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
처음 가는 길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1.04 09:40
  • 호수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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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다시 시작이다. 짙은 안갯속에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분명 새 아침의 해는 떠올랐다. 이루고 싶은 목표와 소망들을 가슴에 새기며 간절히 기원한다. 겨울의 복판에서 솟아나는 염원을 품고 보란 듯 움츠린 몸과 마음을 활짝 편다. 굳은 각오와 다짐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덕담을 건네는 서로의 얼굴은 밝고 활기차다. 모두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낸다. 
늘 반복되지만 물리적 시간의 경계는 값진 선물이다.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이고 선택이다. 시간이라는 선물을 통해 지나온 시간, 흘러간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다가올 시간, 마주할 시간들이 있어 새로운 출발과 소박한 꿈을 꾼다. 시간은 내일이라는 문을 열고 거침없이 길을 나서게 한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길들을 그렇게 걸어왔다. 쉬운 길, 편안한 길도 있었고 가지 말아야 할 길과 내리막길도 있었다.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갈등하며 망설이기도 했다. 뚜렷한 길도 있었고 희미한 길도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걸어갔지만 길이 아닌 곳도 많았다. 길잡이가 있어 따라간 길도 좋은 길만은 아니었다. 같은 시간 속의 길을 걷지만 방향과 속도는 제각각이었다. 모든 길은 처음 가는 길이었다.
이정표의 거리와 방향은 여러 사람이 수월하게 한곳으로 가게 했지만 정작 자신이 가고자 한 길은 아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된 길 아닌 길 앞에 많은 이들이 주저앉고 좌절했다. 밝아 온 새날, 다시 시작된 길은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누가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스스로 개척하고 도전하는 길이다. 그 길에 이정표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삶으로 보여 주는 길이 이정표다. 
길잡이가 있어 믿고 따라간 길도 가야 할 길이 아니었다. 편향되고 어긋난 길을 앞만 보며 거침없이 가는 모습은 믿음을 주지 못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주저 없이 가는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했다. 따르던 많은 이들이 길을 잃고 방황했다. 앞서가고 먼저 간다고 길잡이가 아님을 알았다. 옳은 길, 바른길을 찾아가는 길잡이는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내일이라는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고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길이지만 늘 새로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이 있어 힘차게 신발 끈을 묶고 일어설 힘을 얻는다. 새로 맞이하는 새날은 꿈과 희망이라는 엔진을 달고 내딛는 발걸음이다. 마음에 작은 희망하나, 소박한 꿈을 품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내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 앞서가는 사람이다.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는 것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잠시 멈춰 있다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퇴보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집착과 미련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누구에게도 없다. 지난날의 아쉬움과 부족함을 과감하게 떨쳐 내고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과 마주하면 된다. 시간이 길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길이 처음 가는 길이다. 선택의 순간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앞을 막아서는 것도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꺾어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처음 가는 길에 대한 희망 때문이다. 처음 가는 길에 정답은 없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가는 길은 분명 설렘이고 희망이다. 비록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힘찬 도전은 삶의 원동력이다. 그 길이 다를지라도 늘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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