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호도하지 말고 주민은 주체성 가져야
공무원은 호도하지 말고 주민은 주체성 가져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2.05.31 08:54
  • 호수 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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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일 속리산유통소액주주피해보상위원회가 제기한 민사소송 첫 공판이 6월29일 열린다.
속리산유통 소액주주 142명은 출자금의 일부인 1천106만5천원을 돌려달라는 소장을 보은군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이 이렇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2009년 속리산유통 설립당시 보은군이 공무원을 동원해 원금은 보장한다, 향후 은행보다 더 높은 이율을 줄 수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로 투자를 종용했다. 하지만 해산이 결정되면서 군민의 혈세는 물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낸 100만원, 200만원의 출자금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데 분통을 터뜨리며 소액주주들의 출자금을 되돌려 받고 보은군의 무관심과 무책임에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 보은군의 신중하고 철저한 정책입안을 위해서 라고 밝혔다.

불과 3년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유통회사 설립 당시 보은군이 선정됐다고 자축이 대단했다.
전국 6개지역에 포함됐다고 마냥 들떠있던 보은군은 속리산유통회사 설립자금 확보에 모든 행정력을 실었고 공무원들은 출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본연의 업무까지 뒤로 하고 출자의향서를 작성했던 당사자를 찾아다녔다.

기자도 당시 보은축협정기총회 취재를 갔다가 그곳을 찾아온 공무원이 출자금을 받아내는 것을 확인한 바도 있다.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 속리산유통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군수에게 대놓고 감히 "제고해야 한다, 안된다"고 반기를 드는 공무원은 없었다. 군민도 마찬가지다. 아부와 아첨을 하는 무리들은 군수에게 잘하는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농사꾼에게는 피같은 100만원이지만 출자해서 군수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임기 내 무소불위의 군수와 눈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 힘없는 군민들도 출자대열에 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 공무원이 동원돼 추진한 결과 정말 빠른 시간에 목표액 초과 달성, 잉여 출자액을 반환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속전속결로 추진한 속리산유통의 말로는 경영다운 경영한번 하지 못하고 결국은 해산절차를 밟는 골칫덩이 신세로 전락했다. 은행이율보다 더 높은 이율을 줄 것이란 호언장담을 믿고 투자한 어리석은(?) 농민들은 투자금 조차 제대로 건지지 못할 지경이 됐다.

농산물 유통도 제대로 이뤄지고 농민 투자금에 대한 수익도 내는 사업이었다면 보은군보다 더 농업이 발전한 자치단체에서 사업신청을 하지 않을 리가 없는 사업에 군민들을 뛰어들게 만든 보은군, 아니 농민들을 매수하러 다닌 공무원들은 과연 무슨 낯으로 주민들을 보는 지 궁금하다.

군수가 아무리 추진하려던 사업이라도 공무원들이 적어도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고 진단하고 또 지역여론을 제대로 전달해 이 사업이 적정하지 않다는 것을 진언해 사업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이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보은군도 군민들에게 소송을 당하는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가 되면 승진에 유리한 자리에 가고, 때가 되면 제 때 아니 경쟁자보다 좀 더 일찍 승진하려고 하는 것이 공무원 속성이어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군수의 지시는 곧 법이나 마찬가지여서 간이 크지 않는 이상 감히 군수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 못한다.

군민들도 마찬가지다. 돈키호테가 아닌 이상 대놓고 군이 하는 사업에 반대의견을 내지 못한다. 농민은 혹시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닐지, 식당하거나 물건을 팔아야 하는 사람은 내 영업에 지장을 받을까봐 비굴하지만 자기의 의견을 스스로 감춘다.

그러니 군에서 보면, 군수가 보면 말없는 군민 다수가 군이 하는 사업에 찬성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뜯어보면 말없는 다수가 묵언이지만 군에 반하는 의견을 갖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요즘 호국원 때문에 논란이 뜨겁다. 구인리 주민과 지주들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군은 조용히 추진 중이고 공무원들은 나서서 호국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개입돼 군민들로부터 돈을 받아냈고 결국은 해산돼 투자원금을 잃게 만든 속리산유통과 강도는 비교안될 정도로 약하지만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보은군의 주장대로 꽃도 팔고 농산물도 팔고 주민 고용창출로 지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면 다른 지역에서도 군침을 흘릴 만한데 왜 다른 지역은 신청을 하지 않았을까?

보은군에서 두 번째로 면적이 적은 장안면에 호국원이 들어선다면 694218㎡(21만평)은 동부산단에 들어가고 892566㎡(27만평)은 호국원과 군립묘지에 들어가게 된다. 장안면의 미래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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