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
책 읽는 즐거움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3.21 09:30
  • 호수 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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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철 순
시인
마로면 관기약국

나는 매일 책을 읽는다. 그 즐거움을 멈출 수가 없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스트레칭 조금 하고 녹차 우려낼 물 끓이고 나면 25분 쯤 지난다. 그때부터 녹차를 마시며 책을 본다. 녹차는 3번 정도 우려 마신다. 그게 첫 하루의 시작이다. 
한 권의 책을 한꺼번에 다 읽는 것이 아니라, 두 세권의 책을 나누어 읽는다. 인문학책 조금 읽고, 시집도 읽고, 동시집을 읽는다. 읽은 만큼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그 다음날 또 나머지를 읽는다. 그게 나만의 책 읽는 방법이다. 동시집은 한권을 다 읽고, 시집은 부로 나누어 읽고, 인문학 책은 그때 그때 다르다. 곱씹어 읽어야할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캄캄하던 밤은 서서히 물러가고 아침이 밝아온다. 그렇게 혼자 맞이하는 아침이 참 좋다. 7시가 되면 책읽기를 멈추고 동동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책읽기를 좋아한 것은.
아마도 막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혼자 있는 심심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책을 읽은 것 같다.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이다. 심심한 것도 이유지만 늘 공부를 더하지 못한 것에 한이 맺혀있었다. 그렇게라도 책을 읽으며 그 한을 풀고 싶었는지 모른다. 
가난한 농부였던 부모님은 중학교밖에 나를 가르쳐주지 못했다. 육남매를 가르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농사거리밖에 없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그 시절엔 그런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교를 가르쳐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밭을 매는 부모님에게 울면서 떼쓴 일이 후회가 된다. 보내주지 못하는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철이 없어  그 때는 부모님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혼자서 낮에는 일하고 야간고등학교라도 다니겠다며 서울로 올라갔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그때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그렇게 꿈도 이루지 못하고 반항처럼 일찍 결혼하고 아이 셋 낳아 기르고, 그래도 마음 한쪽에는 늘 배우지 못한 한은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시로 쓰게 되었다. 그냥 혼자 쓴 게 아니라 백일장을 다니며 시를 쓰고 상을 타며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처음엔 보은백일장에서 장원을 그 다음은 충북여성백일장에서 장원을 그리고 서울 전국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고, 지용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또 두 곳의 신문사에서 신춘문예 당선까지 각종 영광을 누렸다. 신춘문예 당선 통보를 두 곳에서 받았을 땐 너무 벅차서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도 배우고 싶은 갈증은 풀리지 않아 고등학교도 가고, 문예창작 전공으로 대학교도 마쳤다. 배우고 나니 별 거 아닌 것을 왜 그리 마음 아파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책만 봐도 될 것을.
인광그룹 김상문회장님이 고향의 문화발전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을 짓는다고 한다. 그 분 또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자수성가한 분으로 경영철학이 학습과 독서일정도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분이라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북카페에 가서 느긋하게 책을 보며 차를 마실 생각을 하니.
책을 보다 심심해지면 가끔 지인을 불러내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리라. 아침엔 집에서 책을 읽고, 낮에는 북카페로 출근을 하리라. 집에 없는 책을 골라 읽고, 또는 글을 쓰기도 하면서.
이만하면 나의 노후가 멋지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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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선 2024-03-21 14:17:05
작가님의 생활이 눈앞에 그려져 흐뭇합니다
매일 설레이는 마음의 삶이라니요..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