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처럼
보름달처럼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9.27 09:25
  • 호수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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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산외면 대원리

달이 차오른다. 밤의 달빛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구름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이 시간에도 달은 계속 차올라 며칠 후면 동그랗게 될 것이다. 한가위가 가까워오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물가가 오른다는 뉴스는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리다. 그러나 올해는 물가상승이 더욱 체감된다. 추석이 되기 전에도 이미 물가가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명절 즈음 빠지지 않는 뉴스가 있다. 대통령이 시장에 나가 일반 서민들을 만나 시장 음식도 먹고, 시장에서 여러 음식을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뉴스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똑같다. 보여주기식 행사 같다. 평상시엔 서민을 위해서, 약자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선거 전이나 명절 때에만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서민들을 위해 애쓰겠다고 한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농민들을 위한 지원 예산뿐 아니라 사회적기업 예산 등 삭감 되는 예산이 허다하다. 자신을 위해서는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 하면서 서민들을 위해 애쓰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허공 속에서 사라지는 연기 같다. 정말 서민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그러한 정책들을 실현할 제대로 된 인사를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념 프레임에 자꾸 가둬두려고 한다. 
일본이 방류한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광고 홍보에만 17억 가량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진실은 일본산 농축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정부는 일본의 8개 현의 농축수산물을 수입 금지하고 있지만 그 외의 현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수치도 기준치를 넘었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감추고, 왜 말도 안 되는 거짓으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너무 뻔뻔하게 하는 것 아닌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때문인지 마음이 더 무겁다. 
“보름달처럼 행복 가득한 한가위 보내세요.”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길거리 현수막이나 신문 광고면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 글씨들은 하나같이 “보름달처럼”이라는 비유를 써가면서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보름달처럼 풍성하지 않다. 보름달처럼 행복 가득하지도 않다. 안 좋은 뉴스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뉴스만 보면 답답해진다. 당분간 뉴스를 보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기대되는 것은 모처럼 가족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들도 같이 먹으면서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에 몇 번 못 가는 아버지 산소에도 가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만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 차가 덜 막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에 귀촌한 부모를 따라 삼남매가 같이 귀촌해 농사도 짓고, 방앗간도 같이 운영하는 가족을 소개하였다. 부모가 건강이 안 좋아 삼남매가 옆에서 도와주니 든든해 보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인터뷰를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이십 대인 자녀들이 문화시설이 없는 시골에 내려와 고생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시골도 많이 변화하여 도서관이나 영화관, 문화원 등 배우고 누릴 기회는 많은데 어머니는 자식들이 시골에 사는 것만으로도 안쓰럽구나’ 하고 말이다. 모든 군 소재지에 다 영화관이 있지는 않겠지만 보은에는 영화관도 있고, 언제나 책을 빌릴 수 있고, 가서 공부도 할 수 있는 도서관이 두 곳이나 있고, 문화원에서 악기나 그림, 글씨 등을 배울 수도 있다. 또 체육관 시설도 좋아 어느 운동이든 배우고 누릴 기회는 많다. 요즘은 간간히 퀄리티 높은 공연도 자주 열리고, 청년들을 위한 이벤트도 자주 있다. 오히려 시골에서 살아서 스트레스도 덜 받고, 큰 욕심 없이 산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요인들은 많다. 
올 한가위에는 내게 없는 것들을 찾기보다 내게 있고, 내 주변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를…. 답답함, 현실의 고단함, 미움 등의 마음을 내려놓고 충만하게 차오른 보름달을 보며 마음만은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길…. 그리고 밤하늘을 환하게 밝혀주는 보름달처럼 둥글게 둥글게 둘러앉아 밤이라도 까먹으면서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로 풍성한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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