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깊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새로운 기회가 시작된다
지역을 깊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새로운 기회가 시작된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10.25 21:24
  • 호수 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경 수
청년마을 라이더타운회인ㅎㅇ 부대표
보은군 인구감소지역대응위원회 위원
해바라기문화공작소 운영위원

2020년, 코로나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아이들의 등교가 전면 금지되었고, 문화기획자, 문화예술교육자인 우리 부부의 일도 멈췄다. 당시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이곳 보은군 회인면으로 돌아와 시골의 잔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어릴 때와 느낌이 달랐다. 나이가 조금 들어서일까, 직업의 영향일까? 마을 구석구석이 다 ‘보물’처럼 다가왔다. 어느날 가족과 산책하는 길에, 한 건물에서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적극적인 성격의 아내가 먼저 들어가 살펴보니 그곳은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었다. 처음 방문한 날부터 두 아들도 스스럼없이 녹아들어 함께 놀았다. 도시에서와 달리 회인에서는 온 마을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 이유들이 더해져 이곳에 집을 짓고 아예 귀촌을 하게 되었다.
회인초등학교는 1906년 개교하여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다. 아버지는 50회 졸업생이고, 큰아이는 111회, 둘째는 112회 졸업생이 된다. 대단히 큰 자부심이다. 그런데 시골학교가 소멸하고 있다. 학교의 소멸은 결국 지역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동문인 전통있는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마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회인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곳이다. 그래서 문화재, 이야기, 사람, 공간, 특산품까지 소중한 보물이 많다. 이 보물을 가지고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시작했다. 청년이자 학부모이며 문화기획자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마을에 필요한 일들과 맞닿기 시작한 것이다. 회인 출신 오장환 시인의 동시를 소재로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를 만들고, 회인의 문화유산과 지역시설을 연계한 문화재청의 야행을 통해 회인의 역사문화체험 기회를 관광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마을길을 흘러가는 수많은 자전거,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붙잡아 마을에 머물게 하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의 라이더타운회인ㅎㅇ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 모든 자원은 늘 이곳에 있었고, 더 많은 자원들이 있다. 도시 인접 지역이어서 인구 유출이 많았던 지리적 약점은 다시 도시민을 회인으로 유입되기에 좋은 지리적 강점이 되었다. 이 자원들을 문화로 연결해내는 일, 그게 내가 잘 할 수 있고 마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회인의 고유한 매력과 가치가 유지되고 보존되길 바란다. 작지만 번성했던 마을인 만큼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그로 인해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 되길 기대한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우는 신뢰와 공동체성이 강해 아이들 키우기 좋은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잘 활용해서 인근 도시에서도 찾아오는 문화예술이 풍성한 마을, 삶의 만족도가 높은 마을이면 좋겠다.
지역을 사랑하는 만큼 지역에 녹아들고 지역을 깊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활력이 생기고 마을이 다시 번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 자산을 기반으로 가치를 이끌어내는 로컬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을 보은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이 사업의 주인공인 액션그룹과 주민 활동가들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오늘보다 내일의 보은을 더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