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보아라!
며느리 보아라!
  • 편집부
  • 승인 2011.12.29 10:26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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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와 어린이재단이 함께하는 다문화가정 생활수기 공모에서 11월 24일 우수상을 수여한 수기로 보은읍 노티리 박수자(농업)씨가 베트남 출신으로 국적을 취득한 며느리 남주희씨에게 보낸 편지이다.
남주희씨는 현재 보은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요즘 날씨도 추운데 일을 한다고 고생 많지 막상 너에게 편지를 쓰려니 무슨 말부터 써야 될지 모르겠다.
네가 한국 땅에 발을 디딘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다 되어가는구나 참 세월 빠르지?
이제는 애기 엄마가 되어 어여쁜 공주까지 있고 이곳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처음에 와서는 언어부터 환경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어도 무던히 참고 열심히 배우는 며느리가 되어줘서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몰라!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있어 편지로나마 하게 되었구나. 이것도 며느리를 만난 행복이라고 할까!
너를 처음 우리 집에 데리고 왔을 때 동내 아줌마들이 색시 구경한다고 날마다 오셨지 그 때 아줌마들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너의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저녁 잠자리에서 소리 없이  매일 운다는 말을 너의 남편으로부터 얘기를 들었을 때 이 엄마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르지!
저 어린 것이 부모 형제가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울까!
속이 깊어 겉으로는 내색도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많이 울었지. 그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하겠니. 그리고 딸아이를 낳을 때 겁에 질려서 수술실로 들어가는 너의 모습 수술 마치고 병실에 들어와서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입술만 꼭 깨물고 참는 너의 얼굴 얼마나 힘들고 아플까 지금도 생각 하면 엄마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단다.
이럴 때 친정엄마 같으면 아프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울기라도 할 텐데 시 어머니라 내색도 못하고 그 어려움을 참고 또 참고 잘 견뎌준 어린 며느리 정말 장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고 싶었어.
그때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못했지 정말 장하다 우리집 큰 공주!
“엄마가 항상 말했지, 우리 집에는 두 공주를 데리고 산다고 얼마나 예쁘면 공주라 하겠어!" 그래서 엄마는 행복하단다.
그런데 며느리를 너무 너무 고생 시킨 것 같아 남경이 키우며 과수원 일에 집안일에 다문화 강사일에 그리고 밤에는 공부까지 하라는 시어머니 많이 미웠지?
다문화센터로 공부 다닐 때도 “엄마 나 공부 어렵고 힘들어서 안할래! 식당 보내줘" 하며 울먹이던 너를 볼 때 엄마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몰라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그래도 식당은 아니다 싶어 공부를 시킨 거야.
엄마가 몇 번을 말했지 첫 발을 잘 디뎌야 된다고 기억나니 그래서 밤에 너를 붙잡고 공부를 가르쳤지 졸려서 수없이 하품을 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지만 해야 되겠기에 고생을 시킨 거야.
그래도 참고 잘 따라줘서 고맙지 사실은 엄마도 하품 나고 힘들었다.
엄마 힘든 것은 괜찮아 항상 마음 아픈 것은 너 고생하는 것 부족한 남편 만나 많이 힘든 것 같아서 그래도 모든 것을 감소하고 이해하고 살아줘서 너무 고맙고 매일 안아줘도 너에게는 부족할거야 고맙다. 그리고 고생하며 타는 월급 매달 30만원씩 주며 엄마 조금 드려서 미안해요. 하는 너의 그 마음 너무 기특하고 예쁘단다. 다음에 엄마가 다 돌려줄게!
그리고 엄마는 우리 며느리 믿는다.
작은 공주 잘 키우고 행복하게 잘살 것을 그리고 우리 큰 공주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제 할 도리를 다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며느리 앞으로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지금처럼만 살자.
우리 며느리 사랑한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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