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 편집부
  • 승인 2012.02.02 10:13
  • 호수 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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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철(농협중앙회 보은군지부장)

5년 전 일이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농협과 YWCA가 룏얘들아 밥 먹자’라는 캠페인을 함께 추진한 적이 있다.

학교 정문에 서서 밥을 먹지 않고 온 학생들에게 김밥이나 떡을 나누어 주는 행사를 하면서 나는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아침밥을 먹지 않고 오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과 학년이 높을수록 더 많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대부분 공부하느라 너무 바쁘다는 것이었다.

또 일부 학생들은 엄마가 직장관계로 너무 바빠서 빵과 우유를 먹고 온다고도 하였고, 여학생의 경우는 예쁜 몸매를 위해서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보다는 그 수단에 더 신경을 쓰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어느 고승이 말한 것과 같이 “달을 바라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사람들은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보더라"는 말과 같다고 할까?

자녀들이 성공하기를 또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우선 튼튼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이 우선이건만 모두들 공부에만 치중 한다. 부모들은 '너를 위하여’라고 말하면서 학원비 벌기만 급급했지 자녀들 건강은 뒷전인 것 같다. 혹 건강에 신경을 쓰는 부모라도 음식보다는 영양제나 비타민제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아이들 역시 룏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한국어보다 영어공부에 더 치중하고 있으며, 우리문화보다는 서구문화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거쳐서 숙성되는 된장, 간장, 김치보다는 페스트 후드를 더 좋아하고 그로인해 비만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성인병들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농협에서는 아이들에게 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지를 체험하기 위해 초등학교에 벼를 심고 기르고 수확하는 일연의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을 체험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농사가 너무 힘들어요. 정말 농민들은 고마운 분들이에요"하며 농민은 물론 밥을 해주는 어머니나 조리사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보았다.

역시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고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제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며 '비교우위론’를 내세우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노동집약적인 공산품을 수출하고 농산물은 값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훨씬 우리하다는 것이다.

경제논리 면에서는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끔 경험하는 흉년 시 농산물 가격 폭등을 보면 잘 알 것이다. 근래 태국이나 베트남 등의 홍수로 인해 국제 곡물가격이 출렁이는 것을 보면 식량만은 남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지금까지 각 기관 단체별로 실시해 왔던 식생활 교육이 민간이 주도가 되어 범국민네트워크를 구축 중에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올바른 식생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전통문화를 살리고 가정의 중요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또 농어촌이나 식품제조 공장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식생활의 중요성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고 있다.

5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를 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하여,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올바른 식생활을 교육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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