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장
  • 김경순
  • 승인 2023.11.30 09:13
  • 호수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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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윤이
산외면 대원리

김장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가을에 시작하여 겨울에 김장을 끝낸 기분이다. 올해 김장은 세 번에 걸쳐서 한 탓이기도 하리라. 교회에서 같이 먹을 김장, 가족들에게 보낼 김장, 우리집에서 먹을 김장까지 일주일 넘게 김장을 했다. 마을 부녀회장님 아버님이 소천하셔서 배추를 절여놓고 인천 장례식장까지 왕복 8시간의 조문을 다녀오고, 그 다음날은 김칫소를 만들어놓고 버무리다가 우리 마을 탄소중립 교육까지 받느라 더 바쁘기도 했다. 친정엄마가 갓농사를 잘 지어 갓을 풍성히 나눠주셔서 갓김치까지 담갔다. 몸은 힘들지만 뿌듯했다. 
추수를 끝내고 김장까지 마치면 그 해의 농사 마무리를 하고 겨울을 온전히 맞는 시간이 된다. 쌀과 김치, 한겨울 국과 나물을 해먹을 수 있는 배추와 무, 간식으로 먹을 고구마와 사과까지 넉넉히 있으니 마음 한 켠이 든든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맛볼 수 없는 풍성함과 충만함이랄까? 한겨울 한파가 몰려와도 끄떡 없을 것 같은 든든함이다. 
김장을 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김치를 어떻게 담그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겨울에도 채소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고, 먹을 것이 풍성하지만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서민들이 한겨울 저장해 놓고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반찬거리가 김치가 아니었을까? 
두산백과에 의하면 김장을 ”가을에 한꺼번에 많이 담근 통배추김치·깍두기·동치미 등의 총칭 또는 그것을 담그는 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치가 우리나라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가포육영’이란 시이다. “장을 담근 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 겨울 내내 반찬 되네.” 이 시를 통해 우리나라 선조들이 겨울에 채소를 먹기 위해 소금에 무를 절여서 보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배추김치는 200여 년이 안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민속대백과 사전에 의하면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를 사용한 김장김치가 등장한 것은 조선 후기 이후로서 결구(結球) 배추가 중국에서 품종이 육성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발달하였는데, 배추통김치, 보쌈김치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850~1860년 무렵으로 추정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김장의 역사를 입증해 주는 가장 오래된 유적이 속리산 법주사의 돌항아리라는 것이다. 이 돌항아리는 성덕왕 19년(720년)에 설치되어 3000여 명의 승려를 위한 김칫독으로 사용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어 이 때에 이미 김장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니까 중국이 김치의 기원은 자기 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여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금의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장 문화가 2013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김치는 배추김치뿐 아니라 동치미, 깍두기, 알타리김치, 봄이나 여름에 먹는 열무김치, 얼갈이 김치, 또 파김치, 오이소박이, 갓김치, 고들빼기 김치, 민들레김치 등 다양한 채소로도 담글 수 있다. 또한 김치를 이용한 요리의 종류도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찜, 김치김밥뿐 아니라 퓨전요리에도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 
김치는 나트륨이 많아 건강아 좋지 않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다. 김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숙성되는 과정에서 젖산균을 만들어 내어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수한 김치는 겨우 내내, 아니, 김치냉장고가 발달한 현대에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렸을 적에 김장을 담글 땐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 하여 같이 절이고, 버무리는 큰 행사였다. 온가족이 모여 하거나 이웃들과 품앗이 해야 할 수 있는, 힘들지만 정이 넘치는 일이었다.  또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때 빠지지 않는 일이 김장을 해서 나누는 일임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김장의 의미는 크다. 하지만 갈수록 절임 배추를 사서 각 가정의 기호에 맞게 김칫소를 만들어 김장을 하거나, 아예 사먹는 가정이 많다 보니 김장의 의미가 작아지는 건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김장을 같이 하는 것이 당연하고, 수육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장 하는 날을 기다리기까지 하였던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는 김치를 해먹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인들이 김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김치의 우수성과 그 맛을 인정하는 만큼 우리의 젊은이들도 김치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김장을 하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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