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세상을 떠난 '옥동자’가 주는 교훈
3년 만에 세상을 떠난 '옥동자’가 주는 교훈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2.03.02 08:58
  • 호수 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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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0일 출범한 농업회사법인 (주)속리산유통이 만 3년을 한달 앞두고 파산했다.
지난 3년동안 속리산유통의 탄생부터 사망까지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이다. 탄생부터 사망까지 군민들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군수와 군의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는 점이다.

3년전 당시 속리산유통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음에도, 이향래 전 군수는 “보은군이 옥동자를 낳았다. 잘 성장하도록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하므로 앞으로 3년간 계속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속리산유통을 옥동자로까지 지칭했다. 또 제5대 보은군 의회에서는 속리산유통의 설립을 승인해주고 속리산유통에 대한 20억원에 가까운 군비 지원을 승인해주었다.

이 전 군수는 경영과 자본의 분리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참석까지 했다.
최대주주인 보은군의 수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대표이사나 이사들이 군수의 의견과 배치되는 소신을 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자금 30억원의 대부분인 28억원을 서울 강남매장을 사고 꾸미는 데 사용하도록 이사회에서 결정이 됐다.

속리산유통의 파산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 서울강남매장의 실패는 1차적으로 김기현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들의 몫이지만,  이향래 전 군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 3년이 지난 민선 5기 정상혁 군수와 제6대 보은군의회는 어떠했나.
정 군수는 취임 후 1년 6개월동안 속리산유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정작 해산절차는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행했다.  지난 2월23일 주주총회에서 정 군수가 밝힌 대로 소액주주들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하면 주주총회와는 별도로 소액주주 모임을 갖고 의견을 물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주주총회는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된 느낌이었다. 해산 찬반토론에서는 해산반대를 주장하는 주주들은 많았지만, 정작 해산찬성입장으로 발언한 주주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거수투표에서는 해산반대가 49명임에 반해 해산찬성 주주가 177명이나 나왔다.

참석한 주주들의 상당수가 주주총회 자료구성이나 동영상자료도 해산을 전제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느꼈다. 청산인으로 결정된 변호사도 미리 주주총회장에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또한 보은군의회는 자신들이 제5대 군의회에서 설립 승인해준 속리산유통이 해산을 앞두고 있는데도, 회사 존속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집행부를 견제하고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해야 함에도 군수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생각이다.

주주총회 전날인 22일 저녁 내북면 이원리 골짜기에서 보은군의회 의원들은 정상혁 군수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특히 행정사무감사와 군정질의를 통해 속리산유통에 대한 지속운영을 수차례 주장했던 의원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군수와 군의회가 협조만 되면 군민들의 의사가 무시된 채, 수십억원의 군비가 들어간 회사 하나가 생겼다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수와 군의원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누가 뽑아 주라고 해서 뽑아주어서는 안되는 자리이다. 충분한 지식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군민의 입장에서 군정을 이끌고 의정활동을 할 사람이 앉아야 할 자리이다.

왜 군수나 군의원의 역할이 중요한 지를, 만 3년을 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옥동자’가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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