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소풍
  • 김경순
  • 승인 2024.03.28 09:41
  • 호수 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니스트 김 윤 이
산외면 대원리

대원리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는 보나팜영농조합법인은 보은군에서 주관하는 제2차 신활력사업 액션그룹에 선정되었다. “소풍”(소담한 밥상, 풍경 있는 하루)이라는 주제로 건강한 제철음식을 먹고, 돌담과 연꽃정원이 예쁜 마을을 걸으면서 수제차와 커피를 마시는 워킹카페(Walklng Cafe)라는 나들이를 즐기며 힐링 하는 체험을 구상했다. 
우리는 자주 모여 회의를 하고 각각 담당을 나누어서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옷과 패브릭 소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룹별로 선진지 견학을 여러 군데 다녔다. 그동안 바빠서 다닐 여력이 없었는데 짬을 내어 가까운 곳에서 체험을 잘하고 있는 곳이나 민간정원을 잘 꾸며놓은 곳에 찾아가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우리가 수용할 부분은 무엇인지, 상황에 맞게 개발할 부분은 무엇인지 찾는 시간을 가졌다. 
신활력사업을 개발하고 시범 운영해야 하는 시간이 두 달 여밖에 안 되어서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우선은 기간이 겨울과 꽃샘추위로 넘어가는 추운 시기여서 마음껏 소풍을 즐기기엔 힘들었다. 그래서 음식을 싸가지고 나가기보다는 실내에서 먹고 나가는 것으로 구상했다. 그리고 최대한 보나팜에서 생산하고 있는 농산물을 이용해서 메뉴를 개발했다. 발효사료와 자가사료를 주로 먹이는 보나자연유정란과 무농약 쌈채소, 우렁이농법으로 농사 지은 무농약 쌀, 국산 참깨와 들깨로 직접 짜낸 참기름과 들기름뿐 아니라 농사 지어 말린 시래기, 수제 유자청 등 주로 우리가 직접 만들고 생산한 재료로 메뉴를 짜고 개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체 품평회를 해서 빼야 할 것은 빼고, 새로이 메뉴를 추가하기도 했다. 달걀말이는 케일을 갈아 색을 내어 초록 달걀말이로 만들어 보고, 무농약 쌈채소로 쌈과 알록달록 색깔이 예쁜 샐러드를 만들어 눈으로도 먹을 수 있게 하였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소풍을 나가서 먹는 샌드위치도 여러 가지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았다. 치킨 샌드위치, 당근라페 샌드위치, 에그 샌드위치, 오이 샌드위치 등등. 결국 밥을 풍성하게 먹고 나가기 때문에 소풍 간식은 간단하게 하자는 의견이 있어 보나팜 유정란으로 직접 만든 마요네즈와 레몬커드, 무농약으로 키운 루꼴라를 페스토로 만들어 오이와 함께 먹는 샌드위치를 싸서 나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케일과 사과, 바나나와 우유를 넣고 갈아 만든 케일라떼도 만들어 걷다가 힘들 때 마실 수 있게 하였다. 
세 번의 시범운영을 하면서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건강하고 소담한(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는 뜻) 밥상이 너무 맛있고, 대접 받는 기분이었다고 하였다. 감동 그 자체였다고 했다. 그 한 마디에 그 동안의 수고가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밥상이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소품 담당자들은 여러 가지 패브릭 소품을 만들었다. 단체 유니폼이 된 앞치마와 조끼, 수를 놓은 린넨 커튼, 수저 놓는 면 받침대, 소풍 나들이옷 등을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더욱 풍성하게 “소풍”을 채워주었다. 
여러 의견을 합의해서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누구 한 명이 끌고가는 사업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모아 진행해 나가고,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전개해 나가는 사업이었다. 단순히 지원금을 받아 한 번 해보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실제로 해보면서 우리의 의도와 다른 반응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 있는 분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볼 수 있었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주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조금씩 선명해져 갔다. 그리고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은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번의 시범 운영 가운데 두 번은 날씨가 추워서 풍경 있는 마을을 걷는 일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 천천히 걸으며 풀과 꽃들의 속삭임과 돌담이 건네는 말을 듣고, 건강하고 소담한 음식으로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소풍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분주한 일상으로 지치고 피곤한 이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어갈 수 있고, 마음 한 켠이 따스해져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산수유는 물론 목련과 개나리, 매화와 앵두화, 벚꽃과 수선화가 꽃을 피우는 봄이다.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리며 일하고 수고한 일상을 내려놓고 어디든 봄소풍을 다녀오면 어떨까?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오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