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
행복은 어디에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12.07 09:51
  • 호수 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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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속절없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의 가벼움이 한 해 살이의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해줄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자연스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되묻고 반추하는 날들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시간의 위력 앞에 무력해지지 않으려 나름 사력을 다한 날들이다. 연초에 계획했던 목표들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평가해 본다. 객관적인 기준과 잣대로 지나온 시간을 판단한다면 쉽게 결론이 내려진다. 
언제부터인가는 흘러간 시간과 마주한 시간,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 속에서 숫자와 돈을 떠나 얼마나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았는 가로 삶의 가치를 규정하고 싶었다.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행복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하면 막막해진다. 스스로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손에 꽉 잡히는 형체도 아니요, 행복의 기준이나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기에 당연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행복이 최고의 선이며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믿었다. 철학자의 주장과 신념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 걸 마음 깊이 새겼다.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대답한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물어도 누군가의 행복한 삶을 위해 산다고 말한다. 
행복은 채워져야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가 채워졌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늘 불행의 짐을 짊어지고 다닌다.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모자라며 비어 있어도 행복은 가득 차오를 수 있다. 채워지는 것이 아닌 채워져 가는 과정에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규정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에게서 찾고 발견하는 가치다. 비교하는 순간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비교 대상은 널려 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다. 행복은 과정이다. 과정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누구보다 행복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오래전 아침방송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어느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다양한 대답들이 쏟아졌다. 남편이 승진했을 때, 보너스를 듬뿍 받았을 때, 아이가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갔을 때,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을 때 등등. 잠시 후, 한 아주머니의 대답은 모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한 후 양치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는데 자신의 칫솔에 치약이 짜져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다. 방송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TV 광고였다. 아침에 아빠와 아이가 마당에 나와 앉아 있고 엄마는 환한 얼굴로 쟁반에 주스를 들고나오는 장면이었다. ‘행복은 한 잔의 ㅇㅇㅇ주스 속에 들어 있다.’라는 광고 카피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행복한 순간이나 모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알았다.
행복의 진짜 모습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 행복은 아무런 장식이나 벽이 없다. 행복은 차별하지 않는다. 행복은 늘 누군가의 곁을 맴돌며 손 내밀어 주기를 원한다. 스스로의 행복은 자신만이 찾고 누릴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하면 주위의 많은 이들이 덩달아 행복해진다. 행복은 주변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확장된다. 하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이나 목표가 아닌 하루하루 행복을 찾고 발견하며 가는 날들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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