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과 아이의 눈물
현수막과 아이의 눈물
  • 박상범
  • 승인 2009.10.08 10:54
  • 호수 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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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학교를 가다말고 엄마에게 울면서 목이 메인 목소리로 전화를 합니다. "엄마, 아빠가 뭘 얼마나 잘못 했길래, 사람들이 아빠 욕을 심하게 하느냐?"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버지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감정을 자제하며 말을 합니다.
"사람들이 아버지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가 있어서 일어난 일이다. 아빠는 욕먹을 짓 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누구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모든 것을 감쌀 수 있는 하늘같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적 않는 바위같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해도 내 아버지는 절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신과 같은 사람'으로 아버지를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내 아버지가 마을사람들로부터 '미친개' 소리를 듣고 '자결'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이상의 내용은 추석 전 보은군의회 박범출 의원과 자녀사이에서 일었던 일로, 지난 9월23일 회남면 사회단체들이 '정당에는 충견, 군민에게는 미친개', '농업발전 저해하는 군의원은 자결하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것이 발단이 됐다.

설령 박의원이 미친개 소리를 듣고 자결해야 할 만큼 잘못을 했다하더라도 중학생 아이가 학교가다 말고 울도록 현수막을 그렇게 만들었어야 했는지 회남면 사회단체에 묻고 싶다.

또한 자기자식들에게 자신들이 '미친개'로 몰리고, '자결'을 해야 할 대상으로 비춰져도 감내 할 수 있는지, 자식들 앞에서 현수막을 내건 행동이 정의롭고 당당한 행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묻고 싶다.

비록 2~3일만에 철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아이의 마음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남았을 것이고, 또래 친구들에게 회자될 수 있을 충분한 기간 동안 걸렸다.

자식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지나친 현수막 내용에 대해 심사숙고 했어야 한다.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현수막을 걸었던 회남면 사회단체들은 '미친개','자결하라'라는 현수막에 대해 박범출 의원을 비롯한 군의원들과 박의원의 자녀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자녀를 둔 부모로써 도리이다.

또한 현수막의 내용이 명예훼손 및 모욕죄는 물론이고 행정법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5조 2항 '금지광고물'에 해당될 수 있는 사안으로 사법기관에 고발되면 처벌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은군과 옥외광고물협회에서는 앞으로 현수막 제작시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인지,  실정법에 위반될 여지는 없는지에 대해 사전검토 방안을 강구해 이런 일의 재발방지에 노력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일을 계기로 보은에서 더 이상 직접적인 관련도 없으면서 자신과 단체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현수막을 내걸고 사회상규를 벗어나는 내용으로 주민들을 자극하는 비이성적인 행동들이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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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기자 2009-11-12 11:18:40
이성*님의 관심에 감사드리며, 답글을 적습니다.
이 기사는 제가 취재를 하면서 보고느낀 것을 쓴 기자수첩으로 저의 감정과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기사입니다. 대통령을 비아냥거리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미친개, 자결하라'라고 했다면 국가원수모독죄에 해당 될 듯하며, 군의원들에게도 이런 심한 표현은 삼가해야 겠지요! 도덕적으로 완벽한 것하고 잘못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요?

이성* 2009-11-07 22:03:30
이미 자본과 결탁하여 편집권도 없는 보은신문과는 달리 평소 지역민을 위해 공정보도에 앞장서시는 귀사 기자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사는 사실과 논리를 요하는 사안을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호도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보입니다. 대통령을 쥐박이, 이메가라고도 하는데 그럼 그 자식들 생각은 해보셨나요. 정책사안을 이런 가족적이고 감성적 논리로 접근은 좀? 기자님은 도덕적 법적으로 완벽하신가요?

관심자 2009-10-08 12:35:50
아이를 키우는 한 사람으로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주시는지. 반성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