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나의 길(2)
(25) 나의 길(2)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3.28 09:40
  • 호수 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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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수
속리산면 거주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3.1절을 맞아 되돌아본 시인의 길은 마침내 1945년 8.15 해방까지 이어져왔다. 누구보다도 간절히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던 시인이었다. 그런데 해방의 기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오랜 고통과 절망의 끝이 말끔히 정리되기도 전에, 시인의 시에 울음이라는 시어가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시에서 울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인의 길을 따라 다양은 의미로 반복되고 있다. 기미년 만세 때의 어린애 본능으로의 울음, 동경 유학 시절의 울음 그리고 해방을 맞이한 후의 울음까지. 시인의 길, 시인의 삶을 관통하는 이미지로 표현돼있다.

8월 15일
그 울음이 내처 따라왔다.
빛나야 할 앞날을 위하여
모든 것은
나에게 지난 일을 돌이키게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울음뿐이다.
몇 사람 귀 기울이는 데에 팔리어
나는 울음을 일삼아 왔다.  (1946년 작, 「나의 길」후반부) 


해방 직후의 어수선한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항일투쟁 이후 이념적 혼란도 시인에게는 풀기 어려운 문제였을까? 시인이 가야 할 길,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쉽게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찾아 앞서가는 밝은 언행의 동무들에게 답을 찾아내었던 모양이다. 시인의 길은 다시 이어진다.

그리하여 나는 또 늦었다.
나의 갈 길,
우리들의 가는 길,
그것이 무엇인 줄도 안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물음에 나의 대답은 또 늦었다.

아 나에게 조금만치의 성실이 있다면
내 등에 마소와 같이 길마를 지우라.
먼저 가는 동무들이여,
밝고 밝은 언행의 채찍으로
마소와 같은 나의 걸음을 빠르게 하라.  (같은 시, 끝부분)


시인의 시는 여기까지지만 시 바깥의 시인의 길은 더 이어진다. 남북으로 나누어진 민족의 통합을 위해 문학과 문학 바깥의 현실 참여를 통해 뜨거운 목소리 내던 시인의 육성은 당대의 어떤 문인의 그것보다 당당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총선을 앞둔 작금의 시대 상황을 살아가는 필자의 심정에 까지 그 울림이 닿는다. 시인은 해방된 조국이 주권 재민의 통일된 정부가 수립되기를 염원하였다. 야만과 굴종과 식민의 아픔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는 이 전복된 정의와 오용된 주권의 조국을 보여드리면, 시인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실까. 조국을 구하는 어떤 뜨거운 시어를 던져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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