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저희를 살려주세요”
“사직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저희를 살려주세요”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02.29 10:12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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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대책위 중앙사거리 집회 후 군청사 앞에서도 집회가지며 “산단안된다” 주장

보은군이 제3산업단지조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농지의 상당면적이 산단에 포함될 예정인 탄부면 사직리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탄부면 사직리 주민들로 구성된 산업단지반대추진위원회는 지난 26일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산단 조성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집회를 갖고 군청사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가며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아가는 산단 조성을 결사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직리 출신으로 부장판사를 지낸 어수용 변호사는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보은3산단조성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들며 논리를 전개했다.

탄부면 사직리 산업단지반대추진위원회가 중앙사거리에서 산단조성을 결사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탄부면 사직리 산업단지반대추진위원회가 중앙사거리에서 산단조성을 결사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보은군이 만든 고구마 특화단지 보은군이 없애는 꼴
어 변호사는 “보은군이 산단을 조성하겠다, 그것도 폐기물 공단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사직리 마을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공단으로 만든다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도 아니고 산과 밭을 다 파헤쳐 마을을 육지속 섬으로 만든다고 한다”며 “인구를 많이 늘리기 위해 공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직리 마을은 청와대에 납품한 우량 고구마를 재배되는 마을로 보은군이 고구마특화작목반을 지정해 육성한 곳인데 보은군이 스스로 고구마 농사를 못 짓게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다.
어 변호사는 “새마을지도자는 도시에서 살다가 아버지를 도와 고구마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들어와 결혼해서 자식 둘을 둔 젊은이다. 보은군이 고구마밭을 다 없애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이 젊은이는 다시 객지로 나가야 한다. 귀농귀촌해도 모자랄 판에 열심히 농사짓고 있는 농민을 다시 도시로 내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어 변호사는 또 “집회에 나오신 어르신들은 한평생 농사밖에 모른 분들이다. 육십이 넘어 80대에도 농사짓고 그것으로 생활하는데 밭이 없어지고 논이 없어지면 이분들은 앞으로 방에 가만히 있으면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냐”며 군민아 우선인지 업체가 우선인지 답답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교된 사직초등학교 자리에 둥지를 튼 어라운드빌리지는 폐교를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명 캠핑장이라며 캠핑촌 앞에 펼쳐진 평야, 개울 등이 좋아서 전국에서 찾아와 에너지를 얻고 다시 도시로 가서 생활하는데 갑자기 마을에 화학단지 폐기물 공장이 들어선 산업단지가 있으면 누가 이 캠핑촌에 오겠는가. 젊은이들을 못오게 쫓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을을 둘러싼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화학공장이 들어서고 폐기물 공장이 들어서면 주민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거나 하나둘 마을을 떠나고 캠핑촌도 없어지고 마을이 폐허가 되면 보은군은 공단을 확장해서 주변은 공장천지가 될 것이고 탄부 서부지역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며 평각·매화·고승리도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인근 마을과도 힘을 합해 탄부 서부지역이 당당하고 결연하게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가스 그렇게 좋으면 왜 다른 곳에서 유치하지 않나
어수용 변호사는 “반도체 하면 주민들이 첨단산업이라고 해서 껌뻑할 줄 알았을 것이다. 화학가스를 생산하는 업체를 반도체, 소부장 운운하며 말 포장을 하니까 주민들이 뭔지 모르게 현혹되는 것이다. 군이 말한 C-20코드는 화학물질 화학제품이다. 화학공장은 다들 회피하는 거다. 화학, 반도체, 소부장 좋으면 아직 만들지도 않은 보은3산업단지로 들어오려고 하겠나. 공무원들이 주장하는 첨단산업 같으면 이미 만들어놓은 산업단지에서 유치경쟁을 벌일 것이다. 서울방향 고속도로변에는 산업단지 분양공고문이 많다. 가스가 보은군이 얘기하는 첨단업종 같으면 유치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곳으로 갔을 것이라며 서로 회피하는 것이 화학공장이라고 말했다.
또 2023년 5월 고시된 자료에는 화학공장만 있었는데 12월 28일 주민설명회 때에는 폐기물 공장(E-38) 코드가 들어가 있었다. 말로는 반도체 가스통이 왔다갔다 하면서 가스 통안에 잔존물이 남으니 폐기물 업종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지만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인지 주민은 알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 변호사는 또 설사 그런 업종이 들어와도 다른 폐기물업체가 안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폐기물 업종 승인이 나면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식음료품, 철제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폐기물들은 다 처리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
공장설립 허가신청을 하면 설립허가를 안 해줄 수가 없다고도 전망했다. 만약 C-20, E-38에 해당는 업종이 산지법이나 공장설립에관한법률에 따라 허가신청을 했는데 군수가 불허가하면 바로 소송이 들어오기 때문에 허가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산업단지 관련 행정재판을 많이 해봐서 너무나 잘 안다고도 했다. 보은군이 얘기하는 몇 개 업체만 들어온다고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일단 승인이 나면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당초 보은군이 수요조사에서 업체가 들어온다고 했다가 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업체가 들어온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 그래서 이후 어떻게 나타날지 이 시점에서는 군청도 모르고 주민도 모른다고 말하고 또 공단을 조성할 때의 군수나 담당 공무원이 물러나 있을 때의 피해는 주민이 떠안아야 하고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다며 이를 알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폐기물 업종이 승인이 나면 폐기물 운반, 처리, 재활용까지 가능하기때문에 폐기물 운반업체가 승인 신청하면 그대로 들어올 수가 있게 된다며 폐기물 또는 화학공장을 드나드는 차량들이 매일매일 고승앞길을 다니게 된다며 고승리도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농공단지 규모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최재형 군수는 공장을 많이 지으면 지역이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어 변호사는 지금은 첨단, 친환경, 주민의 삶의 질 우선, 자연환경, 생활환경, 관광자원을 생각하는 시대라며 6, 70년대처럼 공장 굴뚝산업으로 지역발전에 대한 사고방식은 시대착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을 옆에 농산물 가공공장, 작은 농공단지 정도가 들어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고 그런 것이 이 지역에 맞는 것이라며 좁은 동네의 가운데를 비집고 들어와서 24, 5만평에 달하는 화학단지, 폐기물 공단을 만든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거듭 날선 성토를 이어갔다.
어 변호사는 탄부면 사직리 뒤 화학공장을 만들겠다는 곳은 속리산의 산줄기가 삼년산성을 거쳐 한 줄기는 고승으로 내려가고 또 한 줄기는 사직리로 내려온 좋은 동네인데 공단이 조성되면 사직리로 내려가는 산줄기는 다 끊어 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줄기를 통해 많은 동물이 이동하고 집에서 키우는 닭을 잡아가는 삵도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고 담비도 다니고 부엉이도 사는 천혜의 산림자원이 있는 사직리의 산맥을 다 끊어 놓고 마을을 오도 가도 못하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도대체 현대 선진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화학공장, 폐기물 공장이 동네를 빙 둘러싸는 것으로 산단을 설계했다가 최근에는 폐기물 공장은 안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얼마 전까지도 폐기물 공장 코드를 고집하더니 갑자기 안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어떤 이유로 안하는 것인지, 왜 안하겠다는 것인지 주민들은 알 수가 없다며 보은군에 대한 높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또 산업단지 부지 중 고승은 뒷산이 다 빠져 마을 뒷산이 제외된 것만 알고 화학공장, 폐기물 공장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고승리 주민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는데 이는 동네를 분열시키킨 행위라며 보은군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군민이 있겠냐며 경제과장 경질도 요구했다.

■‘계획대로 추진’ 통보하더니, 집회신고 하니까 찾아와
주민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군수 면담 자리에서 분명하게 요구했고 군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공개했다.
어 변호사는 당시 군수가 아니라 친구입장에서 너도 촌놈이고 나도 촌놈이다 너의 처갓집이 바로 앞동네 아니냐까지 들며 군수에게 정중하게, 간절하게 얘기하며. 주민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 후 1주일 이상 10일 가까이 기다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고 이장을 군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하는 말이 군은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공복인 공무원이 주민의 대표를 오라가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계획을 밀어부치려는 것을 보고 도저히 용서가 안됐다며 법을 지키면서 우리 권리를 찾고 어떻게 생존권을 지킬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집회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움직이지 않던 공무원들이 마을에 와서 설명을 하면서 주민 2, 3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 개발위원이 참여한 협의체로 하겠다, 출향인은 빼겠다는 등등 너무 속이 보이고는 행태에 이 문제가 아니어도 다른 군정도 신뢰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관련한 자료가 환경청에 올라갔을 것이라며 보은군이 어떤 식으로 마사지를 하고 포장해서 환경청에 올렸는지 주민들은 모르고 반대의견이 있어도 두루뭉술하게 해서 환경청에 올리고 상급기관에 올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주민의견 반영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어수용 변호사는 노인들은 조금 지나면 돌아가신다고 노인 폄하 발언을 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산업단지 추진을 위해 공무원 등 사직리와 연고가 있는 공무원, 친인척들이 동원돼 찬성을 종용하고 산업단지 반대책위 저지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 변호사는 지금이 독재시대도 아니고 공무원이 자기업무가 아닌 법에 위반된 행동은 권리방해죄 강요죄에 해당된다며 확인해서 책임에 대한 징계요청을 하고 형사처벌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 변호사는 “보은군이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반응을 보이면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듣겠지만 충북도청은 물론 국회의원, 환경부도 찾아가고 권익위원회와 인권위원회도 찾아가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나아가 설계를 담당한 국내 네 번째로 큰 설계회사인 건화도 찾아가서 시위할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하며 주민 모두의 이름으로 재판에 나설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수단을 강구해서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 변호사는 최재형 군수의 임기는 내후년 6월까지 2년 남았고 재평가를 받게 돼 있기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주민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군을 압박했다.
또 어 변호사는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되면 후보들에게 이 문제 대해 공식적으로 질문할 것이다.
군수는 물론 도의원, 군의원도 주민 시위가 있는데도 한 명도 안보인다며 군의원들은 군수가 뭘 원하는지 볼 것이 아니라 군수를 견제하고 주민의견을 대변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뜻이 있어도 표현을 못했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해소됐는지 모르겠다며 행정력에 주눅 들어있는 고령의 주민처지를 안타까워했다.

■“80평생 살았다 비이성적 군 행정 꾸짖어달라”
사직리 산업단지대책위원회 임점수 위원장은 사직리에서 나고 80여생을 살았다며 절실한 마음으로 토로, 마음을 울렸다.
임 위원장은 “평화로웠던 우리마을에 산업단지를 만든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화학공장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농사짓던 땅은 모두 편입되고 산은 파헤쳐진다고 해서 동네 주민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어느 집은 마당에서 50미터도 아니고 겨우 5미터 떨어진 데까지 들어온다고 하는데 이를 알고 세상에 누가 가만히 있겠나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민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며 “저희들의 간절함에 귀를 기울여서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보은군의 행정을 꾸짖고 저희를 살려달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보은군은 주민들이 폐기물 코드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고 또 주택의 담 경계와 불과 6, 7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도 있다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 지난 27일 공문으로 답변했다.
내용을 보면 제3일반산업단지에는 폐기물처리 및 원료 재생업체는 입주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산업단지 구역계와 인접해 있는 취락은 완충녹지 및 도로 등을 포함해 평균적으로 60미터 이상 산업시설 용지와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 3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외부노출이 아니라 삼승면에 소재한 보은산업단지내 공공폐수처리 시설과 관로를 연결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은군은 보은산업단지 분양 완료로 신규산업단지 조성 필요성과 산업시설용지 확충으로 제3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지난 2022년 9월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수립, 10월에 산업단지 지정계획을 고시했다. 12월에는 개발행위제한지역 지정을 고시했다.
이후 2023년 1월 산업단지 지주지정 및 실시설계 수입을 위한 용역에 착수하고 5월에는 환경 및 기후변화영향협의회 심의를 완료했으며, 11월에는 산업단지 지주지정 및 실시설계 승인을 한 상태다.
올해 일정은 1월 토지보상 시행을 시작으로 6월 산업단지 지구지정 및 실시설계승인 고시 후 10월 착공해 2026년 12월 단지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국비 359억4천400만원, 도비 130억3천100만원, 군비 727억100만원, 기타 2천500만원까지 총 1천466억7천600만원을 들여 탄부면 고승리와 사직리 일원 84만9천여㎡(25만6천여평)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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