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여년 전， 마로면 관기1리에 와서 터를 잡고 활동한 화운 민우식 선생이 남긴 속리구곡시가 발견됐다.
화운유고에 담긴 속리구곡시는 1곡 화개동, 2곡 북두문, 3곡 서원촌, 4곡 황애동, 5곡 도치, 6곡 안도리, 7곡 흠앙곡, 8곡 용진, 9곡 삼가동으로 구성됐다. 1곡에서 9곡까지 속리구곡시를 소개하며， 그 경관을 답사한 느낌 또한 함께 싣도록 한다. - 편집자 주 -
속리구곡시 3곡
三曲書院村(삼곡서원촌):
삼곡은 서원마을이라
三曲深深澗一村(삼곡심심간일촌):
셋째구비는 어디인가? 깊고 깊은 시냇가에 자리 잡은 한 마을
象賢書院此中在(상현서원차중재):
마을 가운데 상현서원 있네.
風塵不入靑山은(풍진불입청산은):
풍진이 들지 못하니 청산도 편안한데
白首閑翁課穉孫(백수한옹과치손):
흰머리의 한가한 늙은 선생님, 어린 손자들 가르치고 있더라.
◆3곡에 대한 지리적 고찰
속리구곡 중 제3곡은 서원촌이다. 서원촌(장안면 서원리)은 제2곡 북두문에서 서북방향으로 약 5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속리산 주봉 천왕봉은 우리나라의 중조산이며 종산이다. 천왕봉을 기점으로 서북으로는 경기도 일부와 충청도를 형성했고, 남쪽으로는 전라도를 형성했고, 동남쪽으로는 경상도를 형성했다.
또한 천왕봉을 발원으로 하고 있는 남한강, 금강, 낙동강은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 이상을 적셔주는 핏줄이다.
그런 종산 천왕봉 일지맥인 금북정맥이 마치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힘차게 달리다 서원 뒤에 와서 갑자기 머리를 남쪽으로 틀면서 다소곳이 그 머리를 숙여 현무를 이루고, 좌측으로 한 가지는 서원리 청룡, 우측으로 한 가지는 백호를 이룬다.
서쪽으로 달려오던 구병산 끝자락은 마치 주인을 맞으려는 듯 양팔을 활짝 벌려 마을을 감싼다. 서원촌의 안산이며 주작이다.
그 중앙에 서원촌이 자리하고, 그 가운데 마치 반달형을 이룬 팔자 아미사 앞에 상현서원이 위의도 당당하게 우뚝 앉아 있다.
그 앞을 잔잔히 흐르는 빙설같이 맑고 찬 도화홍류는 반석위를 구르듯 서원 앞을 감돌아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상현서원이 있는 서원촌이야 말로 명당 길지가 아닐까?
◆문화유적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조명
3곡에 있는 상현서원은 1977년 12월7일 충북도 지방기념물 제43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 소수서원 다음으로 창건된 역사 깊은 서원이다.
상현서원은 서기 1555년(명종 10년)에 동주 성제원 선생께서 삼년산성안에 처음 창건했고, 보은출신으로 기묘사화의 명신이었던 충암 김정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삼년성서원이라 했다.
그 후 1610년(광해 2년)에 상현서원이라 사액되고 그 후 을사명현인 대곡 성운선생을 배향하고 1672년(현종 13년) 현재의 장안면 서원리에 이건했다.
1681년(숙종 7년) 이 고을 현감으로 재임하면서 문흥정책에 힘쓴 동주 성제원 선생과 중봉 조헌선생을 추향했고, 1695년(숙종 21년) 병자호란 때 우암 송시열 선생을 추향했다.
그 후 1871년(고종 8년) 대원군의 전국서원철폐령에 의하여 철폐되었는데, 그 강당을 보은향교에 이건하니 지금의 보은향교 명륜당이다.
1892년(고종 29년) 찰방 김세희가 옛 터에 재단을 모으고 제향을 올렸고, 1896년(고종 33년) 장예원 집례 김문희가 송근수와 협의, 재건했다.
1944년에는 이 고장 학자 어윤원, 강대원, 정호섭 선생 등이 중수하였고, 2003년에는 충청북도와 보은군의 지원을 받아 퇴락한 외삼문과 내삼문을 중수했다.
서원 건물구조는 정면 4칸, 측면 1칸 반의 우진각 지붕의 단층목조와가로 전면 빈칸에는 마루를 놓고, 어간에 쌍각문, 좌우 협간에는 편문을 달았다. 그리고 주위에 토석으로 혼축한 담장을 쌓고 중앙에는 일각문을 세웠다.
▶3곡， 다음호에 계속
김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