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한가운데에서
추운 겨울 한가운데에서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1.24 18:53
  • 호수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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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산외면 대원리

날씨가 춥다. “3한 4온”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 따뜻한 날씨가 계속될 듯하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갑작스런 추위로 체감온도는 더하다. 한파의 원인은 고위도 지역에서 찬바람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북극의 찬 공기는 원래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데 두 고기압에 흐름이 막혀 저기압이 발달하는 ‘블로킹’ 현상이 벌어지면서, 찬 공기가 남쪽으로 직진하는 길이 뚫렸다고 한다. 이러한 블로킹의 주 원인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수온이 올라 고기압이 형성되고, 제트기류가 교란돼 찬 바람이 내려오는 것이다. 이번 한파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인명피해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상자가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렇게 날이 추워지면 걱정되는 사람들이 있다. ‘에이, 아직 우리나라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마을에도 외풍(우풍)이 있고, 난방비 아끼려고 보일러를 제때에 틀지 않아 추운 날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도 있다. 며칠 전에는 지체장애가 있는 부부가 난방비 아끼려고 틀었던 전기장판에 불이 붙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불이 났는데도 움직임이 불편하니까 빨리 빠져나올 수 없어 사고를 당한 모양이다. 그뿐인가? 추운 날씨에도 생활을 위해 야외에서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과 노점상들, 시장 상인들도 많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동물들 먹이는 주어야만 한다. 수경재배로 키우는 쌈채소들도 택배 과정에서 얼 정도이니 사람뿐 아니라 식물도, 동물도 견디기 어려운 추위다. 이러한 한파 속에서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릴레이 1만 5900배를 했다고 한다. 얼마나 마음 아프고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몸의 추위보다 마음의 추위가 더한 이들일 것이다.
‘겨울이 추워야 다음해 농사가 잘 된다’는 말이 있다. 추우면 벌레알들이 많이 죽어 봄여름에 병해충들이 극성을 덜 부리기 때문이다. 벌레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텃밭보급소 안철환 소장은, “겨울이 추워야 땅이 제대로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봄에 힘차게 부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춥기보다는 추웠다가 따뜻했다 반복해야 땅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땅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 거친 흙이나 돌들이 부서지는데, 비와 눈이 오면 더 좋다. 땅이 습기를 머금고 거친 흙이나 돌들이 추울 때 얼어서 터져버려 고운 흙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의 원리는 신비하고도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은 땅 같기도 하고, 계절 같기도 하다. 아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보내는 땅 같다. 한겨울 추위를 잘 견디고 따뜻한 봄날에 새싹을 틔우는 봄의 계절을 보내는 때가 있고, 장마와 뜨거운 햇빛을 감내하면서 온 힘을 다해 곡식과 열매들을 위해 영양분을 내줘야 하는 초록의 여름을 보낼 때가 있고, 많은 곡식과 열매들을 거두는 가을을 보낼 때가 있으며, 춥지만 봄을 준비하며 견디고 몸이 부서지는 고통도 느껴야 하는 겨울을 보내는 때도 있으니...
중요한 것은 모든 계절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봄에는 추운 겨울이 있었기 때문에 싹을 틔울 수 있음을 기억하고, 여름에는 열매 맺을 날을 기다리며 장마와 더위를 이겨내고, 가을에는 풍성한 추수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추운 겨울을 대비하고 인생에 한파가 올 수 있음을 생각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또한 겨울은 너무 추워서 비껴가고 싶은 계절이지만 우리의 인생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돌아볼 수 있는 계절이다. 겨울이면 특히나 사랑의 성금이나 이웃돕기 행사가 많은 이유이리라. 물론 이웃을 위한 손길은 겨울뿐 아니라 모든 계절에 다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추운 겨울에는 무리한 운동보다는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을 하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고, 일찍 자는 것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인생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나뿐 아니라 이웃들을 잘 돕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은 내 인생의 땅심을 기를 수 있는 계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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