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9.21 10:15
  • 호수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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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철 순
시인
마로면 관기약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잘 생긴 사람은 더욱 아니다.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열심히 삶을 가꾸는 그런 사람들이다. 내 주변에는 몇 몇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리 동네에 사는 광수씨,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A4용지에 하나 가득 한문을 쓴다고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몇 십 년을 써서 웬만한 한문은 모르는 게 없다고 한다. 그리곤 바로 앞에 있는 텃밭을 가꾼다. 고추도 심고 배추도 심고 옥수수도 심는다. 그리곤 여름날 옥수수를 삶았다고 이웃을 부른다. 그런데 그 분이 하는 일이 유유자적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한문 한 장 써놓고, 아침 일찍 텃밭에 나가 일을 한다. 그리고 힘들면 쉬고 조금 하다 힘에 부치면 쉬고 그런다. 가만히 옆에서 보면 서두르는 법이 없다. 여유롭다. 그래, 삶에는 그런 여유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아등바등 더 가지기 위해서 애를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앞집에 사는 세근씨. 그는 한결 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걷기 운동을 한다. 내가 5시쯤 일어나 책을 보고 있으면 6시가 조금 넘으면 그의 기침 소리가 난다. 그는 사계절 변함없이 관기에서 방화실까지 다녀온다고 한다. 아들들이 추운 겨울에 집안에서 운동하라고 운동기구를 사줬지만, 변함없이 걷기 운동을 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모습 또한 아름답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친척 동생쯤 되는.
그는 청주에서 중고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만두고 아픈 엄마를 지극 정성으로 병간호하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농사를 지으며 올케가 없는 조카와 오빠 밥을 해주며 돌본다. 배울 만큼 배우고 힘든 일을 해보지 않았을 텐데 자기 농사뿐만 아니라 남의 농사도 거든다. 나보다 열 살 아래인 그녀는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거친 일을 해서 얼굴은 까맣고 손은 거칠다. 나처럼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은 그녀처럼 내 모든 것을 던지고 엄마를 병간호하고 힘든 농사일을 할 수 있을까. 조금 짓는 농사일에도 힘들다고 낑낑거리는 나는 도저히 못할 거 같다. 그녀를 볼 때면 안쓰러워 마음이 아프다. 어쩌다 그녀의 공간을 엿봤는데 작은 공간에 다탁 겸 책상이 있고, 찻잔은 면포에 덮여 있었다. 그리고 독서대에는 책이 놓여 있었다. 나는 녹차를 즐겨 마시는데 그녀는 보이차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그 힘든 농사일 틈틈이 책을 보고 차를 마시는 여유가 있는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또 오일장을 돌며 애채장사를 하는 부부.
그들 부부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된다고 한다. 2시에 일어나 대전에 가서 싱싱한 야채를 매일 가져와 오일장을 돌며 판다. 그래서 늘 야채가 싱싱하다. 욕심 부리지 않고 그날 팔 것만 모자란 듯 가져와 판다. 그래서 조금 늦게 장에 나가면 야채를 못 사기 일쑤다. 그래서 늘 야채가 싱싱하다. 어제 팔다 남은 것이 있으면 양심껏 싸게 판다. 난전이라 여름의 무더위를, 겨울엔 찬바람을 오롯이 몸으로 견디며 장사를 한다. 힘들 것 같은데 그들은 늘 웃는 낯으로 손님을 대한다. 몸은 힘든데 표정은 그렇지 않다. 피곤해서 늘 입안이 헐어있다고 하면서도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너무 많다. 힘든 농사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 존경스럽다. 내가 고추를 심고 농사를 지어보니 알겠다. 나는 작은 농사도 이렇게 힘든데, 더 많은 농사를 짓는 분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싶다. 며칠 전에는 오장환 문학제에서 김해자 시인을 만났다. 전에 그 분의 시집을 읽고 만나고 싶었는데 반가웠다. 그 분은 고려대국문과를 나와서 천안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산다. 그 분의 소박함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 분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도 더 가지려 애를 쓰고 산다. 권력이 있는 사람은 더 큰 권력을 가지려 애를 쓰고 살고. 그런 사람들한테서는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 행복한 모습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그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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