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겨울, 설날
첫 겨울, 설날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2.08 09:24
  • 호수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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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 수
속리산면 거주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올겨울은 유난히 비가 많이 온다. 다행인지 아닌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면, 모두 눈이 되어 쌓였을 테다. 멋진 겨울 풍경을 보여주는 대신, 여러 가지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었겠다. 오늘은 영상과 영하는 오르내리는지, 집 앞 계곡에는 눈발이 내리다 녹아버렸지만, 먼 산봉우리와 주위의 산자락에는 고스란히 쌓여 흰 이불을 뒤집어 쓴 듯 설경을 보여준다. 시인이 어린 시절 맞았던 겨울 풍경은 지금과 어떻게 다른 모습이었을까 상상을 해보며 시를 따라가 보자.

감나무 상가지
하나 남은 연시를
까마귀가
찍어 가더니
오늘은 된서리가 내렸네
후라딱딱 훠이
무서리가 내렸네        (1947년 작, 「첫겨울」 전문)


흔히 까치밥이라 남겨둔 감나무 높은 가지에 달린 몇 개의 홍시. 시인은 까마귀가 찍어간 연시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어진 ‘된서리’ ‘무서리’, 바야흐로 시작된 겨울 풍경의 한켠을 잘 잡아 동시에 담아두었다.  


설날은 기쁜 날 한 살 더 먹고
설비슴 입고서 세배 절하고
어른께 공손히 세배 절하고
설날은 좋은 날 떡국도 먹고
글 배우러 서울 간 언니도 오고
누나는 쿵다쿵 널도 뛰고        (1946년 작, 「설날」 전문)

*설비슴 ; 설빔의 충청도 사투리


입춘 지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설날이 찾아온다. 시인이 쓴 동시 안의 설 풍경을 상상해 보면, 지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 떡국을 먹고, 설빔을 입고, 세배하고, 널도 뛰는 시골 풍경과, 서울 가있던 가족들이 내려와 온 식구가 다 모이는 동네 집집의 명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 시대와는 많이 달라진 명절 문화의 새로운 변화도 도시화와 개인주의로 대변되기도 하겠다. 그럼에도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 가족들의 따듯한 마음이 모이는 본래 의미는 퇴색되지 않고 이어져가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들의 반갑고 따뜻한 설날, 함께 모여 나누는 떡국의 구수함과 주고받는 세뱃돈의 즐거움이 훈훈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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