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성을 주제로 한 문화콘텐츠 시민들에게 ‘우리의 산성’이란 자부심 심어줘
독산성을 주제로 한 문화콘텐츠 시민들에게 ‘우리의 산성’이란 자부심 심어줘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10.25 21:17
  • 호수 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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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을 시민의 휴식처, 놀이터로 만들어 시민들 언제든 산성 접근토록 기회 부여


보은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역으로 후삼국시대에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던 곳이다. 그 때문인지 군내 산성군은 14개에 달한다. 신라와 백제의 접경을 이루고 후삼국시대에는 후백제와 고려와의 경계를 마주했다. 이같은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우리지역의 산성이 다른 어느 지역의 산성보다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은 수많은 전쟁으로 부터 지역을 지킨 역사적인 산물이다.
보은문화원이 2002년에 펴낸 ‘보은의 성곽’편에 나온 성곽을 보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성은 삼년산성 외에도 노고산성, 문암산성, 백현산성, 태봉산성, 관기산성, 매곡산성, 주성산성, 호점산성, 국사봉산성, 노성산성, 동학대도소 상터, 벙어리산성, 다라니보루가 있다.
이렇게 많은 산성 자원이 있지만 국가사적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삼년산성 외에 나머지 산성에 대해서는 발굴이나 복원 등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타 지역은 어떨까? 본보는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타 지역 성의 관리실태 및 이용사례 등을 취재해 우리고장 산성문화재도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하고 지역사를 공유하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고, 특히 지방소멸 시대 산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보도순서>
■우리지역 산성문화재의 실제
   -삼년산성
   -호점산성
■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타 지역 산성문화재
  - 단양 온달산성 온달관광지로 
  - 공주 공산성, 백제고도의 중심
  - 대전 계족산성, 황톳길 더해져 유명세
  ▶ 독산성, 세계문화유산 추진
■ 삼년산성·호점산성의  관광상품화 방안

 

산성은 군사적으로 요충지에 쌓는다. 사방을 조망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곳들이다.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찾은 산성마다 산성이 위치한 산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도 정상에서는 동서남북 사방을 다 조망할 수 있다. 골짜기를 싸고 있는 포곡식의 삼년산성에 올라서면 동서남북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것처럼 오산시의 독산성(사적 140호)도 마찬가지였다.
오산시 북부에 자리한 독산 정상에 있는데 독산의 산 높이는 겨우 208m에 불과하다. “애걔 할 수밖에 없는 산 높이인데 산 정상 독산성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오산 시내를 비롯해 동탄 신도시, 수원과 화성시까지 들어온다. 
오산시는 수도권이지만 면적도 적고 인구도 22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고 볼거리도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적 140호인 독산성은 오산시가 매우 애지중지하는 꿀단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오산시는 독산성을 콘텐츠로 한 문화예술행사로 오산시를 알리며 오산 시민들의 휴식처, 놀이터로 만들고 외부인들을 오산시로 끌어들이고 있다.

■권율 장군이 승전 기록한 독산성
독산성은 백제 때 쌓은 오래된 성이다. 통일신라와 고려도 이 산성을 사용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서울 남부를 지키는 요충지로 썼다. 
이곳이 크게 이름을 날린 것은 바로 임진왜란 때이다. 1592년 12월 전라도 관찰사 겸 순변사(巡邊使)인 권율 장군이 근왕병(勤王兵) 2만명을 모아 서울로 향하다가 바로 이곳에 진을 치고 주변에 있던 왜군을 토벌했기 때문이다. 바로 독산성 정상에 있는 세마대(洗馬臺)와 관련이 있다. 여기는 왜군을 잘 요리해 승전한 통쾌한 설화가 전해오고 있다.
권율이 2만대군을 이끌고 이곳에 들어와 진을 쳤다. 그들을 두려워한 왜군은 성을 포위해 공격했는데 아무리 공격을 해도 소용이 없자 뿔이 난 왜장 가등청정(加籐淸正)은 첩자를 보내 성의 결점을 알아 오게 했다. 그 결과 성에 물이 매우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리 식량이 많아도 물이 없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니 왜군은 성 밑에 큰 웅덩이를 파 성 내부에 남아있는 지하수를 차단하니 얼마 안 가서 조선군은 물로 크게 곤란을 겪게 됐다.
그러자 왜장은 물 한 지게를 보내 조롱하며 조선군의 분열을 조장하려 했다.
그러나 권율은 기가 막힌 계략을 생각해내고 다음 날 아침 왜군들이 잘 보이는 곳에 백마를 데리고 와서 흰쌀을 말에게 끼얹어 목욕을 시키는 연극을 해 보였다.
그것을 본 왜군은 말을 목욕시킬 정도로 물이 많다고 판단해 포위를 풀고 바로 줄행랑을 쳤다. 권율을 그들을 추격해 수천의 왜군을 물리쳤다.
이것이 독산성 정상에 있는 세마대의 설화다. 쌀로 말을 씻겼다고 해서 장대(將臺) 이름을 세마대라 했다.
1593년 9월 3일동안 백성들이 합심해 성을 쌓았으며 1595년 포루(砲樓) 시설이 설치됐다. 1597년 2월에는 조총을 방어하기 위해 평평한 집을 성벽 안에 짓고 거기에 성 아래로 창문을 설치해 석차와 포차를 배치했다. 그리고 성밖에는 목책을 세우려고 있으나 실현하지는 못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권율의 빛나는 승지로 천하에 널리 알려지자 산성의 중요성도 커져 1602년 수원부사 변은성이 쌓았으며 1796년 수원 화성 축조로 그 남쪽을 지키는 용도로 개축했다. 이때 독산의 이름이 잠시 향로봉으로 갈렸는데 이곳은 항상 물이 부족해 이후 철저히 버려지게 됐다. 아무리 수비하기 좋은 곳이라 해도 물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성 둘레는 3천240m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성곽은 400m에 불과하며 4개의 문을 갖추고 있다. 성벽 밖은 장방형 또는 방형으로 다듬었고 약간의 기울기를 줘 매우 단단하게 쌓았다. 성 내부에는 보적사와 세마대가 있으며 옛 건물터가 조금 남아있다.
오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독산성 성곽 복원에 들어가 2019년엔 원 성벽의 구조와 축조방법 등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복원 성벽 아래에 묻혀있던 삼국~조선시대 성벽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즉 삼국시대 성벽이 조선시대 성벽 아래에서 확인된 것이다. 또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3면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치성도 처음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오산시가 독산성에 대한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지난 2020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 것에서 읽을 수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등재됐던 우리지역의 삼년산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등 오산시는 시의 대표 문화재인 독산성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정조(1776~1800)의 신도시 건설과 관련한 정조 유적군에 포함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를 추진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가 18세기 정조대왕 신도시 건설 유적군의 잠정목록 등에 대해 심의하고 최종 부결했다.
우리의 삼년산성은 중부내륙지역 산성 군(보은 삼년산성·청주 상당산성·충주산성·충주 장미산성·제천 덕주산성ㆍ단양 온달산성·괴산 미륵산성 등 7개의 관방유적)으로 묶여 세계유산 전 단계인 한국의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산성 주변 산림욕장, 둘레길 조성해 휴식처로 가꿔
독산성이 임야가 농촌에 비해 적은 도시인 오산시는 독산성 주변을 시민 휴식처로 조성했다. 1999년 말 개장한 독산성 산림욕장에는 등산로·산책로·전망대·삼림욕대·피크닉장·휴게 공간 등 편의시설이 있으며, 숲에서 수업할 수 있는 수풀 사이 교실과 수목 관찰로 등도 갖춰져 있다. 이밖에도 각종 체육시설과 거미줄 타기, 등반벽 오르기, 밧줄 타기 등의 시설도 마련돼 있다.
오산시민들은 오산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독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독산성 포럼을 설립해 독산성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려고 오산시에 계속 요구해왔다.
지난 2022년 5월 출범한 독산성포럼 박신원 대표는 독산성 문화복합단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오산 시민들이 언제든 힐링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독산성 일대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어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민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아직 이에대한 후속적인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지만 오산시민들에게 독산성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국보급이다. 독산성은 이같은 사업 외에도 경기 삼남길 제7길 독산성 길에 해당한다. 경기삼남길은 조선시대 지방과 한양을 잇던 경기 옛길로 평택에서 과천까지 약100㎞ 구간을 10코스로 조성한 것이다. 
속리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오산시는 독산성과 세마대 지를 포함해 물향기수목원, 고인돌공원, 에코리움 등 9개의 스탬프 관광지를 방문해 스탬프 인증을 받으면 선물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오산시민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삼남길에 포함된 독산성 숲길로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유인효과를 갖는 것이다.

■산성문화제로 독산성을 재미있는 곳이란 이미지 만들어
독산성이 알려지고 또 독산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남녀노소의 시민들이 알고 지역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한 데는 독산성을 주제로 즐기는, 놀이문화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그것이 독산성을 문화축제인 독산성 문화제이다.
독산성문화제는 독산성 문화제의 역할이 컸다. 오산시 3선 시장인 곽상욱 시장이 2010년 당선된 후 독산성문화제를 새로운 축제를 기획해 그해 10월 제1회 문화축제를 개최했다. 당시 정조와 권율장군의 이야기 뮤지컬, 활 만들기 체험, 성 쌓기 체험, 독산성 애니메이션, 산성음악회, 도전 골든벨 글짓기 및 사생대회 등으로 문화축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매회 새로운 축제 내용이 창작해 시도했는데 독산성 고유제와 독산성 도보여행도 하고 체험행사 코너는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 전통복장을 착용하고 어린이 무과시험, 오산시민 과거시험, 독산성 선비체험, 주먹밥 만들기 체험, 권율의 무예학교, 정조의 배움학당, 대장금 수라간, 전통제례의식을 재현, 권율의 임진왜란 전투 승전일인 1593년을 특화해 조선시대식 독산성 마을, 1593공방, 1593라이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매년 축제를 열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축제를 특화해나갔다. 그 결과 2019년에는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받고 2022년에는 경기 관광축제에 선정돼 상 사업비 6천만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제14회인 올해 독산성문화제도 지난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2일간 14회 문화제를 열었다.
오산시의 독산성 문화제는 특히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만들기 위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이 없는 플라스틱 자유지역으로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산시는 오산문화제를 특화 발전시키기 위해 초기 1, 2회는 오산문화원에 주관하다 오산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 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신성우 축제TF팀장은 “독산성 문화제를 단순히 어른들만 누리는 축제가 아니라 특히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아이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크게 관심을 기울여 과거시험 재현이나 ESG 관련 체험, 새끼꼬기와 같은 짚(풀) 놀이, 물고기잡기 등이 호평을 받으면서 가족들이 나들이 나와 즐기는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성우 팀장은 “오산의 독산성 문화제가 시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시민들에게 지역정체성, 애향, 애착, 정주성에도 기여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산성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서의 관리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민들에게도 산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면서 산성이 지역에 살아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끊임없는 이벤트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 산성은 그 시대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요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이었다. 전국의 산성중 중요도나 역할에서 순위를 매기기 어려울 것이다. 오산시의 독산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산성을 볼 때 독산성은 사실 그 지역 시민들만 아는 산성에 불과했다. 이후 경기도가 삼남길을 개척, 경기도 사람들의 도보유행코스가 되면서 외부에 더 많이 알려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오산시가 독산성에 알리고 지역민들에게 산성 사랑의 마음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 작은 독산성을 자원으로 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대단한 문화발전동력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보은의 삼년산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도 말이다. 천오백 년 고성의 위용이나 견고함,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산성에 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현재의 군민, 군이 안고 있는 일이 절대 적지 않아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남문에서 보덕사로 향하는 성곽길이다.
남문지에서 동문지 방향의 성벽을 볼 수 있다.
돌계단과 성벽이 페루의 마추픽추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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