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와 장기복무자가 동격(?)
국가유공자와 장기복무자가 동격(?)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06.21 11:13
  • 호수 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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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두 달간 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국립호국원 유치문제가 일단락됐다. 지난 13일 정상혁 군수는 유치신청 철회를 발표하고, 절묘한(?) 시점에 브라질로 선진지 견학을 떠났다.  주민들의 사전 동의도 없이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원했던 바대로 더 큰 논란 없이 매듭지어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호국원 유치문제를 취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바로 호국원 안장대상자에 장기복무 제대군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호국원 논란이 매듭지어진 현 시점에서도 주민들 상당수가 모르고 있다.

'국립묘지 설치에 관한 법률’과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20년 이상 장기복무자는 국립현충원(서울·
대전 현충원) 안장대상자이고, 10년 이상 장기복무자는 국립호국원(영천·임실·이천·산청 호국원) 안장대상자이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약 4만 6천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기복무 제대군인들이 우리들이 국가보훈대상자로 알고 있는 국가유공자나 참전유공자들과 함께 현충원과 호국원에 묻히는 것이다.

과연 10년 이상 군복무를 했다는 이유로 전쟁 또는 공무수행 중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 국가유공자와 한국전쟁 및 월남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참전유공자들과 같은 묘지에 묻힐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군내 보훈단체 회장들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속 중앙회를 통해 국가보훈처에 항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장기복무자들은 자신들의 희망에 의해 중소기업 회사원보다도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군에서 복무한 사람들이다. 물론 힘든 여건에서 장기간 군복무로 인해 많은 고생을 했던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해서 국가가 영원히 관리를 해주는 소위 '호국의 성지’로 불리는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들에게 안장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면, 비슷한 여건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10년과 20년을 기준으로 현충원과 호국원 안장대상자로 구분한 것은 적절한가. 나아가 2~3년간 매달 단돈 몇 천원에 청춘을 바쳤던 일반사병들의 희생은 장기복무한 장교나 부사관보다 가치가 적어 국립묘지에 묻힐 자격이 없는 것인가.

기자도 전방 수색대에서 30개월간 복무하면서 철책을 넘나들었고 완전군장으로 행군한 거리만 1천㎞에 달한다. 이 대가로 제대 후 20년이 지난 지금,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지만, 국가는 기자에게 묘자리는 커녕 단돈 10원 하나 준 것이 없다.

초창기 국립묘지에는 안장대상자를 순국선열과 공로가 현저한 국가유공자, 전사한 군인·군무원 등으로 제한했으나, 1965년 국립묘지령이 제정된 이후 무려 11차례 안장대상자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5공시절 장군들에게 사후 국립묘지 안장자격(화장이 아닌 시신매장)을 부여했고, 20년 이상 제대군인을 포함시켜 국립묘지의 취지와 권위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현 국립묘지는 군인들의 계급과 신분에 따른 안장 차별까지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헌법의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당초 호국원도 재향군인회에서 관리하는 참전용사묘지로부터 시작됐다. 당연히 장기복무 제대군인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립묘지 안장대상자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장기복무 제대군인들의 희생과 노고를 보상하려면 죽은 후 묘지를 만들어줄 것이 아니라, 이 예산으로 살아있을 때 직업알선이나 복지증진 등에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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