의 특기를 살려나가는 예진이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사람이 크고, 못 크고는 좋은 사람을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부디 예진이가 좋은 사람을 만나 꼭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갖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가수의 꿈을 키워가는 예진이가 설 수 있는 무대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다른 의미에 앞서 남 앞에 나의 음악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예진이가 갖는 가장 큰 의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쫓아, 하고 싶은 음악을 쫓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예진이가 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이제 우리 지역사회의 몫일 겁니다. 꿈꾸는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문화공간과 교육의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도 함께 꿈을 꾸어야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