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문 회장과 보은중 미술동아리의 콜라보
김상문 회장과 보은중 미술동아리의 콜라보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11.16 10:06
  • 호수 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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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건설공사장 외벽 처음으로 벽화, 예쁜 꽃 만발

낡고 어두운 분위기의 보은읍 도심 한가운데, 꽃마저 다 져버린 겨울로 가는 길목에 꽃들이 만발해 우중충한 겨울 색깔을 화사하게 만들어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흔히 평화약국 사거리라고 일컫는 곳인데, 아이케이 그룹 김상문 회장이 개인 재산을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 제산 평생학습 복합문화센터인 ‘제산컬처센터’가 들어설 곳이다.
낡은 건물을 부순 부지에 외벽을 설치했는데 연한 미색 빛의 외벽가림막이 둘러쳐져 있던 곳에 고운 색감의 튤립, 매화꽃이 거리를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10여명의 보은중학교 3학년 미술동아리 학생들이다. 
당초 보은중학교 미술동아리는 자신들의 미술 실력을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3개의 사업을 기획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곳 벽화였던 것.
이들이 벽화 그리기를 결정한 것은 지난 10월 초이지만 본격적으로 벽화를 그린 것은 중간시험 후 10월 말부터다.
이 때부터 1주일 중 하루 시간 내서 2시간 정도 색을 칠했다. 벽화가 처음인 학생들은 2, 30미터 길이 백지였던 벽면이 예쁜 꽃들로 가득 채워나갔다. 힘들었던 것도 완성 후를 기대하니 점점 뿌듯함과 자신감이 커졌다. 오다가다 벽화를 구경했던 주민들도 그동안 공사장의 가림막과 크게 비교되는 캔버스와 같은 이곳의 벽면에 자꾸 눈길을 보냈다.
드디어 벽화를 마무리하는 날인 지난 10일 오후 4시경 현장에서 보은중학교 미술동아리 학생들을 지도하는 동아리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났다.
미술동아리 회장인 3학년 김영준 학생은 “동아리반 학생들과 어떤 그림이 가장 좋을지 의논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어두운 느낌을 밝게 만들어 보자는 의견으로 집중됐고, 농촌이니까 나무나 꽃 등 자연을 그리는 것으로 했다가, 꽃을 그리는 것으로 주제가 좁혀졌고 그다음 장미, 튤립 등을 그리자고 하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그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벽화의 탄생배경을 설명했다.
김영준 학생은 완성된 작품에 대해 “꽃 위에 구름을 표현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가림막이 높아서 학생들의 키로는 안되고 또 사다리를 놓고 그릴 수 있는 현장이 아니어서 구름은 포기했다. 그럼에도 완성된 작품을 보니 뿌듯하고 성취감도 크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벽화여서 더욱 의미있고 어른들이 거기 벽화가 있는데 예뻐 이런 평가만 받아도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진(3학년) 학생의 어머니 김윤숙씨는 “아들이 벽화를 그리는 것을 안 지 얼마 안 됐다. 지인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거기서 아들을 보고 놀랐다”며 “완성된 그림을 보니 아이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아들이지만 자랑스럽고 멋있다”고 말했다.
귀가하던 보은여중 1학년 학생들도 “공사하기 위해 막 부셔놓으면 지저분해서 보기도 안 좋은데 이곳은 공사장도 막아놓고 또 벽화까지 그려 넣으니까 깔끔하고 주변까지 화사해진 것 같다”는 소감을 말했다.
한편 재단법인 제산 평생학습은 당초 올해 10월 보은읍 삼산리 93-5번지 일원에 제산컬처센터를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부지와 연접한 사유지를 추가 매입해 설계를 변경하면서 시간이 늦춰지고 동절기와도 맞물려 있어 내년 초 착공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제산컬처센터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4층이지만 일반 건물 지상 8층 높이의 규모로 특히 보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 건물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주차장 외에 1층엔 책도 읽고 휴식도 취하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북카페가 들어서고 또 4층에도 아동서적을 갖춰 엄마ㆍ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하는 북카페와 갤러리, 강연장, 공연장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 루프탑엔 정원을 갖춘 휴식공간으로 조성해 읍내 사방을 조망하고, 보청천이나 항건천 수변과 삼년산성, 삼산(와산, 저산, 사산)도 제자리에서 보는 보은읍의 전망대가 될 건물.
아파트 외에는 고층 건물이 건립되지 않고, 행정기관이 짓는 건물도 특색이 없는 것이 보은의 현실인 가운데 제산컬처센터는 보은의 문화자원이자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 보은의 건물 디자인은 제산컬처센터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산평생학습은 지난 2018년 김상문 회장이 자신의 아이케이 주식을 투자해 설립한 공익법인. 평생학습의 근간이 되는 독서를 장려하고, 독서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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