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가 진정한 관심이다
작은 배려가 진정한 관심이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03.08 09:30
  • 호수 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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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서울 소재 모 봉사단체에서 보은을 방문해 저소득가정 초·중학생 4명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장학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단체회원들과 학생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으려 하자, 학생들이 고개를 돌리거나 숙였다. 3차례 정도 사진을 찍었는데, 매번 같은 모습이었다. 순간 학생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취재요청을 받았고 자료를 남기기 위해 그 모습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 어른들은 웃고 학생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로.

하지만 신문에는 글만 나가고 사진을 빼버렸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에서는 사진과 함께 보도되기를 바랐겠지만, 학생들의 인권이 우선이므로 당연한 조치였다.

지난주 한 공공기관에서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결연을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자료내용을 보면서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사취지에 공감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료와 함께 보내온 보도사진을 보면서 3년 전 일의 경험을 떠올리게 됐다. 이날 자료사진에서 학생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고, 설령 사진을 찍더라도 보도자료에는 글만 보내고 사진은 보내지 않았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참 예민한 시기에 있는 초·중학생들의 경우는 자신과 관련된 비밀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시기이다.

아직은 우리사회가 한부모가정 자녀, 기초생활수급가정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자신의 처지를 터놓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또는 그들을 편견없는 시각으로 바라볼 만큼, 성숙한 사회는 아니다.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고, 미래에는 이런 편견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겠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 놓여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나 언론보도 시에는 철저하게 학생들의 입장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이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른들의 더 많은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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