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가 들어오면 지역이 제대로 발전할까
발전소가 들어오면 지역이 제대로 발전할까
  • 편집부
  • 승인 2012.09.06 09:35
  • 호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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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인(보은향토문화연구회/보은장신)

이슬이 희어진다는 백로(白露)가 바로 코앞이지만 아직은 노염(老炎)의 기운이 건재하고 있습니다. 9월의 햇볕 아래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가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것이 지난 봄의 우박과 여름의 가뭄과 얼마 전의 모진 강풍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선으로 주위를 살펴보면 감탄할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울러 감사한 마음 또한 가득 피어오릅니다.

이제 한해의 농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시기입니다. 모쪼록 더 이상의 자연 재해 없이 이른 봄부터 쏟아온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넉넉하고 순탄한 결실로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랄뿐입니다.

우리 보은군은 예전부터 삼재(三災)가 없는 살기 좋은 곳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복 많은 지역입니다. 비록 산업화와 도시화가 농촌사회를 할퀴고 갔지만 그래도 우리군민들은 청정지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미래의 번영을 위한 소중한 가치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군민들은 소중한 미래의 가치는 바로 깨끗한 자연 환경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은군에 큰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지역 여론이 술렁거립니다.  지역 언론에 의하면 보은군은 지난 3월 삼승면에 조성될 첨단산업단지 내에 민간발전소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그 후속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군민 여론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하는 측과 왜 하필 위험한 발전소를 유치하느냐는 반대 의견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오직 지역 신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LNG복합화력발전소가 가동됨으로써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나아가 그것이 지역사회 발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관련된 필요 정보를 전혀 갖지 못한 평범한 주민의 한 사람인 필자가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지극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합니다.
첫째 궁금한 점은 왜 충청북도와 보은군이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아직 분양은 커녕 터도 닦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민자발전소를 유치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는 지역은 보은군에서도 가장 주민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지역이었습니다. 잘 조성된 과수원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공장을 지으려면 공해가 없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1차 원료로 사용하는 그런 공장이 유치되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미리 공단에 입주할 수 있는 공장들을 조사해보니 희망하는 공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발전소 유치를 추진했다면 추진에 앞서 해당 지역인 삼승면민의 의견은 물론 인근 보은읍민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이 의견수렴과정에는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회사의 발전소 운영에 관한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대화의 자리도 포함되었어야 마땅합니다.  아울러 보은군은 주민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발전소 운영으로 야기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과연 그렇게 했으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진솔하게 밝혀주기를 기대합니다.

보은군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추락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그 중에는 보은군민의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인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 발전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과 민이 함께 머리를 마주하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그 한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정상혁 군수가 추진하는 민간발전소 유치가 진정한 보은군 발전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주민과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지방자치 역사지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면 주민 다수는 어떤 지도자보다도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다른 앞서가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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