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봄날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2.29 09:20
  • 호수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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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산외면 대원리

지난 주말에도 눈이 내리고 찬 바람이 불었다. 언제 이 추위가 물러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집 앞 텃밭에 작년 가을에 크지 않아 캐지 않고 놔둔 쪽파가 올라오고, 대파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신호리라. 시간은 흘러 새로운 계절을 부르고, 머물러 있던 계절은 머뭇거리다 아직은 내가 여기 있다고 큰소리 한 번 치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자기가 떠날 때를 알고 찬바람과 눈으로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 3월이 눈앞인데도 말이다. 꽃샘추위가 있을 거라는 건 알지만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할 일은 많아지겠지만 말이다.
‘봄’은 어떤 기대와 희망을 품은 단어가 아닌가 싶다. 추운 겨울 뒤에 오는 계절이라서 그런 건지, 따뜻한 바람과 햇빛이 내리쬐면 새싹이 올라와서 그런 건지 봄은 무언가 꿈틀거림이 있는 계절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에도 ‘봄’은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첫째 철”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인생의 한창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리고 “희망찬 앞날이나 행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비유적이긴 하지만 역시나 봄은 기대와 희망과 연관이 있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는 유독 봄이 기다려진다. 요즘 꽃씨 모종을 하고, 삽목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데 빨리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여러 가지 꽃씨를 사서 심었는데 싹을 튀우지 못한 꽃씨가 많았다. ‘꽃씨가 너무 작아서일까?’ ‘물이 부족해서일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새로 배운 꽃씨 심는 법은 물을 흠~뻑 준 후 그늘에 덮개로 덮고 열흘 정도 놔두어야 한다고 한다. 꽃씨의 크기에 따라 심는 깊이가 다르고, 뿌리에 따라 토양도 달라져야 한다. 물 빠짐이 좋아야 잘 크는 꽃이라면 마사토에 심어야 하고, 잘 자라는 꽃씨는 상토에 심어도 된다. 삽목도 마찬가지다. 나무의 습성에 따라 토양이 다르고, 꺾꽂이 하는 방법이 다르다. 꽃이든, 나무이든 그 꽃과 나무의 습성을 잘 알아야 씨앗부터 잘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집 앞의 꽃밭에 읍내보다도 2도 가량 낮은 온도의 우리 마을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을 조금씩 심어볼 예정이다. 정말 따뜻한 봄날이 되면 푸릇푸릇 싹이 나고 꽃이 피고, 토마토와 고추 등 작물들이 함께 자라는 텃밭과 꽃밭이 어우러진 앞마당을 기대한다.
총선 후보를 둘러싸고 정치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양파 정당에서 쪽파 정당으로 여러 소수정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낡고 부패한 현 정치를 타개하기 위해 생겨나는 정당들이 있는 반면, 자기가 살고자 기존의 정당에서 나와 새로운 당을 모색하는 정당도 있는 것 같다. 기존의 정당 정치인들은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개혁보다는 안주, 옹호, 심지어 역행까지 하며 뒷걸음질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정치든, 경제든, 문화든 양극화라는 굴레를 씌워 내 생각과 다르면 어김없이 비판하고, 나쁜 거라고 몰아붙이고, 거짓 뉴스, 가짜 뉴스를 양산해 왜곡하기까지 한다. 그런 가짜 뉴스에 속아 색안경을 끼고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치인들은 그런 방법을 이용해 표만 얻으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먼저는 우리가 국회의원을 뽑을 때 정말로 지역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무슨 행사 때만 나타나 악수를 청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지역 개발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솔선수범하여 찾아내고, 민심을 돌보는 데 앞장서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모아볼까 불법 축적하고, 자신만 잘났다고 으스대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겸손하게 지역민들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국회의원이 뽑혔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이 권력의 도구로 쓰이지 않고 봉사의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이 봉사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다면 국회의원이 되려고 아등바등 대지는 않을 것 같다. 
찬 바람 부는 현 정치와 나라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상식이 통하고, 진실이 드러나는 봄날을 기다리기에 낙심하지만은 않는다.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주의의 봄날이 다시 시작되길 바랄 뿐이다. 
농부의 봄은 매우 바쁘다. 그리고 고되다.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부는 봄을 기다린다. 추수를 끝내고 긴 겨울 충분히 쉬었기 때문일까? 봄이 되면 농부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씨앗을 심고 새싹이 움터오는 걸 보면서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정직함을 알게 되기 때문일까?   
다음 주 날씨를 보니 여전히 최저기온이 영하 2도, 최고기온이 6-7도이다. 3월이 시작되는데도 말이다. 3월은 여전히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끝 어디쯤일지도 모른다. 봄날은 오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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