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고 출신 분재고수 3인방 두각
보은농고 출신 분재고수 3인방 두각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12.28 09:37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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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 세중리 이강희씨, 옥천 안내출신 이철호·조원동씨

분재는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오랜 세월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인고의 기다림 속에 완성되는 예술로 분재는 살아있는 종합예술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라는 나무에 손길과 정성을 더해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분재의 매력에 빠져 일찌감치 나무농사를 지어온 보은농고 출신 분재고수 3인방이 있다.
마로면 세중리 출신인 이강희(62)씨와 옥천군 안내면 출신인 이철호(63)씨와 조원동(49)씨가 그들인데, 모두 보은에 주소를 둔 주민은 아니지만 보은농고라는 학연을 갖고 있어 보은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한다.

보은농고 출신인 조원동·이강희·이철호(왼쪽부터)씨가 분재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진속의 소나무 분재가 바로 영화 '아가씨'에 나온 이철호씨의 작품이다.

이들 3명을 보면서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간 선구자의 중요성, 그리고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돼주는 역할수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며 각자가 발전하는데 뒷받침하고 있다.
이강희씨와 이철호씨는 분재 매력에 빠져 청원군 강외면에서 미호원이란 분재원을 운영하던 대한민국 분재계의 거장 청백 이강수 선생 아래에서 동문수학했다.
이철호씨와 조원동씨는 보은군 수한면과 이웃하고 있는 옥천군 안내면 출신이다. 안내초중학교를 마친 후 옥천읍내보다 가까운 보은농고를 진학했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 전시실에서 열린 청백 이강수 선생의 분재철학을 잇는 문하생들과 함께 제1회 미호분재전을 갖기도 했다.
이곳에서 보은농고 3인방으로 대한민국 분재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철호(63)·이강희(62)·막내인 조원동(49)씨를 만났다.
이철호씨는 청백 이강수 선생의 미호원에서 분재를 함께 배우고 익히고 분재철학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미호분재회 회장이다.
이철호씨의 분재작품 소나무는 2016년에 상영한 영화 ‘아가씨’의 장면 구성에 큰 역할을 한 소나무 분재 작품을 소장한 작가다. 서울 하늘공원에서 가진 전시회에 바로 그 소나무 작품을 출품했는데 당시 영화감독이 이를 보고 찜을 했던 것. 토종소나무이지만 일본풍으로 다듬어진 소나무 분재작품이 영화를 살릴 수 있는 소품으로 눈여겨본 감독이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시킨 것이다. 
이철호 회장이 보은농고(30회) 원예과 재학 중 청주농고에서 전근을 온 선생님의 추천으로 청주 이강수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분재의 길에 들어섰다. 실습기간이 끝난 후에도 이철호 회장은 시간나는 대로 이강수 스승의 분재원을 찾아가 분재를 배우며 실력을 키웠다.
이강수 선생의 실력은 국내 분재계의 거장으로 그의 문하생이라는 것만으로도 특급대우를 받으며 취업해 나갔다. 이철호 회장도 1억원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해온 회사도 있었으나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분재원을 지켰다. 이철호 회장은 지금도 그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에서 신농(神農)분재원으로 시작해 분재원은 20여년 전 동천(洞天)분재원으로 개명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농림부 장관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상을 실적을 갖고 있는 이철호 회장은 수차례 분재작품을 전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분재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해왔다.
내년 2월 20일에는 대전에서 한밭분재전을 갖고, 29일에는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청풍전에도 참여한다. 그동안 분재원에서 문하생을 키우던 이철호 회장은 국내 영역을 떠나 동남아, 유럽, 미주지역에 초청돼 K- 분재처럼 대한민국의 분재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이철호 회장의 1년 후배인 이강희씨는 보은농고 31회다. 세중초등학교, 보덕중학교를 졸업하고 보은농고 원예과를 진학한 이강희씨는 어려서부터 나무에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실은 조경을 공부하며 분재업에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 재학 중 청주 이강수 선생의 분재원에 들어가 물주기, 나무의 특성 익히기, 분재기술 배우기 등 분재의 모든 것을 배웠다. 이강수 선생 문화생으로 분재를 배운 후 독립한 것은 87년이다. 거의 10년 동안 분재원의 문하생으로 있으면서 실력을 연마해 연고지가 아니지만 청주에서 자신의 실력만으로 텃세없이 분재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후 제2의 고향을 청주로 여길 정도로 33년간 사세를 확장했다.
그러다 3년전 귀소본능에 의해 고향 세중리로 들어온 이강희씨는 일반 농사를 짓는 농부로 일부 전업을 했으면서도 나무농사를 짓는 분재원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강희씨가 초창기 분재기술을 배우며 만들었던 단풍나무가 고가에 에버랜드로 들어갔을 때 가슴 벅찼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때의 성공(?)으로 국내 최고의 분재 대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고 분재 외길을 걸으며 분재 대가로서의 명성도 얻었다.
그의 손을 거친 분재는 국내는 물론 일본까지 건너갔고 전남 신안군의 분재공원에도 그가 만든 분재가 있고, 강원도 양구군의 DMZ생태공원에는 분재전 1등작품인 향나무 분재가 있다.
현재 세중리 분재원에는 50여종의 분재들이 이강희씨의 손을 거쳐 세월을 먹으며 자신들을 단련시키고 있다. 작품들이 즐비한 분재원에 들어서면 눈이 놀라고 입이 벌어진다.
농림부장관상 등 많은 수상 실적을 갖고 있고 전시회 참가 등 회원들과 작품을 비교 전시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경향을 공유하고 관객들에게 진귀한 분재를 보여주는 것을 즐거워 하고 있다.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에는 멘토로 출강해 후배들을 지도하고 분재원에서는 문하생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전하며 분재산업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옥천 용촌리가 고향인 조원동씨는 청원군 강외면 미호분재원 이강수 선생의 문하생은 아니다. 이강수 선생의 제자가 운영하는 분재원 출신이다. 직접 이강호 선생의 지도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철학은 그대로 사사받았다.
조원동씨는 아무것도 모를 나이(?), 특히 분재에 대해서는 더 모를 나이인 초등학교 4학년 때 분재에 대한 호기심이 싹텄다. 담임 교사가 무궁화로 한 분재를 했었는데 무궁화 나뭇가지를 꺾어서 뿌리를 내리게 한 것도 신기했고 작게 키운 무궁화 분재에서 큼직한 무궁화 꽃이 핀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꽃은 왜 그리 예쁘던지. 그 뒤로 조원동씨는 분재를 눈여겨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농고에 진학해 분재를 전공하겠다는 진로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농고 원예과가 아닌 자영농과를 진학했지만 이곳에서도 화훼실습포장에서 연구생활동을 있었기 때문에 화훼실습장은 기술을 습득하는 교육장으로 활용했다. 학교 실습포 말고도 조원동씨는 청원군 낭성면에 있는 청매원에서 분재를 배웠다. 방학 때는 분재원에서 먹고 자면서 분재기술을 익혔다.
조원동씨도 이강수 선생의 분재원은 노크했지만 대기자들이 많아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자 이강수 선생이 자신의 제자가 운영하는 대청원을 소개해 그 곳에서 분재를 익혔다. 그 다음 찾은 곳이 대청원 운영자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경남 합천의 백암산방이다. 그곳에서 11년간 수련을 했다. 문하생은 보통 3년간 하는 것이 보통이나 조원동씨는 11년간 백암산방에 있으면서 탄탄하게 내실을 다졌다.
자신이 만든 분재작품은 일본으로 많이 나갔다고 말한 조연동씨는 백암산방에서 수학하는 중 미국에서 열린 세계분재대전에서 적송을 출품했는데 그랑프리 대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이 차고 넘쳤다.
2003년 고향 옥천으로 귀향한 조원동씨는 현재는 옥천읍 삼청리에서 송설산방을 운영하고 있다.
여섯 살 때 오른손 손가락을 모두 잃어 분재기구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은 주위에 알려져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다.
2021년 청풍상 송백부문 대상, 2022년 청풍상 잡목부문 대상, 2023년 KBE 제8회 대한민국한국분재대전 금상, 33회 한국분재대전 향나무 우수상 등 많은 수상 실적을 갖고 있는 조원동씨는 전시도 국내 뿐만 아니라 체코 송백개작 시연회, 대만 분재전시회, 중국 분재전시회에 초청돼 분재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분재 고수 3인방은 오래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분재의 가치, 분재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조원동씨
이철호씨
이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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