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는 길 1
그대에게 가는 길 1
  • 편집부
  • 승인 2012.07.19 09:32
  • 호수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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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하루를 사는 일은 지금껏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일이다. 어느 시인은 오늘을 ’그대 남은 날들의 첫날’이라 했다. 오늘이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길이라 할지라도 어제와 꼭 같을 수는 없어서 이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 내게는 처음 가는 길이겠지만  분명 누군가 앞서서 간 길일 것이다. 나보다 앞서 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오늘 내가 또박또박 밟고 가고 있는 이 길이 먼저 간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두고두고 그리운 길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게 된다.

나의 길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졌다. '會者定離요, 離者定會’라는 말이 있다. '회자정리’와 '리자정회’ 나는 후자를 더 선호한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재회의 기쁨 후의 이별보다, 헤어지면 다시 만남을 기약한다, 에 더 마음이 가서이다.

폈던 손가락을 천천히 꼽아본다. 한번 두 번,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내 부족함으로 그대를 다 알지 못하는 까닭에 오늘도 그대(오장환문학관)를 찾는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발걸음도 가볍고 가슴 뛰는 설렘도 있다. 창문을 열자 숲에서 방출하는 싱그러운 향기가 몰려들어온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는 자연이 주는 향기라고 한다. 그 좋은 향기를 놓칠 새라 욕심껏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다보니 벌써 수리티(재)이다.

지금 이 길은 오리 이원익선생이 경주목사가 되어 부임길에 지났다고 하는데, 고개에는 경주호장과 오리선생의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주호장의 입장에서 보면 수리티(재)는 피하고 싶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을 길은 아니었는지. 

구비 구비 돌고 돌아서 내려가는 길, 연분홍색의 자귀나무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자귀꽃은 봄꽃이 피었다가 다 지고나면 그때 비로써 그 자태를 뽐내는데 그 아름다움이 한달을 넘기도 한다. 자귀나무 잎은 밤이 되면 양쪽으로 마주 난 잎을 서로 포개는데 잎이 짝수여서 잎을 닫을 때 홀로 남는 잎는 없다. 해서 부부금실을 상징하는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라고도 한데나. 오늘처럼 버스를 타는 날에 만나게 되는 호사스러움이다.

구비길이 끝나면 띄엄띄엄 민가를 볼 수 있는데 건천리가 된다. 건천리의 다른 이름은 공태원으로 조선시대 행인을 위한 원이 있었다고 한다.


물레

물레를 저으며
옛날이야기 하시는
공태원 할머니

오로롱
오로롱

물레 도는 소리는
이야기처럼 무섭다.

-오장환「물레」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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