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동(개안리)의 봄, 몽유도원으로 극찬
화개동(개안리)의 봄, 몽유도원으로 극찬
  • 편집부
  • 승인 2009.10.08 11:32
  • 호수 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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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개동 뒷산은 용솟음치며 달려온 구병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잠두산(누에머리산)이다. 개안리의 옛 이름인 화개동을 두고 화운 민우식 선생은 몽유도원으로 극찬했다.

약 100여년 전, 마로면 관기1리에 와서 터를 잡고 활동한 화운 민우식 선생이 남긴 속리구곡시가 발견됐다. 화운유고에 담긴 속리구곡시는 1곡 화개동, 2곡 북두문, 3곡 서원촌, 4곡 황애동, 5곡 도치, 6곡 안도리, 7곡 흠앙곡, 8곡 용진, 9곡 삼가동으로 구성됐다.
이번호부터 1곡에서 9곡까지 속리구곡시를 소개하며, 그 경관을 답사한 느낌 또한 함께 싣도록 한다.            - 편집자 주 -

 

속리구곡시

一曲 花開洞(일곡 화개동):
첫째 구비는 화개동이라(지금의 개안리)

一曲花開古洞春(일곡화개고동춘):
첫째구비는 어드매고, 꽃피는 옛 동네의 봄이로다.

三山何處訪仙人(삼산하처방선인):
삼산 어느 곳에 신선이 노는 선경을 찾을까

中有紅流自遠來(중유홍류자원래):
멀리서 복사꽃 물들은 홍류 흘러오니

桃源從此可尋眞(도원종차가심진):
이곳이 바로 도원의 선경이로다.

 

◆구곡시에 대한 상상
이 속리구곡시 중 제1곡으로보다 작자 화운 민우식 선생께서는 어느 해 봄날 화개동을 찾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오염 없고 개발되지 않았던 그 당시 푸른 산과 들, 논과 밭이 자연스럽게 적당히 어우러지고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따라 굽어 도는 오솔길, 그리고 아스라이 안개 속에 파묻혀 희미하게 비쳐오는 화개동.

사람의 눈 모양처럼 쌍갈래의 삼가천과 그 가운데 검은 눈동자를 박은 듯 천년고목이 우거진 소나무 숲.
소나무 숲 사이사이로 피어오르는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민화운 선생께서는 이곳이 바로 진시황이 삼신산에서 불노장생초를 구하고, 안평대군과 양녕대군이 도원의 선경을 꿈꾸었던 몽유도원(겸재 정선 선생이 이 몽유도원도를 그렸다)으로 생각하며 극찬하였던 것이다.

 

◆화개동의 위치와 문화유적
제1곡 화개동은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리로 대전과 청주, 상주에서 찾아올 때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인근에 속리산 IC가 있고, 2km 지점에는 보은 IC가 있어 속리산 IC를 이용하면 약 1분 거리다.
화개동 뒷산(현무)은 용솟음치며 달려온 구병산(일명 와룡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잠두산(누에머리산)이다. 지리학자들은 이 산을 아미산 또는 옥대산이라고도 한다.

이 산 아래에 화개동이 거치실을 안산으로 바라보고, 황경암의 밝은 빛을 받으며 자리 잡고 있다.
화개동 앞을 가로지르는 두 갈래 물줄기는 그 형상이 마치 절세미인이 나비눈섭 밑에 희죽이 미소 짓는 눈 모양을 닮았다 하여 이 마을을 개안리라 이름 붙여졌다.

그 눈동자 위치에 자리 잡은 소나무 섬속에는 한학자이며 지리학자이기도 했던 남헌 선정훈 선생이 지은 99칸짜리 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토담으로 둘러싸인 이 고택은 국가중요민속자료 134호로 지정돼 있다.

또 섬 하단에는 육군 제2201부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화개동 끝자락에는 충북도 지방문화재 자료 제4호인 선동훈 선생의 고택이 자리하고 있으며, 화개동 나들목다리 건너편 작은 송림 옆에는 역시 충북도 문화재자료 제5호인 국당 선준훈 선생의 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99칸 고택 내에는 관선정이 있는데, 이곳에서 많은 선비와 후학을 배출하였고, 섬 남쪽 끝에 배를 매어두는 선착소가 있었다.

이 문화재를 지은 남헌 선정훈 선생을 비롯한 3형제는 구한말의 한학자들로 맏형 남헌 선생께서 집터를 잡을 때에 이 터는 행주형의 대명당으로 낙점하고 장안 뒷산을 돗대봉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또 남쪽 끝에 선착장을 지었다.(여기서 잠깐, 필자는 이 솔밭 섬을 미인의 눈으로 화개뒷산을 아미사로 상상했고, 남헌선생은 행주형에 장안 뒷산을 돗대봉으로 상상했다 하겠다)

▶1곡, 다음호에 계속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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