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농업위기 시대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다 - ② 유재철 보은군대추연합회장
기후재앙 농업위기 시대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다 - ② 유재철 보은군대추연합회장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03.21 09:59
  • 호수 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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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박피(環狀剝皮) 대추 얻기 위한 과정, 올해 6월초부터 박피해야

냉해, 폭우와 폭염, 가뭄, 고온,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인해 작물을 재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매년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로 인해 농가소득 하락은 물론 농업기반 붕괴우려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먹거리 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본보는 기후위기로 인해 농작물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군내 주요농작물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앞에 위태롭게 서있는 농민 작목회장의 목소리를 담는다.<편집자의 말>

유재철 회장이 환상박피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유재철 회장이 환상박피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보은대추는 승승장구했다. 경산, 밀양, 논산을 대추의 주산지로만 알고 있었던 국민들에게 달걀만한 크기에 당도가 높고 맛있는 보은생대추 등장은 대추의 신세계를 보여줬다.
이렇게 대추는 보은생대추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 대추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보은생대추는 대한민국의 대추역사를 새로 썼다. 일부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보은생대추는 보은군에서 가장 자랑할만한 대표 농산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보은대추도 기후재앙, 이상기후, 온난화 등으로 인한 피해를 속수무책 고스란히 입고 있다. 최근 2, 3년전 부터는 기후재앙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대추열매를 얻기 위해 나뭇가지를 칼로 도려 상처를 낼 정도다.
올해도 기후위기는 예견된다. 지난 겨울엔 한여름 장마처럼 비가 내렸다. 냉해 등으로 하도 이상기후가 많이 발생하자 일기예보에 민감하다
대추작목은 이상기후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사단법인 보은군대추연합회 유재철 회장을 통해 들어봤다.
기후위기의 직격탄은 대추생산량 감소로 나타났다. 보은군대추연합회는 대추수량 확보를 이해 대추교육이나 작목반 회의 때마다 환상박피를 종전보다 더 빨리 시행할 것을 안내해왔다.
대추는 3차에 걸쳐 꽃이 피는데 꽃피는 시기가 6월 15일 경부터 시작해 한달 정도 계속되는 장마기와 겹친다. 장마철엔 수분과다로 꽃이 그대로 떨어지거나 수정을 해서 열매를 맺더라도 과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엔 장마기가 과거와 달리 5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되고 또 장마기가 길어서 고온다습 시기를 피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2, 3년간 이같은 일기로 대추열매를 얻을 수 없었다.
보은대추의 생산량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는데 2021년 2천468톤→2022년 1천467톤→2023년 1천톤 정도에 불과했다. 21년 대비 23년 생산량은 60%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대추 물량 감소는 보은대추축제에도 영향을 끼쳤다. 종전에는 축제장에 나올 차례가 아닌 농가는 도로변 등 교통요충지, 사람이 많이 모으는 곳에 전을 펴서 생대추를 팔았을 정도로 생산량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물량이 없어서 축제부스도 한산했다. 2017년 97동의 부스를 운영했었는데 지난해는 38동에 불과했다. 읍면 작목회에서 의무적으로 돌아가며 축제장에 나오게 했을 정도였다. 
유정철 회장은 “물량이 이 정도로 줄었는데 이 만큼이라도 대추물량을 확보한 것은 환상박피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피는 대추나무 가지의 껍질을 칼로 도려내 세포를 끊는 것이다. 이같이 해를 입히면 나무가 생을 다했나 보다라고 받아들이고 의식적으로 자손을 남기기 위해 열매를 많이 맺는다는 자연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박피를 해도 3, 4일만 지나면 다시 붙기 때문에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는 1차 환상박피를 해도 원하는 정도의 대추열매를 얻지 못하자 3~4회 많게는 7~8회 이상 박피를 해서야 겨우 대추 물량을 얻었다 그럼에도 원하는 만큼의 대추수량을 얻지는 못했다.
유재철 보은군대추연합회장은 “올해는 농업기술센터, 대추연구소, 대추연합회에서는 농가에 박피가위를 제공하고 6월초 환상박피를 하는 것으로 교육했다”고 밝혔다. 또 “3차에 걸쳐 개화하지만 1차 개화기에 대추를 많이 얻기 위해 종전보다 20일이상 앞당긴 6월 5일이내 환상박피를 한다고 농가가 정보를 교류했다”고 말했다.
또 대추 수량을 얻기 위해 밀폐하우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밀폐형 하우스는 대추과원의 온도를 높임으로써 장마기가 되기 전 대추꽃을 피게 하는 개화기 조절로 일조량을 확보하고 수정을 하게 함으로써 대추열매를 안전하게 맺게할 수 있다.
그러나 밀폐형 하우스는 시설 운영에 따른 어려움이 따라 기술력이 없는 경우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밀폐하우스 내부는 금방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자주 개폐를 해야 하고 또 시들지 않도록 물을 줘야 하는 등 관리를 잘해야 한다. 때를 잘못 맞춰 단 10분 늦게 하우스를 얼어도 하우스 안의 온도가 크게 올라서 대추를 폭삭 삶을 수 있고 이파리도 말리는 등의 폐해를 입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보조가 되더라도 농가 자부담이 큰 것. 하우스를 개폐할 수 있는 밀폐형이 대안이긴 하지만 농가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유재철 회장은 밀폐형에는 장마기 등 일조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인공광을 주기 위한 전등을 설치해 시험재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깻잎하우스에 전등으로 인공광을 비춰주는 것과 같은 그예로 보인다.
농작물은 자연채광으로 탄소동화작용을 해야 하는데 최근엔 이상기후로 인한 잦은 비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해서 농작물이 익지 못하는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대추도 자연채광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하우스 안에 전등을 설치해 인공광을 쏘여주는 시험재배를 하고 있는 것.
아직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깻잎농장을 보면 대추농장에서도 인공광으로 대추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책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전 농장에 적용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계속 모색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보은을 대표하는 보은대추도 그만큼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 
공산품은 생산자가 가격을 정한다. 제품에 소요되는 자재값이 오르면 소비자가격을 올린다. 하지만 농산물은 농민들이 생산자임에도 가격은 도매인이 정한다. 농민이 그 물건을 생산하는데 원가를 얼마나 투입했어도 도매인은 가격을 정할 때 농민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다. 가격이 너무 낮아 수확하는 비용도 건질 수 없으면 밭에서 갈아엎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보은대추는 농민들이 가격을 정한다. 아마도 유일한 작목이지 않을까.
유재철 회장은 대추만큼 소득을 얻는 작목이 없다며 최근 12㏊이상 재배면적이 늘었다”며 대추작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품질을 향상시키고 농가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여러차례 하는 것도 보은을 대표하는 작목인 보은대추의 우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 오는 4월에도 문화예술회관에서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올겨울엔 날씨가 좋아서 2개우러 정도 미리 가지 전정을 끝내고 퇴비도 다내고 농사를 준비를 마친 유재철 회장은 개화기 고온다습 피해 없이 잘 지나가 그동안 부족했던 물량을 다 보상받을 정도로 맛있는 생대추가 주렁주렁 달리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보은군대추연연합회는 64개 작목반 1천3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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