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6월, 싱그러운 대한민국
푸른 6월, 싱그러운 대한민국
  • 편집부
  • 승인 2012.06.14 08:49
  • 호수 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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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인(보은황토문화연구회/보은장신)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입니다. 산은 나날이 푸르러지고 논에 낸 모는 어느새 제법 다리가 굵어졌습니다. 모든 식생(植生)들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나는 시기입니다.

아침 일찍 논에 가보니 원앙새 한 쌍이 논 가운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가지런히 심겨진 모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면서도 마치 사이좋은 친구들처럼 자라는 모습이 균등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질서와 균형이 아름다움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명품 핸드백 한 개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출을 내는 작은 논 한 배미이지만 그 속에 생명과 사랑과 아름다움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농촌은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너그럽고 여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동네 모임에서 바닷가로 하루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30년 넘게 계속하는 모임에서 금년에 회갑을 맞는 회원이 4명인데 그 분들이 뜻을 모아 주선한 관광입니다. 최신형 관광버스를 타고 보은에서 포항까지 줄곧 고속도로를 달려 비싼 생선회로 넉넉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동네가 생기고 나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 풍요로움이 어데서 왔으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이 현재 누리는 풍요는 우리 앞의 세대들이 흘린 피와 눈물과 땀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혹독한 일제강점기의 식민지배와 비극적인 동족상쟁은 자주와 안보의 소중함을, 가난한 후진국이라는 오명(汚名)은 부유한 선진국의 꿈을 국민 모두에게 깨우쳐 준 귀한 역사의 교훈이었습니다.

우리 앞의 세대들은 그 교훈을 가슴에 되새기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었고 이제는 우리들이 그 풍요의 질과 크기를 확장하여 후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합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틀로 역사 발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식민지배는 강대국의 침략이라는 외부의 도전과 부정부패라는 내부의 도전에 대한 응전의 실패로 빚은 결과입니다.

반면에 현재의 풍요와 자유는 비능률과 독재라는 우리사회 내부의 불의에 대한 줄기찬 도전이 가져온 결실입니다. 역사의 물줄기는 결코 정체하지 않습니다. 구비 구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고 늘 슬기로운 응전이 요구됩니다.

국가와 사회라는 거대 집단은 물론 개인의 인생사에도 '도전과 응전’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제도적 개혁을 통해서 불합리한 관행에 응전한다면 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도덕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합니다. 바람직한 국가발전은 역동적인 사회개혁과 개인의 자발적인 자기 혁신이 함께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이기주의가, 집단이나 개인 구별 없이, 날로 성행하는 세태입니다. 이런 풍조가 계속 된다면 현재의 풍요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정직한 사회는 존속할 수 있지만 함께 이룬 풍요를 독식하려하는 탐욕스런 사회는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이것을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 확인해 줍니다.

우리나라의 감사원장에 해당하는 대만의 감찰원장이 국가적 고통분담 차원에서 얼마 전에 자신의 6년치 월급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는 “내 업무가 높은 월급에 걸맞지 못해 납세자와 국가 사회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 똑같은 신문은 현재의 대통령이 많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4대강 사업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해 1조원에 해당하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었다는 기사를 싣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러웠고 또한 부끄러웠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고귀한 선열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위한 우리의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입니다.

힘들었던 역사의 구비 구비를 극복하고 지금의 풍요를 이룩한 우리가 복지와 공정(公正)의 선순환이 가능한 모범국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각자가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대의(大義)를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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