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돌아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05.03 08:42
  • 호수 1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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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행정이 사후구제를 중시하면서 이에 대한 구제절차와 방법이 발달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치유하거나 대책이 될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현대 행정에서는 사전 구제절차가 중시되고 있다.

사전 구제절차로는 입법예고, 행정예고, 사전통지, 청문, 공청회 등이 있다. 이는 행정의사 형성과정에 이해관계인을 참여시켜 행정운영의 공정화, 민주화, 원활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행정이 복잡·다양화되면서 주민과 자치단체간, 또는 주민간 분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조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문이나 공청회가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은군이 처리한 몇몇 사안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사전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보은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중부권 호국원 유치 문제를 비롯해 △2011년 11월 시내버스 노선변경사업 △2012년 2월 속리산유통 청산결정 △2012년 3월 속리산면 중판리 전원마을조성사업 등이 그 예이다.

지난해 11월 보은군은 보은읍내 교통정체를 해소하겠다면 시내버스 노선변경안을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 주민설명회를 하다가 논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읍내 상인들을 중심으로 집단움직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결국 이 논란은 3개월이 지난 없었던 일이 됐고 연구용역비만 날리고 말았다.

속리산유통 해산결정도 마찬가지다. 1천600여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주주총회 당일 해산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주주총회 이전에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해산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듣는 작업을 했으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할 수도 있었다.

3월초 그나마 조용히 넘어가기는 했지만, 중판리 전원마을조성사업 추진도 사전에 문화마을주민들에게 사업설명이 없었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내용을 조정했다면, 검토위원들이 방문하는 자리에서 규탄집회가 열리고 군 공무원들이 검토위원들로부터 질책을 듣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사전에 분쟁을 줄이려는 보은군의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호국원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사전설명을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상혁 군수는 “생각의 차이이다. 사전설명회를 하고 안하고는 장단점이 있다. 주민설명회로 논란이 발생하면 경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답변을 했다.

유치확정 후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나면서 보은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유치반납이라는 최악의 경우에 보은군이 받게 될 타격을 생각한다면 '생각의 차이, 장단점의 차이’라고 넘길 수 있는 일인지 묻고 싶다.

지금은 과거처럼 관선 군수가 일방통행식의 행정을 하던 시대가 아니며, 공무원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하던 시절이 아니다. 지금의 행정은 사전에 충분히 주민들과 접촉하고 설득해야 하는 지방자치, 주민자치시대이다. 

정상혁 군수는 '유신독재시절인 60, 70년대에 공직생활을 해서인지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으로 군정을 추진하는 것 같다. 임기내 성과내기에 급급해 사업을 꼼꼼하게 살피지 못하고 있다’라는 주민들의 지적에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또한 주민들 사이에서 '소위 '떴다 방’식으로 공무원들이 한 건 올려서 진급하고 자리를 옮기면 끝이다’는 지적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호국원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보은읍에서도 구인리 주민들의 입장을 동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군수의 주민소환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민사이에서 주민소환이 거론되는 것이 호국원 유치문제의 부당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난 2년동안 민선 5기가 보여준 주민과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더디게 가더라도 돌아가는 것이 지름길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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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사람 2012-05-08 19:44:57
군민토론회나 청문회를 신문사 주최로 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