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후재앙 농업위기 시대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다 -①사과
[기획특집] 기후재앙 농업위기 시대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다 -①사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03.14 10:34
  • 호수 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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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진 보은사과발전협의회장
"수년째 계속되는 재해, 너무 힘들어요 올해는 제발…”

냉해, 폭우와 폭염, 가뭄, 고온,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인해 작물을 재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매년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로 인해 농가소득 하락은 물론 농업기반 붕괴우려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먹거리 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본보는 기후위기로 인해 농작물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군내 주요농작물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앞에 위태롭게 서있는 농민 작목회장의 목소리를 담는다.<편집자의 말>
 

보은사과발전협의회 최왕진 회장과 부인이 막바지 사과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은사과발전협의회 최왕진 회장과 부인이 막바지 사과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농사는 가을철 수확을 하면 이듬해 고추모 이식이나 모내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농한기를 보냈다. 12월부터 2월까지 동면기를 보내며 9개월간 일하느라 힘든 농업노동으로부터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러나 최근의 농업은 농한기가 없다. 굳이 있다면 12월 한 달 정도. 모가 자라는 논이나 콩팥이 차지하는 밭에 푸른기가 없을 뿐 농민들은 이듬해 더 나은 농산물을 수확하고 소득을 얻기 위해 교육도 받고 현장실습도 하고 과수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거름도 내고 나무 밑동이 터지지 않도록 페인팅 작업을 하는 등 본격 농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한다.
동면 없는 시기를 보내며 막바지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최왕진(55, 삼승 천남3리) 보은사과발전협의회장을 지난 2월말 현장에서 만났다.
부부가 함께 늦게까지 사과나무를 살피면서 고품질에다 많은 수량의 사과를 얻기 위한 가지를 잘라내고 있었다.
최왕진 회장은 올해 사과에 거는 기대가 더욱 간절했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사과농가는 수년째 계속되는 냉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냉해피해로 사과열매를 얻지 못했는데 손에 잡을 정도의 적은 물량 마저 햇빛 데임현상, 고온다습으로 인한 탄저병 등이 창궐하면서 온전한 사과 한 알 얻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내다팔 사과가 없으니 농민들은 자재비도 갚지 못해 대출을 받아서 갚는 농민도 있습니다. 다달이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수입없는 농민들은 올해 사과농사를 짓기 위해 또 대출을 받고 있는 현실에 한숨만 나옵니다. 가격이 좀 싸게 나와도 좋으니까 올해는 냉해피해 등 제발 큰 재해가 없기만 바랍니다.”
최왕진 회장은 피해를 크게 입는 동상해 피해를 방지를 위해 농민들도 방상팬, 미세살수장치 등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상팬은 기름을 때서 바람개비를 돌려 서리가 과수나무에 앉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면세 적용이 안돼 농가 부담이 커서 이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세살수장치는 관정지하수를 퍼올려 나무에 뿌리는 것인데 만약 지하수 부족으로 물이 올라오지 못할 경우 그대로 얼어버려 재해가 더 커질 수 있어 이 또한 농민들이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그래서 많은 농가에서 촘촘하게 짜인 망을 설치하는데 망이지만 햇빛 차단으로 햇빛데임도 줄이고 과일을 쪼아먹는 조수피해를 막고, 서리가 과수나무에 앉는 것을 차단하는 작용도 있어서 농민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기상이변은 벌써부터 체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엔 늦게 수확하는 부사는 당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종종 이른 서리가 내린 후 수확했으나 지금은 11월 4, 5일 늦어도 10일 안쪽으로 수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늦으면 얼어서 저장성이 없고 품질이 떨어져 빨리 수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작업도 동해피해가 커서 겨울에는 전지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12월 중에 전지작업을 했었는데 전지한 나무의 단면이 얼면서 피해를 많이 봐 구정 지나고 영하 5도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상온도 영상 5, 6도 정도되는 시기가 돼야 전지작업을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고온다습으로 인한 탄저병 피해확산도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고온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지난해는 홍로사과에서 탄저병이 확산되면서 수확을 거이 포기할 정도였다며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 회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피해항목에 냉해는 포함됐는데 탄저병은 피해가 큰 병인데도 적용대상이 아니라 농가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농작물재해보험 보상에 탄저병 항목이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냉해의 보험적용을 위해서는 초기 현장조사 뿐만 아니라 수확직전 과수원 전체를 조사해서 실제 피해상황을 반영한 보험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냉해를 입은 경우 과일이 달려도 따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두는데 이는 이듬해 사과농사를 위한 것이라며 정상과로 성장하지 못해 판매하기 어려운 기형과인데도 과일을 달아놓은 외형만 보고 보험적용시 차감한다며 농민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자연재해로 인한 어려움 외에 인력 확보의 어려움도 크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이 들어오지 못할 때 인건비가 2배 이상 껑충 뛰었는데 출입국제한이 풀렸는데도 인건비가 종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농가의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인건비가 6만원대에서 외국인 인력 확보가 어려웠던 코로나19로 13, 14만원으로 2배 이상 껑충 뛴 이후 출입국이 자유로운 지금도 임금이 유지돼 농가가 지는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물가를 농산물로 잡고 있다며 생산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득달같이 수입해서 가격 하락을 유인하는데 가격이 싸면 시중에 풀릴 물량을 격리해 가격을 지지해줘야 하는데 이때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농산물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조정되게 돼 있다며 농림부나 기재부 등 책상머리에서 펜대만 굴리니까 죽는 것은 농민이라고 반발했다.
최 회장은 유통단계의 문제점도 토로했다. 설명절 백화점 등에서 사과 한 개가 1만원이었던 것이 방송에서도 나왔는데 소비자 가격이 1만원이면 생산자인 농민이 받는 수취가격은 1/3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생산자→청과시장 도매인→중간도매인→일반 가게→소비자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계별로 마진이 붙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는 것인데 소비자나 일반인들은 농민이 1만원을 받는 것으로 착각한다며 억울함으로 토로했다.
최 회장은 과수의 경우 농가가 직접 수송해 새벽 청과도매시장의 경매에 응해 출하하거나 보은은 물론 전국의 농민들이 몰려 대기번호를 받고 차례를 기다렸다가 출하할 정도로 시간과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안동공판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보은APC는 이제 신설된 시설이지만 농민들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유통구조를 빨리 안착시켜 농민들은 생산에 전념하고 유통은 유통시설이 담당하는 시스템을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년째 냉해피해를 입는 사과농가를 위해 올해는 가격이 좀 싸도 좋으니까 제발 피해를 입지 않으면 좋겠다는 최왕진 회장. 
당도 높고 맛좋기로 유명한 삼승사과의 선구자였던 아버지에 이어 2대째 1만여평의 사과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부인 김수호(50)씨와 슬하의 1남2녀를 두고 있다.
한편 군내 사과 재배농가는 2022년 520호가 475㏊에서 총 8천521톤을 생산했으며, 2023년도는 현재 집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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