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상)
장마철(상)
  • 보은사람들
  • 승인 2023.08.31 09:28
  • 호수 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 성 수
속리산면 거주
시인, 수필가
충북작가회의 회원

시인의 많은 작품들을 보며 한 편을 고를 때, 계절에 어울리는 시를 만나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오늘은 순전히 제목이 눈에 띈 작품이다. 얼마 전까지 긴 장마철이 이어졌고,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우리 지역에도 여기저기 피해가 발생했다.
시인이 살았던 시대에도 장마는 있었고 피해도 있었겠다. 물론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고 재난 대응에도 어려운 점이 많아서 사람들에게 아픔이 되었으리라. 시인이 마주한 장마는 어떤 것이었는지 시에 드러나 있는 장면을 따라가 보자. 

나는 보았다.
철마다 강기슭에서
큰물이 갈 때에...

아 모든 것은 이냥 떠내려가는가. 
시뻘건 물 위에 썩은 용구새
그 위에 날았다 다시 앉고
날았다는 다시 앉는 참새떼,

어쩌면 나의 설움은
이처럼 여럿이
함께 외치고 싶은가.

나는 자랐다.
메마른 강기슭에
나날이 울어예는 여울가에서  (1946년 작 「장마철」 앞 부분)

* 용구새 ; 용마름의 방언, 초가지붕 맨 위 용마루에 덮는 짚 묶음

이 작품이 처음 「큰물이 갈 때에」라는 제목으로 잡지 『신천지』에 발표된 때가 1946년 8월로 해방이 되고 일 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오랜 식민지에서 독립을 하고, 남과 북, 좌와 우의 건국에 대한 이견으로 혼란이 이어지던 시기에 시인의 시작업도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그런데 8월 여름이 오고 장마철이 되어 강에는 큰물이 넘쳐 가난한 이웃들이 집을 잃기도 하고, 시련은 끝나지 않는 숙명이었겠다.
큰물에 떠내려가는 초가집의 용구새, 그 위에 날았다 내려앉는 참새 떼의 모습이, 해방을 맞고도 제대로 된 나라가 만들어지지 않은 혼란 속의 민초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보인다. 
시가 길어 전반부만 인용하였는데. 나머지는 다음 편으로 이어 살펴보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