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래 전 군수의 재판 취재를 마치며
이향래 전 군수의 재판 취재를 마치며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12.01 09:53
  • 호수 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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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리부동
표리부동(表裏不同). 국어사전에는 이 사자성어에 대해 '마음이 음흉하여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해석되어 있다.

지난 11월 24일 대법원이 상고심 선고공판을 함으로써 이향래 전 군수에 대한 뇌물수수, 정치자금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이 모두 종결됐다. 지난해 6월 11일 청주지법에서 1심이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모든 재판이 끝난 것이다.

기자는 대법원의 선고공판을 제외한 1심 1차 공판부터 시작해 대전고법의 2심 2차 공판까지 모두 14차례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짧은 재판은 1분짜리도 있었으며, 긴 재판은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재판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이 전 군수를 바라보며 권력의 무상함(불명예스러운 군수퇴임), 세월의 무상함(대장암 투병) 등을 느끼며 동정심까지 생겼다. 암투병으로 인해 머리카락은 빠지고 얼굴은 검은 빛을 띠고 죄인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 전 군수를 바라보면 누구나 기자와 같은 동정심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정 밖에서의 이 전 군수 모습은 이와 사뭇 달랐다. 재판을 방청하러온 측근 및 변호인들과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웃음소리를 내며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이용희 의원 아들로부터 정치자금 1천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병합되면서 재판을 방청하러온 이 의원 내지 이 전 군수의 측근들은 더욱 늘었고, 이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과거 현직 군수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전국에 보은의 이름을 실추시킨 죄인으로서 반성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가 없었다.

재판정을 찾아온 측근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하는 생각도 잠시 가졌다. 하지만 법원에서의 모든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축협조합장 선거, 군의원 보궐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보은대추축제 개막식, 보은군민체육대회 등의 행사에 나타나 주변 사람들과 환한 모습으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재판정 안에서 잠시나마 측은한 마음을 품었던 것이 후회가 됐다.

 

◆자중자애
자중자애(自重自愛), 말 그대로 스스로를 무겁게 하고 아끼라는 말이다. 중국의 '사기’ 난포열전에서 유래가 된 이 사자성어에는 표면적인 뜻 외에도 '품위를 지켜 말을 삼가고 행동을 신중히 하다’라는 속뜻도 담겨있다.

이향래 전 군수와 관련된 모든 재판은 끝났다. 더 이상 재판정 안과 밖에서 표리부동한 이 전 군수의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지을 일도 없어졌다. 다만 이 전 군수가 현직에 있으면서 저질렀던 범죄가 이것밖에 없었는지,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승진인사 및 군 발주사업 등에 대한 의혹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하다.

당시 검찰관계자는 “수사해볼 몇 가지 혐의점은 있지만, 군수선거 불출마선언을 하고 대장암이 재발해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다"라며 수사 확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사 확대를 하지 않은 이유가 정치 중단선언과 투병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향래 전 군수는 10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여전히 주민사이에서 이 전 군수의 재직기간인 2006년 6월부터 2010년 6월까지를 '잃어버린 4년’, '돌이키고 싶지 않은 4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재선을 위해 여러 면에서 무리수를 두다가 이렇게 추락하고 말았다’,'재판도 끝나지 않았는데, 저렇게 돌아다녀도 되냐’ 등의 비판도 여전하다. 이 전 군수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

이제 이 전 군수는 정치에 관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고, 전직 군수로서 말을 삼가고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남은 인생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던 인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모범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보은군수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보은군의 이름을 전국에 먹칠한 대가를 치르고 군민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앞으로 이향래 전 군수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기대하며, 자중자애(自重自愛)하며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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