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편집부
  • 승인 2012.08.02 09:07
  • 호수 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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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인(보은향토문화연구회/보은장신)

짧은 장마 끝에 긴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고된 노동 현장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 일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매스컴에 전해집니다.

한편으론 런던올림픽에서 빛나는 활약을 하는 대한민국 건아들의 승전보도 속속 전해집니다. 이렇게 어두운 소식과 밝은 소식이 교차하는 가운데 8월이 벌써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주위가 온통 녹색의 향연입니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푸르름이 극에 달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더니 올 해는 말복과 입추가 같은 날이 되었습니다. 더위의 끝이 곧 가을의 시작이 되니 천지 운행의 깊은 이치를 깨칠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문득 울타리 한 편을 지키고 있는 무궁화나무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짙은 녹색의 몸체에 둥글고 환한 보라색 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말없이 피고 지는 것이 모든 꽃들의 속성이지만, 그동안 꽃피는 것을 몰랐던 것에 슬며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곧 이어 광복절을 전후해서 무궁화가 꽃을 피운다는 사실에 억지로 우리나라 역사를 대입해 보았습니다. 즉 광복절 이전에 피고 진 무궁화는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다 먼저가신 애국선열을 상징하고, 광복절 이후에 피는 무궁화는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대한국민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 나무를 껴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광복절 노래의 가사입니다. 어린 시절 학생의 신분으로 광복절 행사에 참가하여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사실 깊은 뜻을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이순(耳順)에 이르니 이 가사가 가슴 깊은 곳에 뜨거운 용솟음을 일으킵니다. '흙’은 생명이고 자유이며 또한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광복절이 다가옵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기점으로 하면 67번째 광복절입니다. 해방되던 해에 태어난 분들을 해방둥이라고 부릅니다. 이 해방둥이들이 곧 칠순을 맞이하는 것을 생각하면 광복 후의 대한민국 역사는 한 사람의 생애만큼이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광복 당시의 감격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감격은 영상으로만 전달되는 간접적인 감격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국민 모두가 함께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우선 광복절 노랫말을 가슴에 담는 운동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광복절 노래 1절과 2절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이 하리
이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킨 자취니 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건가 지난 일을 잊을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닿게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1절 노랫말이 과거의 값진 희생을 기리는 것이라면, 2절은 미래에 대한 겨레의 올곧은 사명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국가가 제대로 존재하기위해서는 희생과 헌신이 필수적입니다. 앞 선 세대의 희생에 감사할 줄 알며 다음 세대를 위한 정의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유한한 생에서 장구한 의미를 거두는 사람들입니다.

정인보 선생이 작사하고 윤용하 선생이 작곡하신 이 노래는 대한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선사하는 귀한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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