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 수려한 산성 온달관광지 조성되면서 관광객 크게 늘어
풍광 수려한 산성 온달관광지 조성되면서 관광객 크게 늘어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9.07 09:45
  • 호수 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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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평강의 러브스토리에 고구려·신라 문화축제인 온달문화제도 관심 끌어


보은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역으로 후삼국시대에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던 곳이다. 그 때문인지 군내 산성군은 14개에 달한다. 신라와 백제의 접경을 이루고 후삼국시대에는 후백제와 고려와의 경계를 마주했다. 이같은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우리지역의 산성이 다른 어느 지역의 산성보다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은 수많은 전쟁으로 부터 지역을 지킨 역사적인 산물이다.
보은문화원이 2002년에 펴낸 ‘보은의 성곽’편에 나온 성곽을 보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성은 삼년산성 외에도 노고산성, 문암산성, 백현산성, 태봉산성, 관기산성, 매곡산성, 주성산성, 호점산성, 국사봉산성, 노성산성, 동학대도소 상터, 벙어리산성, 다라니보루가 있다.
이렇게 많은 산성 자원이 있지만 국가사적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삼년산성 외에 나머지 산성에 대해서는 발굴이나 복원 등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타 지역은 어떨까? 본보는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타 지역 성의 관리실태 및 이용사례 등을 취재해 우리고장 산성문화재도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하고 지역사를 공유하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고, 특히 지방소멸 시대 산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보도순서>

■ 우리지역 산성문화재의 실제
   -삼년산성
   -호점산성

■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타 지역 산성문화재
 ▶ 단양 온달산성 온달관광지로 
  -공주 공산성, 백제고도의 중심
  -대전 계족산성, 황톳길 더해져 유명세
  -독산성, 세계문화유산 추진

■ 삼년산성·호점산성의 
   관광상품화 방안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온달산성은 삼년산성과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크게 적다. 하지만 줄을 맞춘 것처럼 차곡차곡 쌓은 석축이 견고하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온달산성은 온달동굴, 온달세트장 등 온달을 테마로 한 온달관광지에 위치하고 있다. 산성을 가는 길은 온달관광지 정면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올라가거나 보발재(고드너머재라고도 한다)에서 시작하여 방터마을을 지나 온달산성을 거쳐 온달관광지로 내려올 수도 있다. 이 길은 온달평강 로맨스길로 이름붙여진 소백산자드락길 6코스구간이다. 
온달산성에 올라 마주한 풍광은 ‘온달산성에 올라 성벽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망연히 우리 산천의 산과 강과 들과 마을과 산성을 한없이 바라보는 그 맛에 단양으로 답사를 오기도 했다’고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에서 밝힌 그대로였다. 장쾌한 것이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온달산성 세트장 같을 정도로 관리 잘돼 
사적 제264호인 온달산성은 영춘면에 있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서 영춘면으로 가는 길은 내내 남한강을 끼고 달리며, 때로는 강가의 기암절벽이 시선을 압도하는 수려한 드라이브 코스이다. 국도를 달리다 지방도로 이어지는 코스를 달리게 되는데 국도변이나 지방도변이나 할 것이 없이 깨끗하게 정리돼 기분좋게 온달산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보은군 구간의 국도나 지방도나 군도나 농어촌도로나 제때 제초작업을 하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뒤덮어 지저분한 것과 구분된다.
온달산성은 우리고장의 삼년산성, 상주의 견훤산성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 산성으로 꼽힌다. 주변 풍광이 멋질 뿐아니라 군사용이지만 미적감성을 자극해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다.
1천500여년 전에 쌓았는데도 대체로 잘 보존된 성이다. 워낙 견고하게 잘 지어졌기 때문이다.
두께 5∼15㎝ 정도의 비교적 얇고, 납작납작하게 잘라낸 절판암을 안팎으로 쌓았으며 속채움까지도 흙을 전혀 쓰지 않고 커다란 돌로 형태를 잡고 간극에는 자그마한 돌멩이를 채워 넣어서 정밀하고 튼튼해 보였다.
온달산성은 해발고도 427m인 성산 정상을 둘러싼 테뫼식 석성이다. 둘레는 683m로 크지 않아 성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동·남·북쪽에 문터가 있고 동문 쪽 성벽은 지형을 따라 곡선으로 돌출돼 있는데 우리나라 고대 성곽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양식이라고 한다. 이곳에 계단이 설치, 탐방객들은 이곳을 주 출입로로 사용하고 있는데 들어올리는 현문 형식의 문 구조이다.
북문에는 성벽의 일부를 바깥으로 내어 쌓은 치(稚)가 있다. 네모로 각지게 돌출시켜 쌓은 것이 특이하다. 치는 성벽에 바짝 붙어 공격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만들었다.
온달산성의 지세는 남고북저(南高北低)다. 고도가 가장 낮은 북문 쪽에는 성안의 물을 밖으로 빼내기 위한 수구가 있다. 성안에 우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까지 유적 발굴단이 찾지는 못했다.
성에 오르면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굽이치며 흐르는 푸른빛의 남한강과 첩첩이 뻗어 나간 산줄기들, 영춘면 소재지와 영춘교를 비롯해 주변이 한눈에 조망되는 시원스러움, 산줄기를 따라 곡선으로 휘어진 산성의 튼튼하고 유려한 모습.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삼년산성처럼 대부분의 산성들은 군사적 목적 때문에 전망이 좋을 수밖에 없고 산줄기를 따라 성을 쌓기 때문에 유려한 곡선을 이루게 된다. 그 점을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산성이다.
성곽을 따라 오르는 곳에는 모나지 않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돌무더기들이 잔뜩 쌓여있다. 2016년 온달산성 종합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진행된 학술발굴조사 과정에서 성벽 안쪽을 따라 돌이 무더기 출토되었는데 석환(石丸, 돌폭탄)이라고 했다. 지름이 10~20㎝와 30~50㎝ 정도 크기의 둥근 강돌로 성 밖에서 옮겨 온 것으로 보이며, 성을 방어하기 위해 투석전(돌을 던지며 다투는 싸움)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성안엔 남문 쪽의 소나무 두 그루 아래에는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간색 나무 의자 2개가 놓여있다. 눈에 확 띄는 이 의자를 온달과 평강 의자라고 한다.
남문 옆에는 사각정자가 있고 북문과 동문 사이에 놓여있는 벤치, 그리고 성곽에 오를 수 있도록 나무계단도 놓여있다. 방문객이 성곽 위를 밟아볼 수 있게 해놓았다.
성 관리는 매우 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밤톨처럼 제초작업이 완벽하게 이뤄진 성은 잘 관리된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어디든 타고 올라가는 칡넝쿨이 없고 성곽 주변으로 나무도 제거돼 성곽만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칡넝쿨과 나무로 빼곡하게 둘러쳐져 외벽을 자세히 볼 수 없는 삼년산성과 다르다.
단양군이 새로 지정한 신단양 8경인 온달산성은 산과 강의 조화까지 마음껏 누려볼 수 있다.

■드라마틱한 온달산성의 전설
이 산성을 천천히 둘러보면 저 만주벌판과 백두산 일대의 험준한 산악을 무대로 활동했던 고구려의 강건한 기상이 느껴진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온달산성은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신라군과 한강 유역의 패권을 놓고 싸우다가 전사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온달이 죽임을 당한 아단성이 이 단양의 온달산성이냐, 현재 서울과 구리시 경계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는 아차산 소재 아차산성이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란이 있다.
온달이 되찾고자 한 땅, 삼국사기의 ‘계립현과 죽령 서쪽의 땅(鷄立峴竹嶺已西)’은 오늘날 충주와 단양 일대, 남한강 중류 유역을 가리킨다. 이것만 보면 온달산성이 단양에 있으니, 전투 중에 온달이 사망한 곳이 온달산성이 맞을 것도 같다.
6세기 신라의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할 때까지 남한강 유역은 고구려의 땅이었으므로, 새롭게 전열을 정비한 고구려가 온달을 시켜 이 지역에 군대를 파견했고, 온달 장군은 한강 유역을 장악하기 위해 이곳에서 혈전을 벌였으나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전사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을 기반으로 이 산성은 온달산성으로 불리는 것이다.
온달산성엔 바보로 알려진 온달, 어릴 때부터 울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말을 믿고 정말 온달에게 달려가 결국 온달의 성공을 도와준 평강공주와 관련된 설화가 있다. 온달관광지에서 산성으로 오르는 길에 사모정(思慕亭)이란 콘크리트로 설치된 정자가 있는데 사모정에도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온달장군이 신라와의 싸움중 화살에 맞고 전사해서 시신을 옮기려고 했으나 관이 꼼짝하지 않아 평강공주가 울면서 달래어 떠나 보낸 자리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역사 속 한 편의 드라마가 되고도 남을 만한 좋은 소재이다. 

■단양은 역사인물 온달의 상품화
단양은 많은 자연관광지에 주변 경관을 누릴 관광지를 조성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손꼽히는 관광지이다.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연 지 오래된 단양은 사계절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자연풍광이 수려한 단양은 오래전부터 8경이 유명했다. 제1경 도담삼봉, 제2경 석문, 제3경 구담봉, 제4경 옥순봉, 제5경 사인암, 제6경 하선암, 제7경 중선암, 제8경 상선암이었다. 경치가 빼어나지만 덜 알려진 관광지를 중심으로 제2 단양8경을 지정했다. 제1경 북벽, 제2경 금수산, 제3경 칠성암, 제4경 일광굴, 제5경 죽령폭포, 제6경 온달산성, 제7경은 구봉팔문, 제8경은 다리안산이다. 흔히 알려진 만천하 스카이워크ㆍ모노레일ㆍ슬라이드, 수양개빛터널, 이끼터널, 단양강 잔도, 페러글라이딩, 시루섬, 다자구할미 등 널리 알려진 핫플은 제외하고도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0년 단양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사업을 통해 단양시장을 9경으로 확대하면서 단양시장 단양구경시장으로 명소가 됐다.
첩첩산중인 단양에 사는 주민들이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한 단양군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행정력의 힘이 발휘되면서 단양군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지가 됐다.
온달산성도 마찬가지다. 제2의 단양8경 중의 한 곳이지만 사적지로 손발이 묶여 있어 단양군의 임의대로 사업을 하지 못한다. 제초작업 정도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를 관상품으로 엮어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단양군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 김우성 주무관에 따르면 “온달관광지는 3만평의 부지에 고구려 생활문화와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사랑을 재조명해 전시한 온달전시관, 온달과 평강주제의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고 산 정상부의 온달산성, 산 아래의 온달동굴, 강변 평지에는 조성한 온달오픈세트장을 갖추고 있는데 온달관광지 연간 방문객은 10만명~12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우성 주무관은 “산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온달과 평강을 테마로한 다양한 시설물이 조성되면서 관광요소를 만들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6년 조성한 드라마세트장은 본래 사극 ‘연개소문’을 찍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 중국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세트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연개소문이 중국에서 지냈던 상단과 이밀의 집, 당나라의 수도 장안성의 작은 골목과 상점들까지 배치되어 있고 장안성 상가 거리 끝에는 세 겹의 둥근 문이 겹겹이 연결되는 중국 특유의 건물도 있는 등 중국의 문화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극이 이곳에서 촬영된다. 그동안 드라마 화랑, 천추태후, 정도전, 근초고왕, 광개토대왕, 무사 백동수, 대왕의 꿈, 신의, 수백향, 보보경심려, 화랑더비기닝, 육룡이나르샤도 이곳에서 찍었다. 영화 신과 함께와 해적도 여기서 찍었고 현재 방영 중인 MBC 휴먼역사멜로 드라마 ‘연인’도 이곳에서 찍었다.
2024년에 공개 예정인 전종서, 김무열, 지창욱 주연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 도 촬영하는 등 수많은 대하사극과 영화가 촬영됐다. 거대한 성문과 성벽에는 그동안 촬영된 사극의 포스터,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끈다.
온달관에는 고구려의 역사, 고구려의 군사력과 무기, 온달산성에 대한 안내, 온달의 일생과 신라와의 전투 등 다양한 테마로 시청각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천천히 돌아볼 만한 곳이다.
세트장 길 끝 강변에는 석회암 동굴인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이 있다. 조선시대의 ‘동국여지승람’ 기록에 남굴이라는 이름으로 그 유래가 전해지는데 생성연도가 4억 5천만 년에 이른다고 한다. 연중 16℃ 내외의 기온이 유지되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 특히 여름철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다.
개방 구간 길이는 600여m로 짧은 편이지만, 여섯 군데의 광장, 거북이, 온달과 평강공주 모양을 한 크고 작은 종유석과 석순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동굴 안에 지하수가 많이 흐르고 있다.
사람이 적을 때는 가끔 박쥐도 나타나 탐방객들을 즐겁게 한다고도 한다. 다만 비가 많이 내리면 동굴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지난 7월 14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온달동굴이 침수돼 전면 폐쇄됐다.
단양군은 매년 가을마다 이곳에서 고구려·신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온달문화제를 열고 있다. 고구려ㆍ신라 의복 퍼레이드는 물론 온달ㆍ평강을 찾아라(무사선발전), 온달장군 최후 전투 퍼포먼스, 온달장군 진혼제, 마상무예, 고구려 저잣거리를 재현한 고구려 테마존 만들어 대장간 등 농경문화, 옷, 주막, 병장기를 체험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문화제를 개최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얻는 온달문화제는 2023년 충북도 유망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은군이 문과관광형축제로 키우겠다고 5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던 속리산신화여행축제가 축제의 성격 및 빈약한 콘텐츠로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사적지로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온달산성마저 관광지로 만들고 온달문화제로 1천500여의 세월을 거슬러 시간여행을 하게 하는 단양군. 잠자고 있는 고성 삼년산성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보은군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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