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 문학제 어린이들이 ‘다 했다’
오장환 문학제 어린이들이 ‘다 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9.21 10:55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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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합창단 우중 공연, 행사 백미로 손 꼽을만 관중들도 환호

어린이들을 사랑하지 않은 시인이 어디있을까마는 오장환 시인은 어린이들을 사랑했다. 많은 동시를 썼다.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오장환 전집에 수록된 작품 중 동시가 상당하다. 짠 바닷물을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눈물은 바닷물처럼 짜구나 /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가을이면 우리나라를 떠나는 기러기 행렬을 보고 오장환은 이렇게 표현했다.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 달두 별두 꽁-꽁- 죄 숨었는데 촛불두 없이 어떻게 가나”
회인 마을을 상징하고 있는 동시 해바라기는 “울타리에 가려서 아침햇볕 보이지 않네 / 해바라기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
생가 담에 넝쿨을 만들어 타고 올라가 커다랗게 맺힌 박은 보이는 그대로다. “넝물은 챙챙 감는다 둥그런 박통이 주렁주렁 달리면 무거우니까 넝쿨은 지붕위로 지붕위로 다릿줄이 위태로워서 며칠을 기어올랐다”
회인에서 전학간 안성 공립보통학교 아동문집에 실린 밤은 겉의 고슴도치처럼 날카로운 밤까시→벗겨내면 맨맨들한 표면→까면 씁쓸한 속껍질→벗겨내면 토실토실 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표현했는데 무릎을 탁 칠 정도다.
“깔끔이 밑에 반들이, 반들이 밑에 털털이, 털털이 밑에 달콤이, 다람쥐 먹지 말라고 깔끔이를 씌웠다네 / 벌레가 들어올 때는 미끄러지라고서요 반들이를 씌웠다네, 버러지가 털털이를 먹으면 털털하다네 / 사람들이 먹으라고 달콤이를 씌웠다네, 까기는 어렵지만은 그래도 맛은 좋다네, 삶은 밤은 노인차지”
꾸밈없이 천진난만의 어린이들 마음이 담긴 시만 보더라도 오장환 시인의 천재성을 읽을 수 있다.

오장환문학제에 어린이들이 참여한 합창공연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공연에는 동광초 감동어린이중창단, 옥천 정순철 짝짜꿍어린이중창단, 청주 어린이뮤지컬 합창단, 증평 한별이어린이합창단, 안동MBC어린이합창단. 보은군립합창단, 국악인 조동언씨가 함께 불러 감동을 줬다.
오장환문학제에 어린이들이 참여한 합창공연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공연에는 동광초 감동어린이중창단, 옥천 정순철 짝짜꿍어린이중창단, 청주 어린이뮤지컬 합창단, 증평 한별이어린이합창단, 안동MBC어린이합창단. 보은군립합창단, 국악인 조동언씨가 함께 불러 감동을 줬다.

지난 9월 15일과 16일 회인면 중앙리 오장환 생가 및 문학관 일원에서 개최된 오장환 문학제는 어린이들이 참여한 합창공연이 행사의 큰 성과로 다가왔다.
특히 행사 이튿날엔 억수같이 내리는 비로 인해 자칫 행사를 중도에 접는 등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지만 동광초등학교 감동어린이중창단과 옥천의 정순철 짝짜꿍어린이중창단, 그리고 청주 어린이뮤지컬 합창단, 증평 한별이어린이합창단, 안동MBC 어린이합창단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며 합창공연에 최선을 다하자 어른들이 감동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동시 콘서트 마지막엔 어린이합창단과 보은군립합창단이 국악인 조동언씨가 오장환 시인의 시로 작곡한 나의 노래를 함께 불렀는데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지휘자의 지도를 받았는데도 당일 한 번 입을 맞춰본 후 본 공연에서 몇날 며칠 연습한 것처럼 합창의 무게가 웅장하게 다가왔다. 공연을 끝낸 후에는 무대위의 단원들도 관객들도 모두 아쉬워할 정도로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한편 오장환 문학제는 백일장과 시그림그리기 대회를 비롯해 문학기행, 추모 혼맞이 공연, 제13회 오장환 문학상 수상자 이진희 작가의 문학강연, 김해자·문동만·송진권 시인이 참여한 작가와의 만남, 그리고 손택수 오장환 문학상·박은영 신인문학상·김지민 디카시신인문학상 시상 등이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문학기행에는 지난 2013년부터 오장환 문학제가 열릴 때마다 충북대 러시아언어문학과 교수 주도로 충북대러시아언어문학과 학생과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러시아 학생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회인을 찾아 오장환 시인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기념식 후 가진 음악회는 회인 중앙리 출신인 함순례 시인의 시로 노래하는 시노래 공연 및 청주 출신인 김산하씨가 공연을 펼치는 등 우중공연의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28회 오장환문학제는 온전히 회인에서 개최됐다. 참여하는 숫자에만 매몰돼 읍을 고집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찾는 문학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문학제는 오장환 시인의 고향 회인이 문향의 고장으로 거듭나는 또한 번의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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