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다들 고생 많았슈"
“1년간 다들 고생 많았슈"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2.01.18 22:51
  • 호수 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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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사랑 한글학교 총회, 임재선 대표 재임
김옥환 학생회장 재임, 최이화 부회장 선출
▲ 흙사랑 한글학교 총회에서 할머니 학생들이 임원으로 선출된 임재선 대표, 김옥환 학생회장, 최이화 부회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행동하는 주민의 힘! 흙사랑 한글학교 총회를 열기로 했던 지난 16일. 오전 10시에 하기로 했던 총회는 어머니들의 지각으로 11시로 늦춰졌다.

뽀얀 분칠에 붉은 립스틱으로 연지를 바르고 며느리가 사준 예쁜 부츠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치장한 임재선(70) 흙사랑 대표님이 꼴찌를 기록한 가운데 총회가 시작됐다.

“대표님 인사말씀 하세요"라는 박옥길 사무국장의 진행에 “허겁지겁 왔는데 무슨 인사말을 하느냐"고 일단 빼고(?)난후, "그동안 공부하시느라 어머님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박옥길 국장님도 없는 살림에 학교 이끌어나가느라 고생했구요…"라고 두 문장에 마음을 다 담아 인사했다.

한글학교의 어려운 사정을 다 아는 어머니들은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든든한 마음을 담아 박수를 힘껏 친다.

지난해 흙사랑 한글학교는 전국 문해학교 글쓰기대회 참가, 임재선 흙사랑 대표의 오장환 문학제 차하 수상, 대추축제 10일간 월세 마련을 위한 이동슈퍼 운영 등 한글교실 외에 많은 사업을 전개했다.

임원선출 차례에서 어머니 학생들이 2년간 대표를 맡았었던 임재선 어머니를 다시 대표로 지목하자 임재선 대표는 “우리집 아저씨가 오늘 꼭 대표 떼버리고 오라고 했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어머니들은 2년간만 다시 맡으라고 우겼다.

학생회장 선출에서도 현재 회장인 김옥환(74, 보은 수정) 어머니가 다시 호명되자 “우리집 아저씨가 아파서 간호하기도 바빠요. 다른 사람을 하면 좋겠다"고 하고 최이화(68, 보은학림) 어머니는 “나는 나서서 이끌고 나가지 못한다"고 뒤로 빼고….  결국 김옥환 어머니가 다시 학생회장을 맡고 최이화 어머니는 부회장을 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2년 임기로 흙사랑의 얼굴이 된 임재선 대표, 김옥환 학생회장, 최이화 부회장은 부족하지만 또 이렇게 맡겨주시니까 더 열심히 어머니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글날 글쓰기 대회 출전, 문화예술진흥원 공모사업 자서전 쓰기에 임재선 어머니와 김옥환 어머니가 응모하는 사업계획 등을 의결한 이날 총회를 끝으로 1월31일까지 방학하고 2월1일 개학해 2012학년도를 시작한다. 김옥환 학생회장은 학년말 책걸이 기념으로 떡을 해와 어머니들에게 선물했다.

한편 흙사랑 한글학교는 민예총, 띠 모임인 볕들날, 민들레희망연대의 단체후원과 15명의 개인 후원과 가르침을 담당하는 주야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총 50명의 어머니들이 한글공부와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

농번기에도 빠지지 않고 나와 문장도 만들고 받아쓰기도 하고 책도 읽으며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는 할머니 학생들은 자기 삶의 자존감과 주체성을 형성하며 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한 걸음씩 한걸음씩 세상을 향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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