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보와 보수를 찾습니다
진짜 진보와 보수를 찾습니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2.01 09:33
  • 호수 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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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극심한 혼돈의 시기다. 현재 대한민국에 주권자이고 권력자인 국민은 없다. 첨예하게 갈린 이념과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평화와 공존, 정의와 진실, 자유와 평등, 인권과 생명의 가치는 무참히 짓밟혔다. 재난과 위협, 사고와 위험, 상처와 아픔에 직면했을 때 국가로부터 어떤 보호나 위로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며 멸시하고 조롱했던 상황 속에서 어느 누구인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 누가, 언제, 어느 곳에서 그 참혹한 현실과 직면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기에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묻는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엉망진창인 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는 무엇이며 누가 진짜 진보이고 보수인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삭발을 하고 삼보일배를 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아스팔트 위를 꿈틀대듯 기어다녔다. 그들의 몸부림과 울부짖음은 한 가지다. 축제에 간 자식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바라는 특별법 제정이다. 어렵게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유족들을 자신들의 주인이고 섬겨야 할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자식 잃은 참척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임을 그들은 온몸으로 부정한다. 지금의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과 안위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대통령이 부르짖었던 공정과 상식은 처음부터 없었다. 참 가혹하고 무도한 권력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이 없는 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는 누구를 말하는 이름인가?
권력은 사유화되고 권한은 일방적이다. 권력은 유한한데 권력의 위력은 무한한 듯 칼춤을 춘다. 공적인 자리는 사적인 이해관계의 시혜를 베푸는 장이 되었다. 법은 공정과 정의를 상실했다. 참혹한 검찰 독재의 시대에 경찰마저 충견이 되었다. 권력자의 가족과 측근들은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무법천지다. 협치는 사라지고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의 존재는 철저히 부정하며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선량한 국민의 억울한 호소를 들어 줄 곳 없고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 줄 곳이 없는 데 진보와 보수는 어떤 가치가 있는가? 
남북한은 서로를 주적이라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언제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철학도 실리도 없는 외교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국격을 상실하고 조롱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진보와 보수가 바로 서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국방부 장관이 앞장서서 대한민국의 영토를 부정한다. 상상할 수 없는 언행을 해도 그 자리는 굳건하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정권의 나팔수가 됐다. 거짓을 부풀리고 확대 재생산한다. 입에 재갈을 물려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다. 참담하다. 분노의 목소리와 억울한 호소마저 들어 줄 곳 없는 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에 대해 몇 마디 말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정치와 관련된 우리의 문제가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과 대립으로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할 때 우리는 어리석고 무자비한 그들로부터 지배 당한다. 정치는 엄연히 우리들 삶의 영역이다. 모든 정치 행위가 각자의 생활 곳곳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국가라는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국민은 정치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해 갈 수 있다.
정치의 무관심과 혐오를 불러오는 진보와 보수의 갈라 치기는 정치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극대화하려는 자들의 음흉한 술책일 뿐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이름으로 우리 모두는 진보요 보수다. 진보와 보수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어우러짐이 간절한 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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