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만든 우주선
흙으로 만든 우주선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2.29 09:19
  • 호수 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 성 수
속리산면 거주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인간이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로켓을 만들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우주선을 보내는 시대가 되었다.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의 호기심은 가볍지만 답은 너무 무거워서 대기권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까. 새로운 기술의 진전이 필요하겠지만 황토로 다져진 두꺼운 몸체에 녹색 병 두 개가  마주 보고 만든 푸른색 공간은, 분명 우주 한 귀퉁이 외계인에게 전파를 발신하는 번역기다.

인간의 언어로도 2진법으로도 번역할 수 없는 새로운 문자는, 만 년 후에 도착할 다른 은하 어느 행성을 찾아가는지, 뜨거운 온돌방 아랫목 발사대에서 원적외선 가득 연료통에 채우고, 흙으로 만든 우주선이 날아오른다. (표제시의 전반부)

우주선이라 이름 붙인 것을 가만 살펴보니 작가가 살고 있는 산골의 황토방인가 하고 금방 추측이 되었다. 그곳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우주를 향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흙으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원적외선 가득 연료를 싣고 우주여행에 나서는 상황이 그려진다.


대기권을 뚫고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는데 생의 반이 더 걸렸다면, 남은 반은 그대 주위를 공전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성능보다 모양을 정하는 일이 지나온 삶을 그리는 일과 닮아 빈 용지 위에서 비상과 추락을 거듭하였고, 찾아가서 자리를 잡고 싶은 고도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정된 배경은, 철저하게 계산되어 나온 확신의 평면도였다.

아무도 만들어보지 않은 모양과 누구도 불러보지 않은 이름을 달아주는, 일찍이 만나 본 적 없는 기능을 가진 놀라운 비행체가 가진 것은 흙과 나무를 닮은 순정뿐이고, 순수를 뭉쳐 찰진 황토 덩어리를 만드는 재주와, 벽돌을 쌓아 올려 내력벽을 세우는 고집뿐이다. (표제시의 후반부 부분)


도시를 떠나와 산골에 자리를 잡고 자연과 가까운 생태적 삶을 살아가면서, 삶과 다르지 않은 시를 쓰는 시인에게  황토방을 짓는 일이 우주선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선을 타고 올라간 시인은 지구 정지 궤도에 자리를 잡고, 산골 황토방에서 시를 쓰며 살아가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기후정의를 실천하고, 뭍 생명들을 소중하게 살펴주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노래하는 시인 자신의 꿈을 꾸고 있는 모습으로 이해가 된다. 

눈 밝은 독자분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시인이 살던 시대에 우주선이라니 좀 이상하다. 그리고 흙으로 만든 우주선이라니 아이들이 흙으로 만든 장난감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실은 이 시는 시인의 작품이 아니다. 얼마 전 표제작으로 시집을 낸 필자의 졸작 「흙으로 만든 우주선」이다.
이 난을 진행해오면서 시인의 작품을 따라가며, 시인의 마음을 읽어가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시인이 오늘날의 시를 읽어본다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다. 부족하지만 필자의 시를 시인에게 보여드리면 어떤 소감을 말해주실까. 앞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상의 무대를 생각해보았다. 
필자를 비롯한 오늘날 시인의 업을 이어가는 후학들이 향상된 시작이 가능하기까지, 시인과 그 당시의 신문학을 이끌어준 많은 선배 시인들의 업적이 모여지고 이어져온 덕분이라는 사실에 존경과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으로 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