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은 범죄다
모든 전쟁은 범죄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11.09 09:22
  • 호수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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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보은읍 강산리

세찬 바람이 분다. 절정을 이룬 샛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깊어가는 가을 풍경은 언제 봐도 한 폭의 수채화다. 삐걱대면서도 질서와 조화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자연의 몸부림이 안타깝지만 아직은 볼만하다. 문제는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육과 파괴와 광기의 시간들이다. 사람 목숨이 떨어지는 낙엽만큼의 가치도 안됨을 보여주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는 날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퇴색되고 불편한 가을이다. 되풀이되고 있는 비극을 첨단 문명의 이기를 통해 지켜봐야 하는 현실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참혹하고 무자비하다.
인간만큼 잔인한 동물은 없다.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다는 가장 단편적 사고와 미개한 행위는 무엇으로 정당화되는가. 사람이 종교를 만들었다. 이념과 사상도 사람이 만들었다. 민족과 인종이 달라도 모두 같은 사람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기 위해 종교가 있고 이념이 있다. 인종의 다양성은 서로의 존재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시작은 모두 인간의 존엄과 공존과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떤 종교에도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여도 된다는 말씀과 계시는 없다. 어떤 이념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선언이나 주장은 없다. 어느 인종이 우월함으로 다른 인종을 지배하고 궤멸시켜야 한다는 규범은 없다. 
시간이 흘러 탐욕과 욕망이 도구화되면서 종교와 이념과 인종의 진실은 왜곡되고 파괴됐다. 인종이 다르다고 혐오한다. 종교가 다르다고 배척한다. 이념이 다르다고 적대시한다. 사람이 만든 이념과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정당화한다. 인종청소란 증오의 단어는 지금도 오르내리고 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인간세계에서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질러지고 있다. 무차별 자행되는 광기의 살육은 인간 스스로 인간임을 부정한다. 세계 3대 종교의 성지에서 가장 야만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병원과 학교에도 폭탄이 떨어진다. 약하고 어린 존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 나간다. 전쟁이 있는 곳에선 보호받아야 할 그 누구도 보호받지 못하고, 지켜내야 할 그 무엇도 지켜낼 수 없다.
이스라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책 ‘탈무드’는 삶의 지혜와 윤리적 가르침, 세상살이에 대한 교훈으로 가득하다. 2천 년 이상 나라 없는 설움을 겪으며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버티며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게 된 원동력도 탈무드에 있다. 탈무드는 세대를 초월해 유대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인생 길잡이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울림 가득한 명언과 새기며 실천해야 할 잠언들로 가득한 탈무드엔 ‘인간에 대한 사랑은 이웃을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하는 정도로 인종과 종교의 차별 없이 남을 사랑해야 한다.’ ‘인간의 자유와 동등이 보장되어야 하며 개인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 구제행위에 부정이 있어서는 아니 되며, 인간의 의로운 행위는 동물에게까지 미쳐야 한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들 스스로 겪었던 고난과 모멸, 설움의 역사를 기억한다. 그 교훈을 인간 세상에 사랑과 평화, 공존 씨앗으로 뿌리내리게 할 순 없는지 묻게 된다. 탈무드의 가르침은 공허하고 랍비의 존재는 허망하다. 
합법적 전쟁은 없다. 정의로운 전쟁도 없다. 전쟁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모든 전쟁은 범죄다. 전쟁을 계획하고 부추기며 일으키는 자들은 모두 범죄자들이다. 전쟁을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무리들은 악마의 다른 이름이다.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은 다시 봄이 오면 새순이 돋고 파릇한 잎이 자라날 것이다. 무자비한 폭격에 스러져간 가자 지구 어린이들과 민간인들, 그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였을 그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그들이 죽어간 자리엔 다시 더 큰 분노와 증폭된 증오의 씨앗이 돋아 날것이다. 이제는 끝내야 할 명백한 이유다.
떨어진 낙엽은 봄을 향한 약속이다. 인간 세상에 더디 가더라도 평화와 공존과 평등의 씨앗이 뿌려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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