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와 벚나무
무궁화와 벚나무
  • 편집부
  • 승인 2012.05.31 08:56
  • 호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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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학(보은 산성/보은선관위 위원)

얼마전 백두대간의 중심부인 이화령에서 백두대간 복원사업 기공식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정기를 말살시킨 일들은 무수했지만  그중에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백두대간의 맥을 잘라 버려, 이를 잇는 복원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정말로 반갑고, 늦었지만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고맙게 생각하면서, 그 당시 우리의 민족 역사와 전통을 알지 못 하도록 철저하게 왜곡하여 민족혼과 민족문화를 잊게 한 일본의 식민정책에 분노가 치민다.

얼마 전 속리산 입석대를 비롯한 여러 곳에 박혀 있던 쇠말뚝을 제거한 일이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씻어내야 하는 일제의 잔재들이 많다. 그중에 무궁화 제거와 벚나무 식재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본다.

십 여년 전만 해도 우리 주변의 마을이나 도로에는 무궁화가 많이 심겨져 나라꽃으로 자태를 뽐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자영고, 청주 쪽 도로 옆에 무궁화가 일부 있다. 그러나, 일부가 고사되어 보기가 흉하고, 또한 가정이나 마을에서는 무궁화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일본의 나라꽃인 벚나무는 보청천 제방을 비롯해, 도로변에 많이 심겨져 가로수로  잘 가꾸고 있음을 본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혼의 상징으로 우리나라 건국 당시부터 천지화(天指花 : 하늘을 가리키는 꽃)라 불리며 우리 민족과 함께 지내온 꽃이다. 신라 화랑의 '화(花)’는 무궁화를 의미했고,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에 장원 급제하면 임금이 '어사화’라 하여 무궁화을 하사한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 민족이 얼마나 무궁화를 사랑해 왔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지금도 입법, 사법, 행정부의 표상으로 무궁화 문양의 뱃지를 달고 있으며, 훈장 중에 '무궁화 대훈장’이 최고의 훈장으로 서열이 매겨져 있다.

그러나 일제 치하에 많은 시련을 겪은 무궁화가 한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꽃임을 알고서 그들은 갖은 흉계를 꾸몄다.

그들은 화장실과 같이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만 무궁화를 심었고 무궁화를 보고 있거나 만지면 부스럼이 생기고 눈이 멀게 된다는 등 터무니없는 소문을 내고 전국의 많은 무궁화동산을 짓밟고 불태웠으며, 여러 품종을 멸종시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일본 국화인 벚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또한 노일전쟁의 승전지인 진해와 양곡수탈의 호남평야 군산도로, 그리고 민족정신 말살을 위해 창경원, 여의도, 쌍계사, 경주 등에 집중적으로 심어 벚꽃 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 100일 이상 꽃을 볼 수 있음에도, 불과 한 주일만 넘으면 지는 벚꽃을 왜 그리 좋아 하는지! 벚꽃 속칭 '사쿠라’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당과 내통하는 야당의 사이비 정치인이나 사기를 쳐 그릇된 일로 남을 속여먹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라 쓰여 있다.

그들은 일제 36년 동안 민족정기 말살정책의 회복인양 1960년대 식민지 향수를 노리고, 우리나라 저명 식물학자를 매수하여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발표한 뒤, 일본의 기업가와 재일교포들의 협찬 속에, 해방과 함께 고통과 한으로 얼룩진 조선인들이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베어 버린 벚나무 자리에 또 다시 벚나무를 대대적으로 식재하게 된 우를 범한 그 당시와 요즈음의 현실과 흡사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나라꽃이라서가 아니라, 무궁화는 가지를 자르면 더 무성해 지고, 아무 곳에나 심어 거름을 주지 않고,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고, 약성은 순하고 독이 없으며, 장풍과 사혈을 멎게 하는 등 약용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이 식물이야말로 한민족의 정신을 안고 있는 나무가 아닐까?

흰 옷을 즐겨 입는 배달의 민족답게 희고, 붉은 빛의 단심인 가운데 그려진 무궁화가 만발하고, 무궁화의 숭고한 뜻이 부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젠 더 이상의 벚나무 예찬과 가꾸기는 항일운동과 충절의 고장인 우리 지역의 정서상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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