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의 무심처럼
느티나무의 무심처럼
  • 편집부
  • 승인 2009.10.15 11:16
  • 호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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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여자중고등학교 뒤 태봉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온갖 잡새와 풀벌레, 짐승들이 살아가고 쉬어가고 놀다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늑하고 부드러운 산이다.

등산로 입구 길옆에는 언제, 누가 심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산을 오르내리는 첫 머리에 마음을 푸르게, 가볍게, 새로운 기운을 주는 어머니 품안과 같이 모든 것을 안고 품어주는 크고 풍성한 느티나무가 있다.

이 느티나무가 젊었을 때는 태봉산 근처 높고 낮은 산천을 호령하며 제왕 노릇을 하였을 그런 느티나무다. 하지만 이제는 늙고 늙어 제 몸 하나, 아니 하나의 잎사귀에 새싹 틔우기마저 힘든 늙은 느티나무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속마저 썩고 썩은 것을 보니 내 나이 66세 보다도 먼저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

그 나무를 군에서는 썩은 속을 채워가며 보호하고 있다.
이 늙은 느티나무가 썩은 부분을 채우지 아니하고 공간으로 비워있을 때 어느 사람이 작은 부처님 불상을 가져다 놓았다. 그런데 며칠 가지 않아 누군가 그 불상을 꺼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산산조각이 나도록 깨어 버렸다.

부처 불상을 갖다 놓은 사람의, 부처를 깨어버린 사람의 잘못된 사상과 욕심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에 바늘 하나, 작은 공기 하나라도 들어갈 틈도 없이 말로만 혹은 글로만 석가와 예수를 믿고 따를 것이 아니라 얄팍한, 싸늘한, 이기적인 욕심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느티나무와 같이 예쁘던, 흉측하던, 건강한 자던, 적던, 크던, 어리던, 늙었던 구별과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무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느티나무의 무심이 되어 간혹 산을 오르내리는 여인들이 느티나무 앞에서 큰 절을 하듯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우리들 이웃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느티나무와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넓은 마음을 크게 나누자.
홍순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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