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산성, 관광자원 활용도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삼년산성, 관광자원 활용도 주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3.08.24 09:40
  • 호수 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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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이 갖고 있는 큰 가치에 비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끌어들이는 정책 부족


보은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역으로 후삼국시대에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던 곳이다. 그 때문인지 군내 산성군은 14개에 달한다. 신라와 백제의 접경을 이루고 후삼국시대에는 후백제와 고려와의 경계를 마주했다. 이같은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우리지역의 산성이 다른 어느 지역의 산성보다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은 수많은 전쟁으로 부터 지역을 지킨 역사적인 산물이다.
보은문화원이 2002년에 펴낸 ‘보은의 성곽’편에 나온 성곽을 보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성은 삼년산성 외에도 노고산성, 문암산성, 백현산성, 태봉산성, 관기산성, 매곡산성, 주성산성, 호점산성, 국사봉산성, 노성산성, 동학대도소 상터, 벙어리산성, 다라니보루가 있다.
이렇게 많은 산성 자원이 있지만 국가사적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삼년산성 외에 나머지 산성에 대해서는 발굴이나 복원 등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타 지역은 어떨까? 본보는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타 지역 성의 관리실태 및 이용사례 등을 취재해 우리고장 산성문화재도 지역주민들이 쉽게 접하고 지역사를 공유하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고, 특히 지방소멸 시대 산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보도순서>

■ 우리지역 산성문화재의 실제
   -삼년산성
   -호점산성

■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타 지역 산성문화재
  -단양 온달산성 온달관광지로 
  -공주 공산성, 백제고도의 중심
  -대전 계족산성, 황톳길 더해져 유명세
  -독산성, 세계문화유산 추진

■ 삼년산성·호점산성의 
   관광상품화 방안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내 가장 오래된 성으로 세계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되어 있는 삼년산성의 모습이다.

우리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삼년산성은 그 소중한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삼년산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내 가장 오래된 성, 철옹성, 세계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 등 삼년산성이 가진 화려한 성적은 군민들을 뿌듯하게 한다.
이 좋은 자랑거리를 왜 개발(?)하지 않느냐,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그러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지 않겠느냐 등등 보은읍 가까이에 있는 삼년산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그만큼 크다고 본다.
삼년산성은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아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2020년 6월 경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이들이 찾거나 말거나 했었던 곳. 1927년 7월25일자 동아일보 ‘순회탐방 삼백팔십삼 삼남의 명승’ 기획의 ‘보은 속리산’ 편에 ‘선경인 속리산에 가려면 보은읍으로 삼년산성을 바라보고 지나가서’라는 구절이 나온 것이 고작이라고 했다. 그러다 1973년 1월 ‘삼국통일의 전초기지 삼년산성 확인’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사적 235호로 지정되고 1980년대 이후 보고서도 만들어졌는데 이 때도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이 겨우 답사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학술 연구가 시작됐다.
삼년산성을 포함한 ‘중부내륙 옛 산성군(덕주·미륵·삼년·상당·온달·장미·충주 산성)’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선정되고, 유적 여행지에 대한 일종의 좌표를 찍어준 유홍준 명지대 명예교수가 2015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8’에 삼년산성을 다루고 역사탐방로로, 걷기 좋은 산성길로 입소문이 나면서 학술 연구자나 산성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삼년산성을 주목적지로 정해 찾는 탐방객들이 많아졌다.
특히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되고 국내 1천여개의 산성들 중 상주의 견훤산성과 단양 영춘의 온달산성과 함께 3대‘명물’로 단정하면서 삼년산성의 유명세를 보탰다.

■삼년산성의 역사성
삼년산성의 삼년(三年)은 공사를 시작한 지 3년만에 완공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 470년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한 것으로 보은읍 대야리 오정산(326m)에 축성했다.
명확한 축조 연대를 실마리로 역사가들은 당시 신라의 놀랄 만한 축성법에 관한 다각적 분석은 물론, 군사 전략과 외교 관계까지 분석하는 단서가 됐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전초기지 삼년산성은 동문지쪽 성벽은 성 밖에서 보면 높이가 22미터에 달한다. 감히 넘볼 수 없는 높이다.
삼년산성의 성벽은 내벽과 외벽 사이의 공간을 돌로 메웠다. 남문지 주변 등 붕괴로 성벽 단면이 드러난 곳을 보면 겉은 반듯하게 자른 돌로 쌓고 속은 크고작은 돌로 촘촘하게 채운 협축공법(夾築工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공법 덕분에 1천550여년이란 세월을 버텼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삼년산성은 치성의 전망대올라 주변을 조망하면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어 신라가 왜 이곳에 성을 축성했는지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멀리 경북 상주권, 옥천권, 청주권등을 훤히 살필 수 있다. 당시엔 군사적으로 활용하겠지만 현재는 보은의 사방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탁 트인 조망으로 가슴이 후련하다.
삼년산성은 822년 김헌창의 난 때 반란군이 삼년산성에서 위공과 제릉이 합세한 장응의 군대에 패한 것 말고는 외세와의 싸움에서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철옹성으로도 유명하다.
1천55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웅장하고 강고한 성채도 세월 앞에선 무너지긴 했으나 대체로 원형을 유지한 산성으로 꼽힌다.
삼년산성 성곽 보수사업 시작은 지난 1971년. 당시 45미터를 시작으로 1979년 20미터, 1987년 서북쪽 44.2미터 성곽복원 등 2018년까지 삼년산성 정비사업까지 성벽, 성곽, 아미지, 문지, 건물지에 대한 발굴조사와 탐방로 정비 등 정비사업을 벌였다. 지난해까지 국도군비 총 92억원이 투입됐다. 지금까지는 결국 성을 유지관리 보수하는데 사업비를 투입한 것이다.
문화재이기 때문에 보존관리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맞지만 이는 삼년산성이 지역의 소중한 상품이고 관광경기를 견인하는 자원이 돼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생각과 배치된다.

■삼년산성 관리
문화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사적 등 문화재 관련 사업은 사소한 것도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이때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제한하고 있어서 군이 자주적이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보은군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일상관리 즉 탐방로 제초 작업, 소소한 보수 정도다.
운신의 폭이 아주 협소한 가운데 보은군은 삼년산성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일부 볼거리를 만들어왔다.
농경지로 활용됐던 곳에 억새밭을 조성해 가을에 억새 군락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물을 담수해 연꽃을 식재하고 상사화라 불리는 꽃무릇과 보은사 사찰 앞에는 목백일홍 나무도 식재했다. 연꽃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꽃송이를 피우고 있다. 백일간 꽃을 유지한다는 보은사 앞의 목백일홍 꽃은 주변 경관을 화사하게 만들고 있다.
보은군이 산성내부의 경관 조성을 위해 조성한 이들 자원 중 목백일홍 꽃을 제외하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삼년산성 공원화 사업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산성의 발굴, 보수 정비 상황과 성곽 현황, 성곽의 축조기법, 내·외부 주요 시설물, 유적 등을 조사해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또 경관조성 사업을 포함, 성곽 주변 야간 경관화, 탐방로 정비 및 편의시설과 부대시설 설치 등 탐방객을 맞기 위한 공원화 계획도 세운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산성은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일상관리였다면 앞으로는 경관 조성도 포함해 사적지 행정를 추진한다는 것.
홍영의 문화재팀장은 “야간조명, 잔디광장 버스킹공연, 벤치나 정자 등 산성 탐방객들이 쉬는 공간도 조성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며 “계획한 사업이 다 시행될 경우 삼년산성의 변화도 느끼게 되고 특히 야간 경관조명 설치가 가능해지면 삼년산성의 야경으로 인한 볼거리도 생기고 또 야간 탐방도 가능해짐에 따라 삼년산성이 더 많이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외지인들 눈에 비친 삼년산성
역사학자나 산성 마니아들이 아닌 다음에야 성곽만 보자고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산성을 샅샅이 훑고 그 다음 해에 어떤 변화는 없는지 등등을 살피기 위해 재방문하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스페셜이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삼년산성이 소개됐으니 한 번 가보자고 해서 방문하는 경우다.
이들은 책이나 방송에서 소개됐던 것이 사실인지 한번 확인해보자는 의미가 크다.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갔더니 그 무엇이 있더라 감동받았다. 등등 끌어들이는 게 있어야 한다.
방문객들은 성벽, 성곽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이들이 역사학자나 산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다음에 또 삼년산성의 성벽, 성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지 않는다.
지난 8월 12일 속리산숲체험휴양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고 상경길에 삼년산성을 찾았다는 서울 천동초등학교 김이현군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김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역사를 좋아해요 문화재나 박물관을 자주 가려고 한다. 보은에 온 김에 삼년산성이 소개돼 있길래 어떤 곳인지 한 번 와봤다”고 말하고 “휴식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음료를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부모님과 함께 옥천읍 장야리에서 왔다는 김세은(26)씨는 “인터넷에서 삼년산성이 제주도의 오름 같은 분위기라고 홍보가 된 것을 봤다. 어떤 곳인지 보고 싶어서 왔다”며 “와보니까 분지형인데다 숲이 있어서 오름같이 느낀 것 같다”고 말하고 “지금도 좋지만 요즘 핫한 장소는 거의 인스타 등을 통해 뜬 장소가 대부분이라며 보은은 삼년산성 등 관광지가 있으니까 포토존을 만들면 방문객들이 예쁘게 나온 사진을 SNS에 올리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아도 널리 홍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문화해설사를 통해 삼년산성과 관련된 설명을 듣지 않고 탐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용을 알고 산성을 탐방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한 바퀴 그냥 휙 도는 것은 느낌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삼년산성에 대해 알려주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삼년산성을 찾는 일반 탐방객들 눈에도 2% 부족함이 확인되는 것이다.
이들 탐방객의 의견은 소수이고 단편적인 의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눈에 비친 삼년산성의 부족한 부분이기 때문에 행정에 반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2가족과만 의견을 나눈 것이지만 이들이 갖는 의견이 또다른 방문객들이 가질 수 있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본보가 운영하는 핫빵밴드에 김낙경씨가 삼년산성의 활용방안을 제안하고, 보은발전협의회의 산성견학 후 밝힌 삼년산성 명소화에 대한 제안, 그리고 보은향토사연구회에서 여러 성을 탐방한 후 삼년산성을 이용한 지역경제발전 방안 제안 등 산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아미지가 저수지로 기능을 회복하고 단양의 이끼터널처럼 성밖의 이끼터널 조성, 서문지 접근성 개선, 진입로 가로수 식재 등 본보는 본 기획 마지막 호에 역사학자나 대학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삼년산성을 관광지처럼 찾을 방안에 대해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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