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타고 북망산천으로 떠난 101세 고 하재임 어르신
꽃상여 타고 북망산천으로 떠난 101세 고 하재임 어르신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02.29 09:25
  • 호수 7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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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닯아 하는 슬하의 2남 5녀 자손과 동네 사람들 추도 받으며 영면에 들어

군내 100세 이상 고령자는 주민등록상으로 8명이다. 최고령은 105세, 2명의 할머니가 생존해 있다. 연령별로는 100세 2명, 101세 2명, 102세 0명, 103세 1명, 104세 1명이다.
평균 수명이 늘고 100세 이상 장수 어르신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치매를 앓지 않고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며 자식들의 봉양을 받으면서 집에서 거주하는 어르신이 많지 않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아니면 홀몸노인으로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홀몸노인은 돌보는 이가 없어 언제 돌가셨는지도 모르게 고독사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린이 돌봄 못지않게 노인 돌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7일 101세를 일기로 별세한 내북면 적음리 하재임 어르신은 자식복은 물론 인복을 타고난 어르신이다.
하직하기 전까지 하재임 어르신은 적음리에서 큰아들 송인우(마을 이장)씨와 큰며느리 박부이 회장의 봉양을 받으며 오순도순 살았다.
평생을 온화한 미소와 너그러운 품성을 지니고 자식을 품고 남들을 대했던 고인이기에 별세소식을 듣고 함께 애도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끝낸 고인은 작은 유골 항아리가 아닌 살아생전 늘 인사를 받았던 아들의 지인들이 기꺼이 맨 꽃상여를 타고 또다른 시공간으로 떠났다.
고인과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이어서 자식들에게, 가족들에게, 남다르게 정이 든 지인들에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슬픔이 북받쳤지만 고인의 마지막 길을 꽃으로 수놓아 사뿐히 즈려밟고 가게 하니 아름다운 작별로 승화가 됐다.
평생을 선하게 살았고, 건강하게 장수했고, 고인이 자나깨나 자식을 걱정했던 때문인지 장례 날은 날씨마저 좋아서 장지를 찾은 문상객 모두가 호상이라고 했다.
고인의 뒷집에 거주하는 김영식(66, 비나리 적음리 돌집)씨는 부고장을 받자마자 고인의 생애사가 담긴 아름다운 추도사를 쓰고 만장을 만들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선물했다.
구구절절 추도사가 명문이어서 이 글을 읽은 가족들은 파노라마처럼 돌아가는 생전 고인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훔쳤다.
맏아들 송인우 이장과 큰 며느리 박부이 회장은 “작년에 100세 상수연을 해드려 더 사실 줄 알았는데, 천수를 누리도록 모시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애닳다”며 “어머니가 주신 사랑품고 잘 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고 하재임 어르신은 15살 때인 1938년 청주에서 적음리에 사는 남편 송무영씨에게 시집을 와 슬하에 5녀2남을 두었으며 증손까지 40여명의 둔 다복한 가정을 일궜다.
남편을 일찍 여읜 동서를 잘 보듬고 생질들을 자신의 자식과 차별을 두지 않고 보살피며 모정을 베풀어 큰어머니를 친어머니처럼 살갑게 대하고 사촌형제간의 관계도 친형제 이상으로 우애가 돈독하다. 바람 잘 날 없을 법한 대가족이지만 고인의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흔들림 없이 훌륭하게 이끌었다. 일제강점기, 해방전후, 한국전쟁, 근대화, 산업화 등을 거친 1세기 박물관 같은 생애의 고 하재임 할머니, 꽃상여 행렬이라는 장례문화를 보여주며 우리지역에 기록을 남겼다.

다음은 고인의 뒷집 돌담집에 사는 김영식씨가 지은 추도사다. 김영식씨는 내북초(37회), 청주운호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서울보건고등학교 국어교사를 거쳐 교감으로 퇴직했다. 지난해 정년퇴임, 아버지가 살던 적음리 집으로 내려와 기거하며 하재임 할머니와 그의 자식들과 친분을 나누고 있다.

2024. 2. 2501시경

하재임 여사님께서 한 세기를 증거하시어 향년 101세 천수를 누리시고 영면에 드셨습니다

두아들 인우 인신 다섯딸 인동 인숙 채영 인복 유정에게 진자리 마른자리 골라 젖을 먹여 살을 주신 살신성인의 표본 우리 어머니

고운 마음씨와 편안한 미소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으시고 누구보다 선한 삶을 사시다 이제는 힘든 삶의 끈을 풀고 자식들과의 쥐었던 연줄도 놓고

한겨울 추위를 피해서 자손들 고생 덜어 주시려 땅에서 기른 육신 땅으로 돌려 살을 내리고, 새털같이 가벼운 몸에 아주아주 투명한 영혼으로 훨훨훨 나비 춤추듯 승천하시니

시어머니 지극정성 40여년 효부상 박부이 큰며느리와 둘째며느리 여미라의 따스한 사랑으로도 다섯딸들 결초보은 반포지효로도 다섯 손자녀, 증손자녀들의 재롱도 세월의 무상함 앞에는 백약이 무효라.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어머니와 정을 끊는 허망함과 야속함이랴

어려운 시절 빈젖을 물리시고 공그르며 자식들 키워 내신 어머니!

이승과 저승의 거리는 어제가 오늘이듯 가깝고도 머나먼 피안의 세계를 향한 무지개다리 건너기일까

낳아 길러 주시고 노심초사 자식들 잘 되기만을 염원하시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몸소 몸으로 보이시며 살아오신 작품같은 한 평생

가는 세월에 내맡겨진 하늘 향한 영혼과 혹여 땅이 오염될세라 염려하여 덕장의 찬바람에 널어 말린듯한 깨끗한 육신으로 가시니

님이 가신 북망산천 머나먼 길은 한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자식들이 사는 세상에서의 삶이 버거워, 사랑하는 당신과 떨어져 사신 세월이 무색하여 님 계신 곳으로 오작교 다릴 건너셨습니까

적음리 엄나무 고개 선영 동네 가까운 조양한 곳에서 잠시 마실 나오신 듯 평상시대로 이웃도 배려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며 영원히 우리곁에서 우리와 함께 하실 것 같습니다

지어드린 유택에서 고이고이 영면하시길 축원기도 드리오니 행여라도 머뭇거리지 마시고, 아침에는 극락으로 낮에는 피안의 세계로 저녁에는 천국으로 성큼성큼 가벼운 걸음하시옵소서.

남은 자식들은 어머니께서 주신 행복하게 사는 정신적 유지를 받들어서 자신들 몫 잘 살아 낼겁니다.

자식 손자 친지 지인들도 원근에서 비통한 마음을 모아 저승길 밝혀줄 근조화, 마음들을 보내고 있사오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사랑이 많으신 천지신명님과 조상님 전에 간절히 비옵나니

부디 천국과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허락하사 하재임 여사님의 내세를 환히 밝혀 주시옵소서!

평생을 천사의 모습으로 살아오신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화신 101세 다시 한 살이 되신 우리의 어머니를 서방정토 극락 세계에서 해탈 열반에 드실 수 있도록 적음리 동민 모두의 이름으로 축원하나니 부디 천국으로의 소풍길을 흔쾌히 허락하여 주시옵길 간절히 소망하나이다

2024226

비나리 적음리 돌집

김영식 獻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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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r 2024-02-29 17:12:57
함께해주신 모든분께 고개숙여 감사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