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촌
버섯촌
  • 김경순
  • 승인 2023.09.27 09:46
  • 호수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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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저 그만두고 선택한 사랑을 담아내는 ‘버섯촌’

첫눈에 반해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고향 속리산으로 들어와 속리산 ‘버섯촌’을 운영하는 구자수(56)·김가현(54) 부부가 있다. 김가현씨는 속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태어났다. 청주대 경영학과 다니던 중 여름방학 때 보은관광호텔 캐셔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그곳에 놀러온 청년 구자수를 만났다. 둘은 첫눈에 불꽃이 띄었다. “이쁘고 귀엽잖아요. 그래서 홀딱 반했죠”라며 구씨는 당시를 이야기한다. 김가현씨는 “진실하고 당당한 남자라 맘에 들었어요. 지금도 그러잖아요”라며 베시시 웃는다. 
만난 지 두달만에 자수씨가 군에 입대했다. “우린 헤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바로 나오는 거예요. 몸이 아파 나왔다는 거예요. 그래 다시 만났죠” 서로 헤어질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둘은 1년 뒤 결혼했다. 결혼하고 속리로 들어왔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했어요. 여관, 슈퍼, 야채장사를 하다 2009년 ‘버섯촌’(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227. ☎043-544-6235)을 열었지요. 상가 전체가 산채비빔밥이 주 품목인데 속리산 특성에 맞추어 버섯 요리를 하면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돈 벌 것 같아 시작했어요. 요리는 어릴 적부터 장모님께서 운영하시던 불로식당에서 일을 도와주며 배운 아내가 있어 걱정 없었지요. 전 산으로 버섯채취 하러 가고 아내가 주방을 책임져요. 물론 산에서 일찍 내려와 홀서빙을 하지요”라며 “저 때문에 대학을 그만두어 마음이 아팠는데 43살에 아내가 방통대 과정을 거쳐 대학을 졸업해 마음이 편해요”라며 그간의 삶을 회상한다. 
구자수씨는 송이에는 관심이 없다. 산에 올라도 잡버섯 많은 곳만 다닌다. 예전에는 한 배낭을 둘러메고 양손에 한 보따리씩 들고 내려왔는데 이젠 한 배낭만 채취하면 내려온다. “너무 많으니까 아내가 따듬기 힘들어 하는 거예요. 그래 한 배낭 채우면 내려오지요”라고 말한다.
버섯촌에는 자연의 맛이 흐른다. 청정지역 속리산에서 채취한 버섯이 자글자글 끓는다. 채소육수와 야생버섯만을 이용해 깔끔하고 담백하다. 버섯의 향을 진하게 우려내기 위해 멀겋게 전골을 끓인다. 처음엔 냉냉하다 끓을수록 진국이 우러난다. 능이향과 다양한 버섯향이 조화를 이룬다. 한번 온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 “우리집은 다 단골손님 이예요. 대전에서 오시는 80세 중반 어르신은 집에서 식사 소화가 잘 안되는데 여기서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고 하셔요. 자식들이 자주 모시고 와요” 
속리산전통음식점 ‘버섯촌’ 벽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고사리밭과 버섯밭은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 준답니다. 버섯촌의 버섯들은 그만큼 소중합니다. 온갖 버섯들이 모여 자글자글 쏟아내는 국물 맛은 언감생심 흉내 낼 수 없는 지존의 맛이지요. 버섯촌, 자연의 선물을 이름에 담았듯이 최고의 맛을 전해 드립니다.’
속리산 상가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행객을 위한 주차장이 상가의 맨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관광객이 그냥 빠져 가던지 파출소 근처 식당만 이용한다. 상가 아래쪽 식당은 문을 닫을 지경이다. 상가 초입의 가게로 버틸 수 있던 힘은 자연의 맛을 고집하는 구씨·김씨 부부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정성 그리고 사랑이다. 속리산의 향기와 둘만의 풋풋한 사랑을 담아내는 버섯촌에는 오늘도 버섯향기가 그윽하게 흐른다.
박연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청정지역 속리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채소육수와 야생버섯만을 이용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전골.
청정지역 속리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채소육수와 야생버섯만을 이용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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