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하)
장마철(하)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9.14 10:25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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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수
속리산면 거주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우리 고장에서 나고 자란 문화 예술계의 자랑스러운 인물을 꼽으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오장환 시인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1918년 보은 회인에서 태어난 시인은 1930년대 ‘시단의 3대 천재’와 ‘시의 황제’로 불리며 문단에서 활동하고 수많은 작품을 쓰고 큰 족적을 남겼다. 이에 보은사람들에서 ‘오장환 시 다시 읽기’를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시인의 작품세계와 그의 생애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기회를 함께 가져보려고 한다. 시인의 존재와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역민들이 많이 계시는데 반해, 막상 그의 시를 접하게 되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를 통해 오장환 시인의 시를 만나고, 100년의 시대 차이를 넘어,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통해 그의 시정신을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회에 이어서 남은 부분을 더 살펴본다.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운 장마철, 하늘 높이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꿈 아시
아슬하게 높이는
흰구름,

아 모든 것은 이냥 흘러만 가는가
내 노래에 젖은 내 마음
내 입성에 배인 내 몸매
다만 소리 없는 흰나비로
자취 없이 춤추며 사라질 것인가

꽃비늘 어지러이 흘러가는
여울가에서
온통 숨차게 흔들리는 가슴 속

그러나 이것은, 어디로서 오는 두려움인기
아니,
어디에서 복받치는 노여움인가.

나는 보았다.
철마다 강기슭에서
큰물이 갈 때에 ...... (1946년 작, 「장마철」 뒷부분)


오랜 식민지에서 독립은 되었어나,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불안과 혼란이 이어지는 현실이 시인에게는 장마철의 어지러움과 큰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많은 것들과 겹쳐지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였겠다. 그리고 마음처럼 되지 않는 개혁과 변화에 대한 좌절과 무기력이 두렵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으리라.
‘꽃비늘 어지러이 흘러가는 여울’과 ‘온통 숨차게 흔들리는 가슴’에 시인의 마음이 드러나 있어 안타깝다. 그리고 얼른 장마철이 끝나고 높고 푸른 하늘의 가을을 맞은 시인의 마음을 만나보고 싶다.
마침, 시인을 기리는 행사로 오래 진행되어온 오장환문학제가 내일과 주말에 개최된다. 예년처럼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회인 일원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니 평소 시인이나 그의 문학세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시간을 내어 참여해 보면 뜻깊은 시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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