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鐘)소리
종(鐘)소리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10.18 22:07
  • 호수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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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 수
속리산면 거주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가을이다.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던 여름이 가고,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소문도 내지 않고 맑고 높고 푸르른 하늘로 찾아왔다. 시인에게 찾아온 가을은 종소리와 함께였을까? 이렇게 시리도록 깨끗한 하늘이라면 종소리마저 아득히 먼 거리까지 울려 퍼질 수 있겠다.

울렸으면... 종소리
그것이 기쁨을 전하는
아니, 항거하는 몸짓일지라도
힘차게 울렸으면... 종소리

크나큰 종면(鐘面)은 바다와 같은데
상기도 여기에 새겨진 하늘 시악시
온몸이 업화(業火)에 싸여 몸부림치는 것 같은데
울리는가, 울리는가,
태고서부터 나려오는 여운...

울렸으면... 종소리
젊으디 젊은 꿈들이
이처럼 외치는 마음이
울면은 종소리 같으련마는...

스스로 죄 있는 사람과 같이
무엇에 내닫지 않는가,
시인이여! 꿈꾸는 사람이여
너의 젊음은, 너의 바램은 어디로 갔느냐 (1945년 작, 「종(鐘)소리」 전문)


이 시가 발표된 시기는 해방 직후 12월이다. 그 무렵의 시대 상황과 시인의 입장을 짐작하며 감상해 본다면, 종소리는 조국 독립이라는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다 실질적인 민족의 해방과 국가의 독립을 바라는 시인의 마음으로 보인다.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새로운 지배세력 간의 다툼이 이어지고, 여전히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들의 모습은 시인에게 큰 아픔이 될 수밖에 없었겠다. 특히나 바뀐 시대에 쉽게 적응하기 못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인은 무엇인가 간절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겠다.
그 마음이 종소리를 울려서 젊은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종소리는 결국 시인 자신의 마음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시인이여! 꿈꾸는 사람이여/ 너의 젊음은, 너의 바램은 어디로 갔느냐’ 하고 노래하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여 지금 현재에까지 시인이 노래한 종소리가, 시인의 마음이 와닿을 수 있다면, 큰 소리로 함께 노래 부르고 싶다. 비루한 시대를 바꿀 종소리를 다시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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